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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rawer Dec 10. 2019

My house, My rules, My coffee

영화 <나이브스 아웃>을 보고


영화를 읽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잘 만들어진 추리 소설을  스크린 위로 옮긴 것 같아서 찾아보니, 원작이 없었다. 오로지 영화를 위해 만들어진 시나리오라는 게 믿기지 않았다. 누가 소설로도 내줘요.



추리소설 베스트셀러 작가인 할란 트롬비(크리스토퍼 플러머)가 본인의 대저택에서 숨진 채 발견된다. 경찰과 사설탐정(다니엘 크레이그)은 이 사건의 범인을 찾아내기 위해 수사를 시작하는 가운데, 가족과 간병인이 숨기고 있는 비밀을 풀어 나간다.




추리물 덕후라면 살짝 뻔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리고 범인도 쉽게 눈치챌 수 있을 것이다. 엄청 놀라운 반전까진 아니니까! 또한, 이 영화가 다소 유치하다고 느낄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난 이 영화가 올해 본 영화 중 제일 마음에 든다. 정말 깔끔하고 스타일리시한 상업 영화 한 편이기 때문이다.



상업 영화가 갖춰야 할 오락적인 요소도 갖췄지만 이면엔 묵직한 메시지도 담겨있다. 계층, 인종 문제를 다루며 작품성 또한 놓치지 않는다. 그렇다고 심오하거나 무거운 분위기를 자아내진 않는다. 오락성과 작품성 사이의 균형을 멋지게 잡아낸 감독은 2시간이 넘는 긴 러닝타임 내내 빠른 편집과 고풍스러운 영상미로 관객이 지루해질 틈을 주질 않는다. (편집이 개오진다는 뜻)



감독의 주특기는 그뿐만이 아니다. 이 영화에는 많은 등장인물이 나온다. 할란의 가족과 간병인, 그리고 사설탐정 등. 이 많은 캐릭터 하나하나가 다 살아있다. 단지 스토리의 전개나 씬을 때우기 위한 용도로 작동하는 도구적 캐릭터는 이 영화에 존재하지 않는다. 감독은 많은 캐릭터를 가지고 저글링 하듯 가지고 논다. 그가 캐릭터를 다루는 방식은 <도둑들>의 감독인 최동훈과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 영화를 보며 또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과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기생충>이 해외에서 인기 있는 이유는 인종과 국가를 넘어서 보편적으로 공감할 수 있는 계층 문제를 다뤘기 때문이다. 어느 나라든 부자와 거지, 기득권층과 비 기득권층, 부르주아와 프롤레타리아 계급이 있다. 갑질 문제는 어느 곳에나 존재하기 때문에 쉽게 공감하고 몰입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나이브스 아웃>에도 이러한 계급갈등이 나타난다. 할란의 가족은 이민자 출신인 간병인 마르타를 가족이라고 여긴다. 아니 여기는 척한다. 하지만 그녀의 국적을 제대로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자기들이 그녀를 받아준 것, 돌봐주는 것이라고 생각하며 시혜적인 태도를 보인다. 백인 부유층의 위선을 그대로 보여주는 트롬비네 가족을 통해 감독은 트럼프의 ‘반이민정책’도 꼬집는다. 영화 내내 탐정 브누아 블랑은 할란 트롬비의 살인 사건이 가운데가 빈 도넛 같다며, 마지막 단서를 찾아내고 나서야 도넛의 가운데를 찾았다고 말한다. 마찬가지로 감독이 만들어놓은 추리 구조를 따라가다 보면 이런 사회적 메시지를 발견하게 되고 그제야 우리는 이 영화의 도넛 구멍을 찾게 된다.



이런 메시지들과 배우들의 연기를 지켜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제임스 본드가 아닌 모습을 상상하기 어려운 다니엘 크레이그는 사설탐정 ‘브누아 블랑’으로 분해 예리하면서도 약간의 허당끼를 보여준다. 캡틴 아메리카의 크리스 에반스도 개차반 캐릭터를 찰떡같이 소화하며 히어로인 그의 모습을 지워버린다.


그래서 제 점수는요. 별 4개 드립니다.
참고로 쿠키 영상 X


PS. 이 머그컵 공구하실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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