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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 앞에만 서면 작아지는 사람입니다

by 삼도씨

아이를 낳고 기르던 시절, 수영을 배우고 뜨개질을 했어요.


28년 만에 다시 수영장에 갔을 땐
'과연 물에 뜰까' 걱정했던 게 무색하게
팔다리가 자연스럽게 움직이더라고요.
물속에서 몸이 먼저 기억을 꺼내 주는 기분, 참 신기했어요.


뜨개질도 그래요.
오랜만에 실을 잡아도 수세미 정도는 뚝딱이죠.
예전엔 아이들 조끼까지 직접 떠서 입혔는데,
손이 기억하나 봐요.


그런데 말이에요.
작년에 열심히 배운 인디자인은
왜 이렇게 낯설까요?


한 달 내내 수업도 듣고,
책도 보고, 필기까지 해가며 공부했는데,
막상 작업하려 하면


“이거 어디서 설정하더라?”
“붙여 넣기가 왜 안 되지?”


결국 노트를 뒤적이거나 유튜브를 켜요.


수영이나 뜨개질은 그렇게 오래됐는데도
몸이 기억하고, 손이 알아서 움직이는데,
왜 컴퓨터 앞에만 서면 이렇게 버벅거릴까요?


생각해 보니,
'반복'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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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영은 일주일에 다섯 번 1년 넘게 다녔고,
뜨개질도 몇 년 동안 아이들 옷을 만들며 손에 익혔죠.
그러니까 동작의 기억이 몸에, 손에, 감각에 스며든 거예요.


근데 인디자인은?
몰아서 배우고, 한동안 안 쓰다가
급할 때만 꺼내 쓰죠.


마치 벼락치기로 외운 시험공부처럼요.

머리로 배운 건 금세 잊히지만,
몸으로 익힌 건 오래 가나 봐요.


그래서 요즘은 조금씩이라도 인디자인을 열어보려고 해요.
어제 했던 기능을 오늘도 한 번 더.
익숙해질 때까지, 손이 먼저 기억하게 될 때까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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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더디더라도,
이런 게 배움 아닐까요?
시간과 반복이 쌓여 만들어지는 마법 같은 것.


오늘도 또 한 번
어제 열었던 그 기능을 다시 해봅니다.
그래서… 언젠가는 저도
인디자인을 ‘뜨개질하듯’ 할 수 있기를 바라면서요 :)


금요일입니다.
이번 주도 수고했어요,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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