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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rawer Dec 17. 2019

퇴사 안내서, 퇴사 A to Z

퇴사를 말하는 완벽한 방법


출처: 트위터 퇴사봇 @iwillquit



퇴사각만 재던 그대. 퇴사를 결심했다면, 이제 질러야 하는 순간이 온다. 하지만 벌써부터 오금이 저리고 손발이 차가워져 온다. 몇 주 전에 말해야 할지, 몇 시에 말해야 할지, 운은 어떻게 띄워야 하는지 등 수많은 고민이 있을 것이다. 그 마음 누구보다 잘 안다. 내 방법이 정답은 아니지만, 2번의 퇴사를 겪고 주변의 많은 퇴사인들에게 피드백을 들은 후, 수차례 거듭 고민해서 만들어낸 최선의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몇 주 전이 좋을까.

회사에 따라 다르겠지만, 보편적으로 최소 한 달 전에 말하자.퇴사한 자리에 새로운 사람을 뽑고 인수인계까지 진행하기 위해서는 한 달 전에 미리 말해두는 것이 좋다. 보통 회사에서도 한 달 정도 미리 말해주기를 바란다.

 

하지만 언제나 Case by Case 있는 .

내가 다녔던 회사는 새로운 사람을 뽑는 체계가 아닌 인사이동 시즌에 부족한 인원을 채우는 시스템이었다. 그래서 최소 일주일 전에만 말해도 수월한 퇴사 처리가 가능하였다.


또한, 수습기간을 거치는 중이나 신입사원의 경우에는 최대한 빨리 말하고 나가는 것이 좋다. 인수인계를 할 것도 없고 차순위자에게 바로 입사제의를 하면 되기 때문이다. '아니다 싶으면 빨리 나와라!'라고 하는 게 본인에게도 좋지만, 회사에서도 퇴사 처리하는데 편한 경우가 많아 생기는 말이 아닐까라고 생각한다.




몇 시에 말해야 좋을까.

점심을 먹고 난 후 오후 시간을 추천한다.

출근하기 싫어 예민한 아침보다는 점심 먹은 후 나른한 오후가 더 좋은 법. 점심 식사 후 커피타임을 가지며 이야기하기에도 좋은 시간이다. 예민할 때보다는 기분 좋은 시간을 공략하여 퇴사를 좀 더 수월하게 하는 게 좋을 거라 생각한다. 사람은 무언 가를 먹을 때 온순해지지 않나.(웃음)


아무래도 퇴사를 말하면 좋지 않은 시선을 받을 수밖에 없다. 조금이라도 기분 좋은 시간에 말한다면 싫은 소리도 조금은 덜 들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필자의 경우에는 빨리 말하고 싶어 입이 근질근질했고 출근하자마자 질렀다. 속은 후련했지만, 하루 종일 여기저기 불려 다니기 바빴다. 남은 업무를 처리하기 힘들 정도로 면담을 수도 없이 했고, 하루 종일 회사 사람들의 질문을 쳐내기 바빴다. '왜 퇴사해?, '퇴사하고 뭐하려고?' 등 퇴사할 때까지 이어질 질문이지만, 힘겹게 퇴사를 말한 날까지 듣고 싶지 않다면 오전에 말하는 것은 추천하지 않는다. 퇴사를 말하는 것만으로도 이미 하루가 너무나도 힘겨울 것이다.




누구에게 말해야 좋을까.

퇴사를 말하기 전, 누구에게 먼저 말해야 할지 고민이 많을 것이다. 물론 퇴사는 팀장에게 말해야 하는 것이지만, 팀장님과 면담하기 전 같은 업무를 하는 동료에게 미리 언질을 주는 편이 좋다. 그래야 동료들도 앞으로 발생할 상황에 대해 마음 정리를 하고 대비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리 말해주지 않는다면, 원망이나 걱정을 오롯이 듣게 될지도 모른다.


특히 사수가 있다면 사수에게 먼저 말하는 것이 좋다. 아무래도 팀장님께 퇴사를 말하면 자연스럽게 사수를 불러 관련된 질문을 할 수도 있으니 사수가 먼저 퇴사를 아는 편이 좋을 것이다.


만약 팀장이 부재라면 어떻게 해야 할까? 물론 팀장에게 말하는 것이 베스트다. 하지만 각을 재다가 팀장님이 긴 출장을 가거나 줄줄이 이어진 회의로 타이밍을 놓치는 경우, 바로 밑의 직급인 상사에게 말하자. 하지만 이는 정말 부득이한 상황에만 해야 할 뿐, 퇴사는 팀장님과 이야기하자.




운은 어떻게 띄워야 좋을까.

퇴사는 운만 띄워도 99%는 성공했다고 생각한다. 운 띄우는 게 제일 어려워서 그렇지.

'팀장님, 드릴 말씀 있습니다', '팀장님, 저 퇴사하겠습니다', '팀장님...' 많은 멘트를 생각했겠지만 분명 말하기 어려울 것이다.

 

이것도 물론 상황에 따라 다르지만, 필자는 '팀장님, 따로 드릴 말씀 있는데 면담 가능할까요?'라고 운을 띄우는 것을 추천한다.


회사는 항상 듣는 귀가 많기 때문에 그 자리에서 이야기하는 것보다 팀장님과 면담 자리를 갖는 것이 좋다. 퇴사를 말할 때 '그래! 바로 퇴사해!'라고 말하는 상사는 없다. 기본적으로 '왜 그러니?', '이유가 뭐니?' 등 질문을 하고 회유를 한다. 그 과정이 직원들의 흥미로운 소재거리가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둘만의 공간이 필요하다.  



퇴사하기 전, 사람들에게 선물 돌려야 할까.

회사생활을 하며 싫은 사람도 많았겠지만, 고마운 사람도 많았을 것이다. 이 사람들에게 선물 돌려야 할까?

필자의 경우에는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났다. 힘든 회사 생활을 조금이라도 더 버티게 한 동료들에게 고마움을 표현하고 싶었다. 하지만 백이면 백, 후회하니 선물 돌리지 말라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 나갈 사람은 돈 쓰는 거 아니라고, 나중에 분명 후회한다며 말리는 사람이 많았다.


하지만 내 경우에는 정말 고마운 사람들에게 작게나마 마음을 표현하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그동안 고마웠다고, 기회가 된다면 더 좋은 모습으로 만나자고.. 언제 어디서 만날 지 모르는 사람들에게 마지막으로 좋은 인상을 남기는 것도 좋다고 생각한다. '유종의 미'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다. 조금이라도 더 좋은 모습으로 떠난다면, 좋은 이미지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

 

추가로 당부하고 싶은 말은, 퇴사한다고 그 사람들과의 관계가 다 끝난 것은 아니다. 경력증명서, 원천징수영수증 등 살다 보면 한 번쯤 전 직장에 연락해야 할 일이 생긴다. 오랜 시간 힘든 기간을 꾹 참고 견뎌온 것처럼 마지막까지 꾹 참고 좋은 인상을 남기며 떠나자.




퇴사 후, 단체 채팅방 어떻게 해야 할까.

최근에는 사내 메신저를 쓰는 회사가 많겠지만 부서 채팅방, 동기 채팅방, 거래처 채팅방 등 카카오톡 채팅 목록에 회사 관련된 단체 채팅방이 많을 것이다. 이 채팅방들 어떻게 해야 할까?


필자는 퇴사 당일 저녁에 나오는 걸 추천한다. 채팅방을 나가지 않는다면 남아있는 회사 사람들이 업무 이야기를 하기 불편할 것이다. 나를 빼고 다른 팀원들이 새로 카톡방을 파야하고, 안 나가고 있는 나도 민망하고 다른 팀원들도 민망하다. 시간이 지날수록 나갈 타이밍을 잡기 어려울 것이다. 그러니 퇴사 당일 저녁에 짧은 메시지를 남기고 나오자. 멘트를 추천해보자면 아래와 같다.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건강히 잘 지내시기 바랍니다.







물론 필자가 말한 게 정답은 아니다. 계속해서 강조했듯이 Case by Case, 상황에 따라 다를 수 있다. 우리가 다니는 회사가 모두 같은 모습이 아니듯 퇴사를 말하는 상황도 분명 같지 않을 것이다. 본인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퇴사를 말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하나의 조직을 등지고 나오는 데, 이렇게도 많은 고민과 용기가 필요하다는 것을 대학생일 땐 몰랐다. 그리고 막상 하고 나면 정말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을 신입사원 때는 몰랐다. 때로는 거울 앞에서, 때로는 텅 빈 사무실에서 '퇴사하겠습니다' 그 7자를 되뇌었을 당신, 지금 인생에서 제일 크나큰 고민은 퇴사겠지만 나중에 돌이켜봤을 때 정말 아무것도 아닐 것이다. 지금 있는 회사는 그냥 당신이 잠시 비를 피하기 위해 거쳤을 나무 아래, 혹은 버스를 갈아타기 위해 기다렸던 버스 정류장, 혹은 임시로 거쳐가는 망명지일 것이다. 그러니 퇴사를 결심했다면, 두려움 없이 말해보라.



팀장님 저 퇴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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