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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rawrithink May 28. 2019

좋은 글의 조건

더 담백하게, 글쓰기

과거의 나는 글 쓰는 것을 좋아했는데, 어느새 부턴가 쓰지 않게 되었다.

이유는 왜인지 모른다. 영양가와 답 없는 생각만 많아지고, 잡념을 정화하여 옮기는 것에 스트레스를 받기 시작했다.

지금에 와서야 정말 '왜' 였는지 생각해보면, '내가 쓴 것보다 훨씬 좋은 글들을 많이 보아서'일 게다.

세상엔 훌륭한 필력을 지닌 사람들이 참 많고, 그러한 글들을 읽으며 나의 글쓰기에 움츠러들었는지도 모른다.


사실 좋은 글쓰기의 정답은 '다작'에 있다. 그것은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알고 있는 것보다 행하는 것이 어렵기에 세상 사람들이 글을 어려워하는 것 아닐까.

그동안 몰래 써 내렸다 지워진 글들도 허다하다. 나는 다소 내향적인 구석이 있어 개인적인 것을 공개하는 것에 주저한다.


여하튼, 내가 다양한 사람들의 글을 읽으며 '좋다'라고 느낀 지점들이 있다.


1. 길게 쓰지 않는다

글을 길게 쓰는 것은 글쓰기의 목적이 분명하지 않을 때, 쉽게 일어나는 현상이다. 나도 그랬다.

길게 쓰고 있다는 것은 직설적으로 말하면 무엇을 쓰고 싶은지가 없다는 것이다.

'두서없다'라고 할 수 있다. 어떤 이야기를 쓰고 싶은지가 머리에 분명하게 각인되어 있다면 짧아도 강력한 글 줄기가 생긴다. 글을 잘 쓰는 사람들은 말도, 글도 길게 늘어놓지 않는다. 


2. 국어로 순화한다

어느새부턴가 이유 없는 외국어와 외래어가 불편하고 껄끄러워지기 시작했다. 

이 문장을 예로 들어보겠다.

유저의 베네핏을 위해 마이너 한 포인트까지 디벨롭합니다

~의, ~위해, ~한, ~까지 외에 제대로 된 국어가 하나도 없다. 모조리 영단어이다. 물론, 특정한 상황에서 적절한 영단어를 사용하면 대화의 맥락이 매끄러워질 수도 있다. 하지만 여전히, 영어 단어를 많이 쓰는 사람과의 대화는 피곤하다. 내가 봐온 글을 잘 쓰고 말을 잘하는 사람들은 굉장히 매끄러운 한국어를 구사한다. (한국어 실력 1급이라고 해주고 싶다)

위의 아리송한 문장을 매끄럽게 순화하면 '사용자에게 좋은 경험을 주기 위해 섬세한 부분까지 고민합니다.' 정도가 되지 않을까. 혹은 '사용자에게 좋은 것을 주고 싶어요'라고 해도 알아들을 것이다.

사실 국어로 순화하는 것은 조금만 신경 쓰면 할 수 있는 일이다. 대한민국 5천만 국민들 중에 국어를 사랑하지 않는 이는 없으니까.

우리 회사에서만 봐도 '커뮤니케이션(Communication)', '태핑(Tapping)',  '베네핏(Benefit)', '컨선(Concern)', '컨센선스(cencensus)', '디벨롭(Develop)', '마일스톤(Milestone)' 등... 엄청난 양의 외국어/외래어가 사용되고 있다. 개인적으로 영단어를 많이 쓰는 사람은 잘난 척이나 허세가 많을 것이라는 편견을 심어주었고, 보편적인 영단어마저 국어로 순화해서 사용하는 사람은 세련된 인상을 주었다.

왜 세련되었을까? 글을 잘 쓰는 사람들은 대개 세심하다. 국어 순화는 기본이고 오타도 내지 않는다. 왜? 본인이 쓴 글을 뒷자리 정리하듯, 난초 다루듯 하나하나 꼼꼼히 들여다본 후 배포하기 때문이다. 하나의 흠도 인정하기 싫어하기 때문이 아닐까 추측한다.


3. 두괄식으로 쓴다

이 항목은 다른 글에서도 여러 번 보았다. '글 잘 쓰는 법', '좋은 글 쓰는 법' 등. 

한마디로, 'WHY'부터 쓰는 것이다. 내가 이 글을 왜 썼고, 결론은 무엇인지. 덕분에 강한 임팩트를 준다.

사실 쉽지 않다. 인간의 특성상 무모한 것보다 안정적인 것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가지고 있는 것을 모두 쏟고 난 후에 정리하는 것보다 하나씩 정리하여 완성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나? (나는 그렇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이야기하며 생각을 정리하기 때문일 수도 있다. 여하튼, 두괄식 글쓰기는 임팩트를 주며, 요즘같이 모바일로 글을 읽는 시대에 빠르게 생각을 전달하기 유용하다.

나를 비롯하여 많은 사용자들이 글의 제목을 보고 콘텐츠에 유입하며, 3초간 읽은 것에 흥미가 없다면 도로 이탈한다.

따라서 결론부터 던져놓고 시작하면 유입된 '물고기 사용자' 들이 도로 나가는 것을 조금이나마 촘촘하게 막을 수 있을 것이다.


4. 거품을 섞지 않는다

거품을 섞지 않는 것은 사실 숙련된 사람만 가능하다. 좋은 예로, '자기소개서'.

500자나 1000자 글쓰기가 너무도 익숙한 우리 세대. 가끔은 너무 짧아서 거품을 넣곤 했다.

통합적인 브랜드 경험을 부여하는데 관심이 많고, 다양한 관점에서 폭넓고 색다른 시각으로
현상과 사물을 바라보고 싶습니다.

나도 예전에 저런 [서타일]의 문장을 많이 써왔다. 이제 저런 류의 문장을 보면 머리부터 아프다.

가끔은 토할 것 같기도 하다. 담백한 글쓰기의 핵심은 사실 이것이다. 거품을 섞지 않는 것.

원액에 부드러운 목 넘김을 위한 약간의 '물'이나 '스파클링 워터' 정도를 섞는 것. 거품은 배만 부르니 금지.

한번 더 보고 싶고, 곱씹고 싶은 디자인을 하고 싶습니다.

이런 문장은 어떨까? 그래도 위의 거품 가득보다는 낫다.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알겠으니까.

핵심은 이것이다. '타인이 네가 하는 말을 알아듣게 하여라'

통합적 / 핵심적 / 다양한 / 가치 있는 / 혁신적인 / 총체적

보통 이런 류의 [굉장히 대단해 보이는] 단어들이 거품을 만든다.


5. 솔직하다

사실 나는 감정을 그대로 드러내는 것에 부끄러움과 걱정이 많았다. 

"이런 단어를 쓰면 혹시 오해하지 않을까?"

"이 말을 하면 부담스러워하지 않을까?"

"이 문장은 나의 가치관에 편견을 만들지 않을까?" 등등..


물론 글을 쓸 때 여러 가지 방향으로 고민하고 다듬는 것은 좋다. 하지만 감정이나 생각에 솔직하지 못하고,

남의 생각을 나의 생각인 양 써내리거나 공감하지 못하고 있는 것을 이해한 것처럼 사용하면 솔직하지 못한 '남의 글'이 된다. 내가 재밌게 본 글들의 작가는 매우 솔직하고 강한 표현도 마다하지 않았다.

자칫 오해가 생길 수 있는 문장도 무릅쓰고 사용하였으나, 결국 오해를 낳지는 않았다. 맥락으로 설득했다.

생각보다, 나의 의견을 솔직하게 내보였을 때 좋아하고 공감하는 사람이 많다.

그러므로 겁먹지 말고, 내 안의 생각을 담대히 내놓을 수 있도록 여러 번 시도해보자. (me too)


6. 쉽다

사실 이 항목은 '결과'에 가깝다. 쉽게 쓰는 것이 말은 쉽지만 어렵다.

쉽게 쓰기 위해선 내공과 시행착오가 필요하다. 나는 쉽게 쓴다고 썼는데 타인이 전혀 이해를 못 할 수도 있다.

쉬운 글의 기준은, 내 주변에 있는 사람 중 [글 읽는 것을 가장 싫어하는 사람]에게 내밀어도 글쓴이의 생각을 파악할 수 있는가?이다.

쉽게 쓰려면 쉽고 깔끔하게 작성된 글들을 많이 읽어보면 된다.


윤태호 <미생 시즌2> 중


윤태호의 <미생>을 보면, 직장 생활에서 세련된 언어를 구사하는 베테랑들의 예와 이유를 찾을 수 있다.

세련된 말하기, 글쓰기를 하는 사람들은 외형이 화려하지 않더라고 내면에서 빛이 난다.

나도 그런 사람이 되고 싶고, 그러기 위해선 다독과 다작을 망설이지 않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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