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drawrithink Jul 02. 2019

IT회사의 브랜드 가이드라인

브랜드 가이드라인, 어디까지 관리해봤니?

당신이 브랜드 디자이너라는 전제 하에,

몇 가지 질문을 해보겠다.


A. 브랜드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본 적 있는가?

B. 동일한 브랜드의 가이드라인을 필요에 의해 업데이트해본 적 있는가?

C. 전통적 브랜드 가이드라인의 변화 필요성을 느낀 적이 있는가?

D. 매체와 트렌드 변화를 반영한 브랜드 가이드라인을 제작해 본 경험이 있는가?


브랜드 디자이너라는 포지션으로 최소 2년 이상 일해본 사람이라면 A, B 항목에 대해서 쉽게 YES라고 대답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조금 더 깊숙이 들어간 질문인 C, D에 대해서는? 모두가 YES는 아닐 것이다.

심지어 경험이 많은 디자이너의 경우에도, C항목은 모르겠으나 D항목에 자신 있게 YES라 답하기 어려울 수 있다. (사실은 필자도 그렇다)


이전 글에 '브랜드 아이덴티티(a.k.a. 로고)'의 몰락에 대해 언급한 적이 있었으나,

앞서 말했듯 CI/BI의 몰락이 그것의 완전한 부정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단지 브랜드 디자인 에이전시가 회사를 환골탈태해줄 '신적 존재'처럼 여겨졌던 브랜딩 1세대 때와는 그 중요성과 입지가 달라졌다는 것일 뿐.

하나의 서비스가 탄생하기 위해 여전히 브랜드 로고가 필요하고 초기 브랜드 로고를 제대로 개발한다면 이후에 잦은 리뉴얼의 필요성도 없어질 것이다. '제대로' 해야 할 일 중 하나는 브랜드 가이드라인을 체계적이고 실용적으로 제작하는 것이다. 잘 정리된 브랜드 가이드라인은 브랜딩과 마케팅에서의 혼재를 줄여주고 해당 브랜드의 토양과 뿌리를 건재하게 한다. 체계적인 브랜드 가이드라인 제작은 첫 단추를 제대로 끼우는 일과 같다.


나는 브랜드 컨설팅/디자인 에이전시에서 약 6년간 근무했고 2년 전부터 IT업계 인하우스 브랜드 디자이너로 일하고 있다. 덕분에 새 브랜드를 만들 때의 초기 브랜드 가이드라인 제작과, 이후 브랜드 관리 측면에서의 가이드라인 수정 및 배포 업무를 모두 경험했다.

사실 에이전시에서의 브랜딩이란 단기 프로젝트에 가깝기 때문에, '해당 프로젝트의 최종 산출물'로서 브랜드 가이드라인을 다루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렇다고 에이전시의 탓은 아니다. 정기적인 비용을 받지 않고선 해당 브랜드를 5년, 10년간 붙잡고 관리할 수 없으니. 이 때문에 외부에 의뢰하여 받은 브랜드 가이드라인의 경우 현실적인 니즈가 반영되지 않은, 겉 보기엔 시쳇말로 '까리'하지만 실용성이 떨어지는 항목들이 많다.

따라서 인하우스에서 브랜드를 관리하는 위치에 있다면 브랜드 가이드라인 제작 전에 잘 정립된 타 브랜드의 가이드라인을 조사하고 우리 브랜드에 필요한/필요 없는 항목을 하나씩 따져보는게 좋을 것이다.


펩시 가이드라인 속 익살스러운 이모지는 도대체 어디에 사용할 수 있을까?


본 글에서는 굴지의 IT기업들이 잘 정리해 놓은 온라인 기반(Online Based) 브랜드 가이드라인에 대해 소개하고자 한다.


소개하기 전에, '온라인 기반'이라는 것은 정확히 어떤 변화를 이야기하는 것인지 설명하겠다.

브랜드 디자이너라면 많은 기업 브랜드 가이드라인이 오프라인 기반이라는 것을 알고 있을 것이다. 말인즉슨, 최종 산출물이 AI 또는 PDF이며 그것을 매번 업데이트하여 일일이 배포하거나 웹페이지 한편에 다운로드 가능한 형태로 자리 잡고 있다는 뜻이다. 내가 에이전시에 근무하던 시절에도 프로젝트가 끝날 무렵 삼삼오오 파트를 나누어 맡아 어도비 일러스트레이터로 가이드라인을 완성하였다. 그리고 그것을 기업에서 원하는 부수대로 인쇄하여 나누어줌으로써 공식적인 프로젝트가 종료되었다. 마치 졸전 후에 도록을 나누어주고 끝나는 것과 비슷한 느낌이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피할 수 없는 몇몇 오탈자들과 인쇄 후엔 수정이 어렵다는 단점이 있었다.

또 여러 가지 프로젝트를 동시에 진행하는 관례 상 어느 정도 획일화된 '목차'가 존재했다.

'격자 그리드'는 벽에 일정 배율 이상 확대한 로고를 손수 그리던 시절 유용했으나, 지금은 없어도 되는 고전적 항목 중 하나이다 (출처 : www.hillstate.co.kr)

그러다 보면 겉만 다르고 속은 같은 소울리스(Soul-less) 가이드라인이 탄생하기 일쑤였다.

이 시점이 내가 '질문 C'에 관해 생각하게 된 계기일 것이다.

또한 최근 여러 가지 협력사에 가이드라인을 배포하고 검수하는 과정을 반복하며 온라인 기반 가이드라인의 필요성을 여실히 느꼈다.


온라인 기반으로 브랜드 가이드라인을 정립한다면 다음과 같은 장점이 있다.

수정과 배포가 용이하다

분야에 상관없이(디자이너/기획자/개발자 등)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다

업데이트에 따른 혼선이 없다(구버전과 신버전의 혼동이 없다)


서론이 요란하게 길었다.

이제부터 온라인 브랜드 가이드라인 사례를 소개하겠다. (2019.07 기준)



1. Instagram Brand Guidelines & Assets

https://en.instagram-brand.com

인스타그램의 강력한 브랜드 요소인 'Gradient'를 Key visual로 하여 페이지를 완성하였다.

적절한 화면 분할과 스크롤 효과로 가이드라인에 대해 쉽고 빠르게 이해할 수 있도록 기획하였다.

인스타그램의 브랜드 아이콘을 대담하게 배치했다. 왠지 모르게 골똘히 보게 되는..

사족 없이 꼭 필요한 항목들과 언제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 어떻게 하면 안 되는지 정도만 설명하고 있다.

잘 제작된 가이드라인의 조건 중 하나가 '쉽게 파악할 수 있음'이라고 생각한다.



2. Uber Brand Guidelines

https://brand.uber.com

BI 리뉴얼 후 훨씬 모바일 최적화되었다

Uber는 온라인 상에서 가이드라인을 가장 세분화한 사례 중 하나이다. 기본 BI 시스템뿐만 아니라, 브랜드 아키텍처와 서브 브랜드, 하이어 라키 등 모든 항목을 체계적으로 정리하였기에 다양한 면에서 도움이 될 것이다.

서체의 굵기를 통해 브랜드 하이어 라키를 완성하였다. 디지털 브랜딩에서의 영리한 사례

3. Sportify Branding Guidelines

https://developer.spotify.com/branding-guidelines/

Sportify의 브랜드 가이드라인은 개발자들에게 필요한 항목 위주로 간단명료하게 정리해두었다.



4. Medium Branding Guidelines

https://medium.design/logos-and-brand-guidelines-f1a01a733592

Medium의 브랜드 가이드라인 또한 워드마크와 모노그램을 중심으로 필수적인 사항들만 가이드하였다.

TMI. Rebooting the Medium Identity

2017년 리뉴얼한 Medium BI가 모바일 최적화를 위해 어떤 디테일을 바꾸었는지 궁금하다면 읽어보시라



5. Netflix Brand Assets

https://brand.netflix.com/en/assets/brand-logo/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BI 중 하나인 Netflix. 자신감이 뿜뿜한 스타일이다
재치 있는 Do not List. Netflix 로고는 신성해서 구겨지거나 잘리면 안 된다.



6. Asana logo and design styles

https://asana.com/styles?missingtranslation=es#i18n-404

업무 관리 툴인 asana의 브랜드 가이드라인. 역시 레이아웃이 시원시원하여 웹에서 확인하기에 편리하다.

이 정도 재치는 디자이너의 센스



7. Facebook Brand Resource Center

https://en.facebookbrand.com/#brand-guidelines-assets

최근 Facebook UI가 리뉴얼되었다. 기존 칙칙한 강물 색깔(?) 같던 브랜드 색상을 과감히 버리고, 호수 물빛같이 청명한 색상으로 변경하였다. 또한 사각 형태의 'f' 로고에서 원형의 'f'로고로 리뉴얼했다.

페이스북 브랜드 리소스 센터에서는 페이스북의 최신 버전 브랜드 어셋을 다운로드 가능하며, 활용법에 대해 상세하게 알 수 있다. 엄지손가락 아이콘부터 마케팅 활용 시 사용할 수 있는 문구의 뉘앙스까지도 안내하고 있다.




총 7개 IT 회사의 온라인 브랜드 가이드라인을 소개하였다.

우리가 익히 알고 유명한 브랜드라는 것은, 그만큼 철저하고 치밀하게 브랜드가 관리되고 있다는 뜻이다.


오프라인 기반의 브랜드 가이드라인을 온라인화 하는 것은 마치 우리 집 캐캐 묵은 창고를 청소하는 것 같아서 시작하기 전엔 어디서부터 어떻게 정리해야 할지 막막하고 아득할 수 있다. 하지만 잘 정리해 놓은 브랜드 가이드라인은 대외적으론 사용자들과 협력사로 하여금 잘 관리되고 있는 브랜드라는 인상을 심어줄 수 있으며, 대내적으로는 커뮤니케이션의 오류를 현저히 줄여주는 효과가 있다.


브랜드 가이드라인은 더 이상 우리 회사 구석에 먼지 쌓인 역사책 같은 존재여선 안 된다.

변화하는 시대의 양상에 따라 브랜드 가이드라인을 기록하고, 관리하고, 수정하는 방식 또한 달라지고 있다.

한 번 점검해보도록 하자. 우리 회사의, 내 브랜드의 가이드라인은 어떻게 관리되고 있는지 말이다.

요식행위로써의 건조한 문서인지, 실용적인 길라잡이인지.



작가의 이전글 책이 좋은 부부의 책방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