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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율리아 Apr 10. 2016

봄날의 기원.

봄의 생기가 아빠를 일으켜 세워주길..

 아빠의 심장에 문제가 생겨 새벽부터 서둘러 투석을 끝내고 90/60mmHg까지 떨어진 혈압이 다시 안정을 되찾을 때까지 기다렸다가 정밀검사에 들어갔다.

하필이면 아빠의 그 심장이 엄마를 대번에 임자로 알아보고 방망이질로 사정없이 뛰어주는 바람에 내가 세상에 나왔구먼..


그 박력 넘치던 심장이 자꾸만 제 박자를 놓쳐 엇박자로 뛰고 조용히 숨죽여 가만가만 뛰니 그게 문제가 된다네..


어릴 적 나는, 누가 뒤에서 밀지도 않았는데 곧잘 혼자서 제발에 걸려 볏단처럼 힘없이 넘어져 무르팍 성할 날이 없었다던데 그때마다 쿵 하고 수없이 내려앉았을 아빠의 심장..


아까쟁끼 깨진 무릎에 발라주며 그때마다 아빠 심장에서도 빨갛게 아픈 피가 났을텐데..


아빠, 탈 없이 두근두근 대야지.

봄의 생기가 아빠의 심장도 파릇파릇하게 만들어줬으면 좋겠다.


길고 지루한 검사가 다 끝나고 잠이 드신 아빠 때문에 반은 심장이 쪼그들었을 엄마 모시고 잠깐 바람이라도 쐬려고 볕 좋은 곳으로 나왔더니 눈곱만 한 보랏빛 꽃 한 송이가 용케도 엄마 눈에 들켰다.


"세상에 신기하고 기특해라. 어린게 그 추운 겨울을 다 견뎌내고 저 혼자 어떻게 때가 된 걸 알아채고 이렇게 피어났을까? 소중하고 대견해라.."


엄마는 작은 꽃잎을 어루만지고 주변에 검불도 치워주신다.

아마도 엄마는 조금씩 생명력을 잃어가는 아빠를 바라보며 봄의 싱싱한 기운이 충전되길 기도하고 계신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엄마가 오랜만에 햇살처럼 활짝 웃으신다. 그래, 생각난 김에 미루지 말고 당일치기라도 엄마를 모시고 제주에 다녀와야겠다. 올 들어 하루가 멀게 입퇴원을 반복하시는 아빠 곁에서 부쩍 엄마가 힘들어하시는 게 느껴진다. 누워계신 아빠한텐 미안하지만 엄마라도 제대로 봄을 누리셨으면..

유채꽃이 물결처럼 출렁이는 제주에서 노랑노랑 만개한 봄을 가슴 가득 느끼실 수 있게 해 드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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