없어요 그런 거!
나의 하루 루틴 중 낙이 뭐냐고 H는 물었다. 낙이 뭐냐니 사실 생각해 본 적 없다. 당황했지만 이내 마음을 가다듬고 운동이라고 말했다. H는 운동이 데일리 루틴에 포함이 되냐고 되물었다. 회사를 다니는 지라 오래는 못해도 아침에 5분 또는 끝나고 요가를 하니 어느 정도는 나의 루틴에 포함이 된다고 답했다.
그리고 H는 하루 낙이 맛있는 커피를 먹는 것이라고 했다. 커피, 난 커피를 좋아하지만 그게 내 하루 낙이라고 생각한 적은 없었는데 그러고 보면 내 낙은 뭘까? 그 질문은 꽤 오랫동안 내 머릿속에 맴돌았다. 사실 난 낙이 없다. 낙이 없다니! 인생을 무슨 재미로 살아?라고 하겠지만 낙이 없어도 될 만큼 그냥 모든 순간을 잘 지내고 있어서라고 말하면 답이 되려나.
사실 나도 낙을 애타게 찾았던 때가 있었다. 이전 직장에서 나는 컴퓨터 앞에 앉아만 있어 몸은 편했음에도 불구하고 아주 지루했다. 지루한 감정은 이내 나의 몸을 지치게 했고 끝나기만을 기다리듯 시계만 보다가 주짓수를 가곤 했다. 나의 낙이 뭐냐고 물어본다면 지루함을 털어내고자 발악했던 유일한 낙이었다고 말할 수 있다.
지금은 매 순간이 낙이다. 그냥 하루하루 온전하게 지내고 있다. 재미를 찾기보다는 순간에 존재하려 한다. 내가 그 순간에만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는 것. 그게 지루한 감정 없이 시간을 낭비하지 않는 일이라는 것을 알아버렸다. 다시 한번 나에게 낙이 뭐냐고 묻는다면 그냥 온전히 살아가는 것이라고 말해줘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