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 안에 내 소원 있어

든든한 약속

by 김승희

이 시대를 사는 부모의 마음에는

말로 다 하지 못하는 기도가 하나씩 숨어 있다.

잘되게 해 달라는 바람보다

무너지지 않게 해 달라는 간구에 가깝고,

앞서 가게 해 달라는 소원보다

끝까지 서 있기만을 바라는 마음이다.


어른이 되었다고는 하지만

요즘의 청년들은 유난히 많은 것을 견뎌내며 산다.

노력의 값이 바로 돌아오지 않는 세상에서

자신을 의심하지 않는 일조차

큰 용기가 되어 버린 시대다.

내 아들들을 바라보는 어미의 마음도

그 다르지 않은 자리에서

매번 조용히 흔들린다.


대신 살아줄 수 없고,

대신 선택해 줄 수도 없기에

부모는 어느 순간부터

말을 줄이고 기도를 늘리게 된다.

조언은 점점 짧아지고,

바람은 더 깊어진다.


빌립보서 2장 13절 말씀을 들었다

신기하게도 이 말씀이

불안불안 흔들리던 맘과 생각을

평강으로 지켜주었다.



“너희 안에서 행하시는 이는 하나님이시니

자기의 기쁘신 뜻을 위하여

너희에게 소원을 두고 행하게 하시나니.”


이 말씀은

다그치지도, 재촉하지도 않는다.

무언가를 더 하라고 요구하지도 않는다.

이미 안에서 시작된 일이 있음을

조용히 알려줄 뿐이다.


그래서 문득 알게 되었다.

아이들 안에 남아 있는

아주 작은 바람 하나,

포기하지 못하고 붙들고 있는 마음 한 조각이

그들 스스로 만들어낸 의지가 아니라

하나님께서 이미 그 안에 두신

‘소원’ 일지도 모른다는 것을.


연말이 되어

집 안의 크리스마스 장식을 하나씩 걷었다.

반짝이던 것들이 사라지자

집이 조금 더 조용해졌다.

그날, 이 말씀을 액자에 담아

아들 방 문 앞에 걸어두었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설명도, 당부도 하지 않았다.

요즘은 말보다

문 앞에 남겨둔 침묵이

더 오래 마음에 남는 것 같아서다.


아마 새해도

여전히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이 말씀 하나가

아이의 걸음을 붙들어 준다면,

어미의 마음이 한결 놓일 것 같다.


기도는 늘 그렇게

소리 없이 등을 받쳐 주고,

확신은 말없이 사람을 든든하게 만든다.

이 말씀이

이 시대를 건너는 모든 자녀들과

그 뒤에 서 있는 부모들의 등에

조용히, 그러나 단단히 놓이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