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게 처음으로 선물 받았던 연필 몇 자루
쓸 때마다 깎아내야 하는 번거로움에
한 자루도 다 쓰지 않았지.
심이 모두 닳기 전에 부러져버린 연필처럼
우린 모든 마음을 쓰지 못하고 두 동강 났지.
다시 붙인 연필로 백지에 쓰인 너는
복잡했던 감정선처럼 갈 곳을 잃었고
지우개로 문지른 자리엔 그림자가 남았지.
몇 년 뒤 서랍 구석에서 발견한 연필 하나
꺼내어 조심스레 깎아내어 보았지.
하나둘 떨어져 나가는 조각들에서
너를 깎아내렸던 말들의 파편이 보였다.
이제서야 알게 된 것 같아.
사랑을 쓰기 위해서 부드러워야 한다는 것을
잘 쓰고 잘 조각내어 마음을 보여야 한다는 것을.
한철 보내지 못하고 시든 꽃처럼
연필 한 자루 다 쓰지 못했던 내 마음, 내 사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