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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리는MK Feb 08. 2021

햄버거를 맛있게 먹는 방법

 





하교길에 꽤 커다란 햄버거 가게가 있었다.


아저씨는 커다란 뒤집개를 양 손에 든 채 무표정으로 패티를 굽고 계셨다. 햄버거 하나 주세요, 하면 노릇 노릇하게 구운 패티에다 케요네즈를 듬뿍 뿌린 양배추를 올리고 마지막으로 치즈 한 장을 얹어주셨다. 그 모든 작업이 뜨거운 철판 위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햄버거는 항상 따끈 따끈한 김이 모락 모락 올라왔다.


나는 그게 너무 맛있어서 집에 돌아갈 때 마다 그 햄버거를 꼭 하나씩 사 먹었다. 친구들이 집에 같이 가자, 하고 쫒아오면 살짝 아쉬울 정도였다. 그렇게 되면 한 입씩 나눠줘야 했기 때문이다. 어쩌다 청소당번이 걸려서 혼자 돌아가는 날이면 괜히 신이 났다. 온전히 햄버거를 독차지 할 수 있다는 사실에 그렇게 행복할 수 없었다.


하루는 혼자 햄버거를 사서 길을 걸어가고 있는데, 저 멀리 낯익은 뒤통수가 보였다. 내 친구 민정이었다. 나는 신발주머니를 붕붕 돌리며 그 애에게 뛰어갔다.


민정이는 먹깨비인 나보다 먹을 것을 더 좋아하는 친구였다. 항상 나보다 잘 먹었고, 어떻게 하면 더 맛있게 먹을 수 있는지 그 방법도 잘 알았다. 설탕 묻힌 핫도그에 케첩을 잔뜩 뿌리고 머스터드 소스는 딱 한 줄 발라야 맛있다는 것도 민정이가 알려주었고, 흐물거릴 정도로 푹 익은 파와 양념에 퉁퉁 불어있는 떡볶이가 맛있다는 것도 민정이가 알려주었다. 나는 그런 민정이가 정말 좋았다.


얼마나 좋았냐 하면, 혼자 먹으려고 산 햄버거를 아낌없이 반으로 북 찢어서 나눠줄 정도로 좋았다. 그 애가 반쪽짜리 햄버거를 받아들면서 지었던 함박웃음이 아직도 생각난다.


엠케이, 햄버거 맛있게 먹는 방법 알려줄까? 민정이는 양배추가 너무 많아서 뚱뚱해진 햄버거를 손바닥으로 꾸욱 눌러 납작하게 만드는 법을 알려주었다. 그래서 우리는 진지한 얼굴로 햄버거를 한참동안 꾹꾹 눌렀다. 지금에 와서 생각해보니까, 햄버거를 납작하게 만들어서 먹는다고 그게 정말로 맛있어 질 리가 없었다. 그저 햄버거를 선뜻 나눠준 내게 고마워서 맛있게 먹는 팁을 즉석에서 지어낸 게 아니었을까? 그렇게 생각하니까 웃음이 나온다. 나는 그 뒤로도 한참동안 햄버거를 납작하게 눌러먹었기 때문이다.



소식이 끊긴지 엄청 오래되어서 잘은 모르지만, 내게 이상한 버릇을 남겨준 민정이는 지금 영양사가 되었다고 한다. 그 애는 내 이야기를 건너 들으면서 무슨 생각을 했을까? 얘, 엠케이는 아직도 만화를 그린단다. 라는 이야기를 전해 들으면, 그렇게 먹을 것을 좋아하던 애가 만화를? 하고 의아한 표정을 지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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