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에는 따뜻한 뱅쇼를
내가 유학했던 프랑스 스트라스부르는 크리스마스 마켓으로 유명한 도시였다. 크리스마스 한 달 전부터 시내 한 복판에 대형 트리를 세워두고, 그 트리를 중심으로 크리스마스 마켓이 펼쳐졌었지. (TMI지만, 나는 크리스마스에 별 감흥이 없는 사람이었는데도 불구하고 이 마켓에 흠뻑 빠져 마켓이 열리는 동안 매일 방문했었다.)
트리를 꾸밀 수 있는 수제 오가먼트부터 크리스마스에만 즐길 수 있는 특식까지, 크리스마스에 관한 온갖 클리셰를 쏟아부은 이 마켓에 빠질 수 없는 한 가지를 말해보라면.. 아마 뱅쇼(Vin chaud)가 아닐까 싶다. 레드와인에 시트러스 계열의 과일과 시나몬, 정향, 넛맥 등의 향신료를 넣고 은근히 끓인 이 뱅쇼가 크리스마스 마켓의 하이라이트지. 마켓 초입부터 은근하게 나는 이 뱅쇼 냄새에 기분 좋게 취해 이것저것 둘러보기도 하고.. 단돈 2유로에 따뜻하게 몸도 녹이고.. 은근하게 끓고 있는 뱅쇼 냄비를 멍하게 보고 있기도 하고..
그래서 오늘은 코 찡하게 추웠던 그 날의 추억을 되새겨보고 오랜만에 크리스마스 분위기도 좀 내고자 뱅쇼 만들기 포스팅을 해볼까 한다. 이름하야 에디터 부스러기만의 내 맘대로 뱅쇼 만들기!
뱅쇼에 필요한 재료는 다음과 같다.
1. 레드와인
비싼 거 살 필요 없다. 그냥 가장 싼 와인을 사면 되겠다.
2. 과일
나는 사과, 레몬, 오렌지를 넣었는데.. 시트러스 계열의 과일 중심으로 넣으면 좋다.
3. 시나몬 스틱
난 시나몬 스틱만 넣었다. 하지만 정향과 넛맥을 넣는게 정통 레시피다. 귀찮아서 시나몬 스틱만 구매했는데 이왕 만드는 거 제대로 만들어 보고 싶다면, 정향과 넛맥도 넣어 보자. 이마트 등 대형마트에서 판매하고 있다.
4. 굵은소금과 베이킹 소다
과일을 빡빡 씻어주기 위한 도구들
짜잔 굵은소금~
뭐 일단 과일을 빡빡 씻어주자!
껍질에 한 톨의 농약도 남아있지 않게, 깨끗하게 세척한다.
깨끗하게 세척한 과일을...
썰자.. 서걱.. 서걱..
레몬은 썰고 난 후 꼭 씨를 빼줘야 한다
귀찮지만.. 씨 빼는 작업을 잊지 말길..
다른 과일들도 썰어주고..
냄비에 차곡차곡 담는다.
이때, 준비한 향신료도 함께 넣어 준다.
와인 한 병을 쫄쫄 부어 주고
은근한 불에 끓인다.
절대 팔팔 끓이면 안 된다..
약불에 40분 정도 끓여주자.
그러면 어느새 완성이다.
너무 쉽지 않나? 과일 세척해서 썰고, 와인 부어 끓이면 끝이다. 너무 쉬워서 이걸 '레시피'라고 부르기에도 민망할 정도다.
손만 있으면 누구나 만들 수 있는 크리스마스 특식, 뱅쇼.
내일 크리스마스에는 집에서 따뜻한 뱅쇼 한 잔 마시며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는 건 어떨까? 평소 읽고 싶었던 책이나, 보고 싶었던 영화와 함께라면 더욱 금상첨화일 것 같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