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볼펜 자국

by 화운

어른이 될수록 연필은 줄어들지 않고

볼펜의 잉크는 가뭄이 온 듯 말라가며

얇은 종이를 깊게 짓누르네


한때는 잘못 쓰인 내가 부끄러워

다 쓰지도 못할 지우개로 지웠지만

이젠 흠집도 펜으로 짙게 남겨 보려 하네


비틀려 쓰인 나일지라도 잊지 말자고

과거의 나를 버리지 말고 위로하자고

잉크가 마른 뒤의 나를 다독여주자고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