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떤 들꽃이었나
집 밖으로 나가려고
대문 문턱을 넘다가
무심결 작은 들꽃 하나를 밟고 말았다
왜 이런 곳에 피어서 밟힐까...
생각하면 작년에도 그전 작년에도 그리고 올해도
이곳에 피었다
대문 틈에는 해바라기도 소나무도 제 알아서 피지 않는다
어울리지도 않겠지만 그들이 자랄 자리가 못된다
궁금해서 시냇가를 따라 걸었다
길섶으로 코스모스가 억새풀이 좁디좁은 틈바구니에서 서로 어깨를 맞대고 흔들리고 있었다
역시 그곳에도 소나무는 없었다
왜 그들은 대문 틈이나 담벼락, 장독대, 심지어 기단 틈에서 피는 걸까
키 작고 볼품이 없어서 그랬을까
만약 그들이 소나무 숲, 장미나 동백꽃 군락지에 피었다면 어땠을까
살았을까 보였을까
나는
어떤 들꽃으로 피었는가
어디쯤에 어울려 피었는가
무심결 누군가에게 밟혀도 어제도 내일도
그 자리에 피었는가
작고 어여쁜 들꽃처럼
넌 그곳에 참 어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