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상의 침묵

by 이창룡
enhanced_20250816_165136.png “올려다보는 하늘아래 우리의 시선은 수백 년의 시간을 넘어 비로소 하나가 된다.”


잡상의 침묵

첨단의 풍경 속에서 고개를 들면,

묵언으로 앉은 잡상(雜像)의 침묵이 시간을 초월한다.

덧칠된 단청과 달리 저들의 표정은 찰나를 사는 나의 시간과 대비된다.


흙으로 빚어진 파수꾼들의 조용하고 무거운 시선 속에는

이 땅을 살다 간 수많은 이들의 삶의 궤적이 겹겹이 스며있다.


저 잡상들의 눈빛이 만 년을 응시하는 지혜로운 늙은이의 것이라면,

나의 눈빛은 오늘을 살아내는 불안한 청춘의 것이다.


하지만 문득 깨닫는다.

우리의 시선은 시대가 달라도,

결국 저 높고 영원한 '푸르름'을 향해 조용히 겹쳐져 있다는 것을.


그들의 침묵 속에서 나는 위로를 얻는다.

내가 겪는 고난도, 내가 누리는 환희도

모두 저 수많은 시간의 겹 중에 작은 한 점일 뿐이라고.


잡상들의 시선에 기대어 나의 내면을 깊숙이 들여다보며,

덧없는 하루하루가 결국 견고한 역사를 이루어 나갈 것임을 되새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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