제6장 일상에서 쓰는 홈즈의 추론법(1)

Sherlockian Way of Thinking

by 박승룡

1. 서론: 추리는 탐정의 기술이 아니라 삶의 기술이다

셜록 홈즈의 추론은 결코 추리소설 속에서만 필요한 특별한 능력이 아니다. 그가 보여준 날카로운 관찰력과 논리적 사고법은 오늘날 우리가 살아가는 복잡한 사회에서도 유용하게 작동할 수 있는, 매우 현실적인 사고 도구다. 누군가의 말과 행동, 뉴스 속 사건, 직장에서의 회의, 혹은 친구와의 대화 속에서 우리는 매 순간 판단하고 결정하며 살아간다. 이 모든 순간이 곧 ‘작은 추리’의 연속이다.

홈즈가 사건을 해결할 수 있었던 비결은 단순히 머리가 좋아서가 아니었다. 그는 사건을 대할 때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항상 일정한 사고 구조를 따랐다. 관찰된 사실을 분리하고, 거기서 규칙을 찾아내며, 때로는 가설을 세우고, 필요 없는 가능성을 하나씩 지워가며, 가장 자연스럽고 설득력 있는 결론에 도달하는 방식 — 그것이 바로 우리가 ‘홈즈의 추론법(Sherlockian Way of Thinking)’이라고 부르는 일련의 사고 절차다.

앞서 보았듯이, 이 추론법들은 지금 우리가 사용하는 생성형 인공지능의 작동 원리와도 놀라울 정도로 닮아 있다. AI는 정확한 답을 알고 있어서 정답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까지의 문맥과 조건에 맞는 가장 가능성 높은 결과를 예측하고 생성할 뿐이다. 결국 AI도 잘 설계된 질문 — 즉, 논리적으로 구조화된 사고의 언어를 통해 더 정밀하고 유용한 결과를 낸다. 그런 점에서 프롬프트는 AI를 위한 질문이 아니라, 동시에 우리 자신을 위한 사고 훈련 도구이기도 하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이런 사고의 구조를 훈련하지 않는다. 문제를 만나면 감에 의존하거나, 이전 경험의 기억만으로 단정적인 판단을 내리기도 한다. 가설을 세우지 않고 결과만 따지고, 반복되는 패턴을 보면서도 원인을 제대로 찾지 못한다. 논리보다는 편향, 추론보다는 직감이 앞서는 일이 많다. 그것은 사고의 문제라기보다, 사고를 훈련받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장에서는 셜록 홈즈가 사용했던 여섯 가지 추론법(연역법, 귀납법, 가설-연역법, 가추법, 귀추법, 제거법)을 우리 일상 속 다양한 장면에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지를 살펴본다. 예컨대, 누군가의 모순된 말을 들었을 때 연역법을 적용해 보고, 뉴스나 리포트 속에서 반복되는 사건들을 귀납적으로 정리해 보며, 불확실한 문제 상황 앞에서 가설을 세우고 하나하나 검증해 보는 방식이다. 또한 감정적으로 복잡한 갈등 상황에서는 가장 자연스러운 설명을 끌어내기 위해 가추법을 활용하고, 이미 벌어진 결과를 거슬러 올라가 원인을 찾는 귀추법을 써보는 것도 가능하다. 선택지가 너무 많을 때에는 홈즈처럼 하나씩 불가능한 것을 제거해 나가며 결국 가장 적합한 하나를 찾아낼 수도 있다.

그리고 이 모든 추론법을 단순히 ‘생각하는 틀’로 끝내지 않고 프롬프트 없이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는 훈련으로 연결해보고자 한다. 생성형 AI에게 프롬프트를 잘 쓰는 사람이 결국 AI를 더 잘 다루듯이, 스스로에게 잘된 질문을 던질 줄 아는 사람은 더 명확하게 사고하고, 더 깊이 있는 결정을 내릴 수 있다.

우리는 셜록 홈즈의 추론법을 탐정 놀이가 아니라 삶의 기술로 다룰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하루 한 번, 질문 한 문장으로 스스로 훈련할 수 있는 방법들을 하나씩 제안하려 한다. 프롬프트는 결국 글의 문제가 아니라 생각의 습관이다. 홈즈처럼, 말없이 생각하고, 조용히 질문하며, 결국 진실에 가까워지는 훈련을 시작해 보자.

제6장-01.png 우리는 매 순간 판단하고 결정하며 살아간다. 이 모든 순간이 곧 ‘작은 추리’의 연속이다.


2. 일상 상황별 추론법 활용법

셜록 홈즈의 추론법은 단지 극적인 사건을 해결하기 위한 도구가 아니다. 그것은 우리 일상 속의 크고 작은 혼란과 선택 앞에서 보다 명확하고 타당한 결정을 내리기 위한 사고의 틀이다. 지금부터는 각 추론법을 실제 삶의 장면에 어떻게 적용할 수 있는지를 하나씩 살펴보자.


가. 연역법: 회의에서 모순을 드러내는 힘

1) 정의: 연역법은 일반적인 원칙이나 조건에서 출발해 구체적인 결론을 도출하는 방식이다. ‘만약 A라면 B여야 한다’는 논리를 따라가며 상황을 분석하고 결정의 타당성을 따진다.

2) 사례: 팀 회의 중 팀장이 말한다. “우리는 고객 만족을 최우선으로 하니까, 이번엔 출시일을 좀 미뤄도 돼.” 그런데 앞서 같은 사람이 이렇게도 말했다. “이번 프로젝트는 무조건 이번 달에 끝내야 한다.”

→ 이 두 문장을 연결해 보면, 만약 '고객 만족이 최우선’이고, '고객은 완성도를 중시한다'면, 출시일 연기는 정당화될 수 있다. 하지만 '무조건 이번 달 출시'를 동시에 주장한다면, 두 주장은 모순이다.

3) 활용 포인트

• 연역법은 회의나 토론에서 말의 일관성을 점검하는 데 탁월하다.

• 특히 "이 논리가 맞는다면, 거기서 따라야 할 결론은 뭔가?"를 되물어보는 훈련이 중요하다.

• 논리적 흐름을 따라가면, 말뿐인 주장과 실제 가능한 행동 사이의 괴리를 찾아낼 수 있다.


나. 귀납법: 뉴스를 읽을 때 ‘흐름’을 보는 힘

1) 정의: 귀납법은 개별 사례나 데이터를 수집하고, 그 안에서 반복되는 패턴을 찾아 일반적인 결론이나 경향을 도출하는 방식이다.

2) 사례

• “○○은행, 두 달 연속 분기 실적 하락”

• “20대, 저축 대신 투자 선호 경향 뚜렷”

• “핀테크 소액 대출 시장 30% 성장”

→ 이 단편적인 기사들은 하나의 흐름으로 이어질 수 있다. 그것은 전통 금융에서 밀려난 개인 자금이 디지털 기반의 소액 투자 및 대체 대출 시장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경제적 이동 패턴이다.

3) 활용 포인트

• 뉴스를 읽을 때 단편적인 사실에만 반응하지 말고, 반복되는 키워드와 연결되는 맥락을 찾아라.

• “이런 흐름이 반복된다면, 다음엔 어떤 방향으로 갈까?”라는 질문으로 확장하라.


다. 가설-연역법: 불확실한 문제 앞에서 방향을 정하는 힘

1) 정의: 가설-연역법은 먼저 가정을 세우고, 그 가정이 맞다면 어떤 결과가 나타날지를 논리적으로 예측한 후, 실제 관찰 결과와 비교해 가설을 검증하는 방식이다.

2) 사례: 친구가 약속을 여러 번 연기했다. 갑자기 연락도 잘 되지 않는다. 가설을 세운다: “혹시 내가 한 말에 상처를 받았을지도 몰라.” 그렇다면 “마지막 대화 직후부터 연락이 뜸해졌을 가능성이 높다.”

→ 이제 그 가설이 맞는지 사실과 감정 흐름을 검토하면서 타당한 설명과 해결 방안을 고민할 수 있다.

3) 활용 포인트

• 직감에만 기대지 말고, 한두 개의 가설을 세워보고 그것을 확인하려는 사고 습관을 만들어라.

• 이는 감정적 충돌, 인간관계, 업무 실수 등 불확실한 상황에서 특히 유용하다.

제6장-02.png 홈즈의 추론법(Sherlockian Way of Thinking)은 우리 일상 속 거의 모든 장면에 적용 가능한 사고 도구다.


라. 가추법: 감정과 관계를 읽어내는 힘

1) 정의: 가추법은 관찰된 현상에 대해 여러 가능한 설명 중 가장 자연스럽고 설득력 있는 원인을 찾는 방식이다.

2) 사례: 팀원이 회의 내내 말이 없었다. 갑자기 대답도 짧아졌고, 눈을 잘 마주치지 않는다. 가능한 원인은 많다.

• 피곤해서

• 개인적 일이 있어서

• 기획 방향이 불만족스러워서

• 나에게 실망했거나 서운함이 있어서

→ 여기서 가장 자연스럽고 개연성 있는 설명을 고르는 것이 가추법이다. 이때 중요한 건, 객관적 단서와 상황 맥락을 동시에 고려하는 유연한 시선이다.

3) 활용 포인트

• 가추법은 논리만이 아니라 감정과 상황을 읽는 힘도 요구한다.

• 누군가의 행동을 판단하기 전에 “이게 왜 이런 반응이 나왔을까?”를 자문하고 여러 가능성 중 가장 설득력 있는 시나리오를 조용히 추측해 보는 습관이 필요하다.


마. 귀추법: 결과로부터 원인을 거슬러 올라가는 힘

1) 정의: 귀추법은 어떤 결과가 이미 주어졌을 때, 그 결과를 일으킨 원인이나 과정을 거꾸로 재구성하는 방식이다.

2) 사례: 아침에 도착한 사무실 책상 위에 내 자리에만 놓인 작은 쪽지 한 장: “어제 고마웠어요.”

→ 아무 말도 없던 동료 A가?→ 어제 내가 했던 말을 되짚어본다. → 어쩌면 그가 모르는 사이에 위로를 받았다고 느꼈던 순간이 있었을지 모른다.

→ 이처럼 작은 결과 하나에서 그에 이르는 경로와 상황을 재구성하는 힘, 이것이 귀추법이다.

3) 활용 포인트

• 감정 해석, 사건 분석, 사용자 행동 분석 등에서 매우 유용하다.

• “이 결과는 어떤 흐름 끝에 나왔을까?”라는 질문을 던지고, 최소 2~3가지 가능한 경로를 상상하는 훈련을 해보자.


바. 제거법: 선택과 판단을 정리하는 힘

1) 정의: 제거법은 가능한 선택지들을 모두 나열한 후, 조건에 맞지 않거나 모순되는 항목을 하나씩 제거해 나가며 정답에 도달하는 방식이다.

2) 사례: 주말에 뭘 할까 고민 중이다. 남은 건 세 가지: 영화관, 전시회, 등산.

조건: 비용 적게, 실내, 오래 걷지 않기

→ 등산 탈락 (야외 + 오래 걷기) → 영화관 vs 전시회 → 전시회 무료 입장→ 최종 선택: 전시회

3) 활용 포인트

• 불확실하고 복잡한 상황일수록 먼저 제거할 것을 찾는 전략은 유효하다.

• 삶의 선택 앞에서 “이건 아닐 것 같아”라는 감각을 구체화해 보자.

• ‘가능성 줄이기’는 ‘정답 찾기’보다 훨씬 빠른 사고법이 될 수 있다.


사. 정리: 추론은 특별한 기술이 아니라 습관이다

셜록 홈즈의 추론법은 천재만이 사용하는 정교한 기술이 아니다. 그것은 삶을 선명하게 정리하고, 생각을 쌓고, 질문을 설계하고, 갈등과 모순을 이해하는 생각의 프레임이자 실천 가능한 사고 습관이다.

지금까지 살펴본 여섯 가지 추론법은 어떤 특별한 상황에서만 쓰이는 것이 아니라, 우리 일상 속 거의 모든 장면에 적용 가능한 사고 도구다.

이제 필요한 건 단 하나 — 이 사고 도구들을 내 삶의 질문에 적용해 보는 연습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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