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레타 툰베리는 왜 환경문제에 과몰입할까?

<퍼스트 리폼드>(2017)

by 김현욱

잡지 <타임>이 2019년에 올해의 인물로 선정한 사람은 스웨덴의 17세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였다. 환경운동을 위해 학교에 가지 않은 채 UN에서 각국 정상들을 비판하는 연설을 하고 트럼프 대통령과 트위터에서 신경전을 벌이는 등, 작년 한 해 전 세계가 그녀를 주목한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물론 그녀의 주장과 운동 방식에 대해서는 찬반양론이 있지만, 그녀가 환경문제에 대해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활발한 운동을 벌이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환경문제에 관해 상대적으로 둔감한 미국에서도 민주당 경선에서 환경문제가 주요한 의제로 부각되었다.


그런데 툰베리는 왜 환경문제에 그렇게 열을 올릴까? 환경문제에 관해 열정을 쏟아붓는 사람들의 정신세계는 어떤 것일까? 폴 슈레이더 감독의 <퍼스트 리폼드>는 환경문제에 과몰입한 사람들의 세계를 엿볼 수 있는 영화다.


영화의 주인공인 톨러 목사(이선 호크 분)는 상업화된 대형 교회에 반감을 가지며 작은 교회를 지키며 검소한 생활을 하고 있다. 그런데 신자 중 한 명인 메리(아만다 사이프리드 분)가 상담을 해 온다. 남편인 마이클이 환경문제에 대해 지나치게 과몰입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녀의 부탁으로 마이클을 만난 톨러는 그의 환경주의에 오히려 설득당하고 만다. 마이클은 결국 극단적 선택을 하고, 톨러는 믿음에 회의가 생긴다.


영화에서 비즈니스가 돼 버린 대형교회의 모습이 비판적으로 그려지는 것은 분명하다. 그런 의미에서 영화의 메시지가 마이클, 그리고 톨러의 환경주의를 대형교회의 대안으로 긍정하고 있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기엔 꺼림칙한 부분이 있다. 마이클의 환경주의를 접하고 점점 과몰입에 빠져드는 톨러의 모습은 오히려 악마의 유혹에 의해 타락하는 모습과 겹쳐진다. 교회라는 조직 대신 환경주의를 선택한 톨러는 주변 사람들에게 화를 내고, 술에 탐닉하게 된다. 무엇보다 환경문제를 위해 자폭 테러를 준비하는 톨러의 선택은 관객으로서 긍정하기 어렵다.


환경문제에도 여러 차원이 있는데 공장의 오폐수 문제나 쓰레기 문제, 혹은 원전과 같은 구체적 문제라면 개인이 직접 부딪히며 해결해야 할 사회적 문제다. 그 과정에서 반대파와 만나서 대화도 하고, 설득도 하고, 때로는 타협도 할 여지가 생긴다. 반면에 지구온난화와 같은 추상적 명제로서의 환경문제는 일종의 신앙에 가깝다. 영화 속에서 톨러 목사가 환경문제에 대한 과몰입 역시 신앙에 대한 대체물로 해석할 수 있을 것 같다.


종교인으로서의 톨러는 초월적 존재(신)와의 합일을 갈구한다. 환경문제는 톨러에게 신을 대체할 초월적 존재가 된다. 그가 자폭테러를 계획한 것 역시 초월적 존재와의 합일을 위한 것으로 보인다. 즉 비즈니스로 타락한 종단으로서의 교회를 부정하고, 지구 그 자체와의 합일에서 진정한 신앙을 찾은 것이다. 환경문제로 인해 지구 혹은 인류가 멸망하리라는 비전은 기독교의 묵시록에 가깝다.


하지만 사람의 목숨보다 우선해야 할 환경문제는 없다. "사람이 먼저다"라는 구호로 돌아가야 한다(*필자는 특정 정당이나 정치인을 지지하지 않는다). 지구는 빙하기도 겪었고, 생물이 살 수 없을 정도로 뜨거웠던 적도 있다. 지구의 온도가 몇 도 오르던 지구 자체는 별 상관없을 것이다. 환경문제가 인간을 주체로 해서 환경과 맺는 관계 속에서 '문제'가 될 뿐이다. 사람을 위해 환경이 존재하는 것이지, 환경을 위해서 사람의 목숨을 희생시켜서는 안 된다.


주인공 톨러의 시선을 따라 진행되던 영화는 얼핏 인간보다 환경을 우선하는 환경주의의 메시지를 전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영화의 마지막에서 톨러는 스스로의 잘못을 깨닫고 자폭테러를 그만둔다. 진정으로 중요한 것은 초월적 존재(신)나 그를 대신할 다른 초월적 존재(지구)가 아니라 구체적 생명체로서의 사람이라는 것이 이 영화에서 읽어야 할 메시지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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