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만연한 오피오이드 중독

<벤 이즈 백>

by 김현욱

남배우에는 관심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최근 눈에 들어온 배우가 하나 있다. 루카스 헤지스. 아버지가 죽고 삼촌과 불편한 동거를 시작한 <맨체스터 바이 더 씨>, 여동생이 살해당하고 폭주하는 어머니 때문에 속을 썩이는 <쓰리 빌보드>, 톡톡 튀는 여고생의 동경의 대상이 되었다가 구남친이 된 <레이디버드>. 여러모로 개성이 강한 주인공들에게서 한 발 떨어진 관찰자 역할이지만 무심한 외견 속에 심각한 내면의 갈등을 겪는 역할들이다. 만만치 않은 필모를 쌓아오던 루카스 헤지스가 <벤 이즈 백>에서 마약 중독자 역할을 맡았다.(참고로 <벤 이즈 백>에서 루카스의 여동생 역할을 맡은 캐스린 뉴튼의 필모 역시 흥미롭다. 그녀 역시 <쓰리 빌보드>와 <레이디버드>에 출연했는데, <쓰리 빌보드>에서도 루카스와 남매 역할이었다.)


크리스마스 전날, 남편과 세 남매와 함께 행복한 하루를 보내려던 홀리(줄리아 로버츠 분)의 집에 뜻밖의 인물이 나타난다. 마약중독 치료소에 있던 벤(루카스 헤지스 분)이다. 벤의 여동생과 새아버지는 벤을 경계하며 치료소로 돌려보내려 하지만, 홀리는 아들과 시간을 보내려 하고, 결국 24시간 동안의 생활이 시작된다. 그러나 마약을 끊었다고 말하는 벤에게는 유혹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그를 둘러싼 사건은 꼬여만 간다.


미국에서의 마약중독은 코로나 이전에는 가장 심각한 문제 중 하나였다. 특히 2010년대에 심각한 문제가 된 것은 오피오이드 중독이다. 트럼프는 2017년 8월 10일, 오피오이드 문제는 국가비상사태라고 선언했다. 2017년에 마약 과다복용으로 사망한 사람은 7만 명을 넘었고, 그중에서 오피오이드로 인한 사망이 차지하는 비중은 5만 명에 가깝다. 교통사고로 인한 사망자 수를 넘어선 것이다.


<벤 이즈 백>에서는 오피오이드 중독의 문제가 사회적 문제임을 드러낸다. 벤이 마약 중독에 빠지게 된 계기는 하키를 하다가 부상당한 뒤, 진통제를 처방받으면서부터였다. 1990년대 등장한 오피오이드 진통제 옥시콘틴은 획기적이었다. 진통제로서의 효과가 발군인 데다가 가격도 저렴했다. 제약회사의 로비를 받은 의사들은 오피오이드 진통제 처방을 남발했다. 그리고 오피오이드 진통제를 부숴서 가루로 만들어 흡입하고, 물과 섞어 주사하면서 비극은 시작되었다. 합법적으로 처방된 진통제가 마약이 된 것이다. 그리고 진통제를 입구로 해서 더 위험한 약물에 손을 댄다. 그 끝에는 또 다른 오피오이드 진통제 펜타닐이 있다.


<벤 이즈 백>의 무대는 미국 동부 교외지만, 실제 오피오이드 위기의 진원지는 내륙의 중서부였다. 산업이 피폐해진 이른바 러스트벨트에서 육체적 고통과 정신적 고통을 파고든 것이 오피오이드였다. 산업재해를 비롯한 복지체계의 문제는 진통제 처방 남발로 이어졌고, 결국은 마약 중독으로 이어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도 오피오이드 위기는 트럼프의 등장과 일맥상통하는 바다.


영화에서는 마약중독이 개인의 의지만으로는 얼마나 극복하기 어려운지를 보여준다. 줄리아 로버츠가 연기한 어머니 홀리의 모성애는 훌륭하지만, 그것만으로 아들의 마약 중독을 고치기는 쉽지 않다. 의도치 않게 마약 중독이 된 벤이 다른 사람들에게는 마약을 권하고 판매하는 딜러였다는 점에서 마약 문제의 복잡성을 보여준다.


할리우드 영화를 보면 주인공이 마약을 사용하는 장면이 너무나도 흔하다. 아예 마약 PPL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 정도다. 하지만 <벤 이즈 백>은 마약 중독이 얼마나 위험하고 처참한가를 보여준다. 벤이라는 개인을 통해 마약 중독에 시달리는 미국 사회의 현주소를 다시 돌아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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