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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rawer Dec 14. 2019

퇴사해야 할 때를 아는 것


최근 핫한 직장인 2대 허언이 있다.

퇴사할거다 vs 유튜브할 거다




나 또한 직장을 다녔을 때 위와 같은 허언증을 앓고 있던 사람이었다. 퇴사할 거야, 나 진짜 퇴사한다, 진짜야 진짜... 1년 내내 퇴사와 환승 이직을 외치던 사람이라 아마 주변 사람들은 ‘쟤 또 저러네’ 싶었을 것이다. 그러던 내가 ‘진짜 퇴사해야겠다’라고 결심한 순간들이 있었다.


퇴사해야 할 때를 안다는 것은 무엇일까? 급여가 만족지 않을 때, 상사가 괴롭힐 때, 복지가 마음에 들지 않을 때 등 우리는 여러 상황에서 퇴사를 꿈꾼다. 하지만 단연코 퇴사는 쉽게 결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특히나 지금과 같은 취업난 시기에는 더더욱 그렇다. 그러므로 본인의 확고한 퇴사 기준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의 기준은 회사에서의 내 미래가 기대되지 않을 때이다.







나는 두 번의 퇴사를 경험했다. 먼저, 금융권에 다니고 있을 때였다. 내가 다니던 곳은 규모가 작은 지점이었는데, 한 번 지점이 배정되면 평생 옮기지 못하였다. 즉, 나는 같은 사람들과 같은 곳에서 평생 같이 일을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사실 근무하며 불만사항이 굉장히 많았다. 시설이 매우 열악했고, 직원들의 갑질이 심했다. 교육 따위 없었고 고객이 와도 알아서 하라는 식이었다. 업무 방법을 물어보면 이것도 모르냐며 고객들 앞에서 무안을 주었다. 입사한 지 한 달도 안됐을 때였는데 말이다. 이외에도 청소, 점심 식사 만들기, 음식물쓰레기 버리기 등 업무와 관련 없는 일도 많이 해야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바로 퇴사를 결심하지 못했다.



그러던 나에게 퇴사를 결심하게 만든 결정적인 순간이 찾아왔다. 당시 내가 다니던 은행의 이사장은 투철한 절약정신을 가지고 있었다. 그 덕분에 한겨울인데도 난방을 틀어주지 않았고 은행 한 구석에 난로만 준비되어 있었다. 심지어 뜨거운 물조차 나오지 않았다. 어느 날, 찬물로 손을 씻고 빨개진 손과 몸을 녹일 겸 난로 앞에 섰다. 난로를 등지고 은행 안을 바라보는데 그곳에 내 미래가 보였다. 주임, 계장, 과장, 상무, 이사장이 바로 3년 후, 10년 후, 20년 후, 30년 후의 내 모습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든 생각은 ‘아 저렇게 살기 싫다’였다. 그곳에서의 내 미래가 기대되지 않았다. 그 길로 나는 미련 없이 회사를 나왔다.


깨달음을 준 고마운 난로.jpg



두 번째 직장은 공기업이었다. 전반적으로 이전 직장보다 훨씬 좋았고, 특히 좋은 사람들이 많았다. 하지만 극심한 민원은 날 매일 괴롭게 했다. ‘띵’ 하는 엘리베이터 소리가 무서울지 누가 알았겠는가.. ‘따르릉’하는 전화 벨소리에 전화기를 던져버리고 싶은 날이 올진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다. 매일같이 민원인들의 욕과 협박을 견뎌내야 했고 무서운 순간들도 많았다. 밤마다 꿈에서 민원인들이 찾아와 나를 괴롭혔다. 그래도 나는 퇴사를 쉽게 결정할 수 없었다.



그러던 나에게 또 결정적인 순간이 찾아왔다. 한 민원인의 서류가 꼬여 지원금 지급이 힘들 수 있는 상황이었다. 나는 급하게 해결 방법을 찾았고 고군분투하여 민원인이 지원금을 받을 수 있게 도왔다. 민원인은 연세가 지긋한 어르신이었는데, 불안감에 나에게 자주 연락을 했다. 지원금이 지급된 날, 민원인에게 전화가 왔고 나에게 연신 고맙다고 하였다. 이전의 나라면 뿌듯함과 보람을 느꼈을 텐데 그때의 나는 그러지 못했다. 솔직히 말하면 정신없어 죽겠는데 왜 또 전화야?라고 생각했다. 대충 알겠다고 급히 전화를 마쳤다. 집에 오는 길에 깨달았다. 나는 정말 이 일에 질려버렸구나... 그 직장에서의 내 미래는 오늘과 똑같은 모습일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살고 싶지는 않았다. 1년간 고민했던 퇴사를 드디어 실천하게 된 순간이었다.



누구나 회사를 다니기 싫어할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퇴사를 결정하기는 참 어렵다. 다른 사람들은 ‘뭐 저런 걸로 퇴사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나에게는 정말 중요한 기준이다. 오늘을 견디기도 힘든 나에게 미래에 대한 기대와 희망은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기준을 가지고 있으면 퇴사를 해도 후회가 되지 않는다. 지금의 내가 그렇듯이.



그러니 퇴사할 때는 두 가지만 준비하자.

퇴사에 대한 확고한 기준 그리고 때가 됐을 때 과감하게 퇴사를 지를 수 있는 용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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