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drawer Dec 04. 2019

로맨스라는 이름 아래 감춰진 성장

12월의 어느 날을 읽고




첫눈에 반하는 남녀, 그리고 크리스마스. 이 두 키워드만으로 이 소설의 설명은 충분하다.


크리스마스와 로맨스는 이렇게 불가분 관계처럼 따라다닌다. 크리스마스 캐럴이 들려올 때쯤이 되면 극장가에서는 로맨틱 코미디 영화들이 우수수 쏟아져 나온다. 로맨틱한 분위기를 자아내야 될 것만 같이 미디어는 우리를 세뇌시킨다. '그래, 크리스마스에는 로맨스지' 하고 이 책을 집어 들었지만 책 이면에는 단순히 로맨스 소설이라고 치부하기엔 아쉬울 만큼 세 남녀의 성장 이야기가 있었다. 따라서 첫눈에 반하는 남녀, 크리스마스, 그리고 세 남녀의 성장 이야기. 이 세 가지 키워드로 소설을 설명해야 한다고 정정한다.




크리스마스를 앞둔 어느 날, 여자 주인공 로리는 한 남자에게 첫눈에 반한다. 그리고 1년 뒤, 그 남자(잭)는 로리의 자매 같은 친구인 세라의 남자 친구가 되어 나타난다. 로리와 잭은 운명적인 끌림을 느끼지만, 세라를 위해 그리고 모두를 위해 서로의 감정을 숨긴다. 그렇게 셋은 서로의 인생에 깊게 관여하게 된다. 로리와 잭은 우정 아닌 우정으로 둘 사이에 미묘한 감정을 덮는다. 시간이 흘러 로리는 다른 남자를 만나고, 세라와 잭도 헤어짐을 겪는다. 그리고 로리와 잭은 10년 동안 수없이도 엇갈린다. 하지만 결국 10년 뒤, 크리스마스 날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고 사랑을 약속한다.




첫눈에 반한 남녀와 삼각관계. 다소 진부한 설정이다. 이 소설이 아니더라도 우리는 그동안 세 남녀의 삼각관계를 수없이도 많은 소설, 드라마, 영화에서 봐왔다. 하지만 이 작가는 진부한 내용이더라도 나름의 양념을 첨가하여 대중의 보편적 정서를 자극하는 재주가 있다. 바로 10년이라는 긴 시간의 흐름을 담아 세 주인공이 성장하는 모습을 그려냈기 때문이다. 또한, 세밀한 감정 묘사를 통해 독자들을 소설의 배경인 '런던'으로 데려가는 마법을 부린다.


어쨌거나 좋은 작품은 감정 묘사가 뛰어나다. 작가는 감정 묘사를 통해 캐릭터의 움직임과 대화를 풀어내며, 사건을 이끌어 간다. 독자는 등장인물과 동기화되기를 바란다. 주인공이 웃을 때, 함께 웃기를 바라고 주인공이 울 때, 함께 가슴이 아프길 원한다. 친구의 남자 친구를 사랑하는 주인공을 응원하기란 어려운 법. 하지만 로리의 감정선을 따라가다 보면 그녀를 이해하게 되고, 그녀가 잭에게 설렘을 느끼고 사랑에 빠질 때 같이 이입하게 되는 나를 발견할 수 있다. 작가는 로리와 잭의 감정선을 세밀하게 묘사하며, 때로는 인생을 내어주는 친구로, 그렇지만 운명적 연인으로 그 사이를 줄타기하는 이 둘의 미묘한 감정을 따라갈 수 있게 만든다. 우정이자 사랑인 이 알 수 없는 감정을 독자에게 설득시키는 데 작가는 성공했다.


로맨스 소설인만큼, 로맨스가 소설의 사건을 이끄는 큰 요소가 된다. 하지만 이야기는 오로지 그것만을 위해 흘러가진 않는다. 세 사람은 사랑을 통해 성장하고, 이별을 통해 성숙해지며, 우정을 통해 진실해진다. 세 주인공의 20대 초반부터 20대 후반까지의 인생을 보여주는 이 소설은,  세 사람의 사랑만 그리는 것이 아니라 꿈과 도전도 같이 담아낸다. 로리는 잡지 편집자를 꿈꾸지만, 쉽게 이루지 못해 힘들어한다. 라디오 방송을 진행하는 잭은 커리어의 정점을 코 앞에 두고 교통사고를 당한다. 세라는 치열하게 자신의 목표인 방송 리포터를 향해 달려간다. 좌절하고, 질주하고, 방황한다. 소설 초반에 서툴던 사회초년생인 셋은 책을 덮을 때쯤이면 어느새 성숙한 어른이 되어있다.




10년이란 세월을 돌고 돌아 드디어 마음을 확인한 두 주인공의 키스로 책은 끝이 난다. 오래 걸렸지만, 둘은 서로가 서로의 운명임을 확신한다. 물론 그 이후 이 둘이 여느 커플들처럼 다투고 상처 주고 사랑의 유통기한이 끝나버려 서로에게 질렸을지, 혹은 운명의 상대이기 때문에 디즈니 영화처럼 그 둘은 그렇게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답니다~가 될지는 독자의 상상에 달려있다. 사랑은 운명처럼 다가온다고 믿는 나는 물론 후자다. 운명 따윈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도, 이 책을 통해 운명을 믿어보면 어떨까? 왜냐면 곧 크리스마스니까.


 



매거진의 이전글 모순: 삶은 모순의 연속이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