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서 오셨어요?’
‘충주요.’
‘아~ 시골 쥐네~’
2017년 겨울, 대외활동에서 알게 된 A의 주선으로 내 생에 첫 소개팅을 하게 됐다. 퇴근하는 회사원들로 분주한 오후 6시, 지하철 출구 앞에 도착했다. 누군가를 기다리는지 휴대폰을 만지작거리며 의미 없는 시선을 거두는 사람이 총 넷. 이 중에 있을까.
도착했다는 메시지에 답변하듯이 자신의 머리부터 발끝까지를 읊어 주는 친절함을 따라갔다. 4명 중에 가장 끝에 서 있던 D, 그렇게 D를 만나게 됐다. 아!, 네! 가 반 이상인 대화 속에서 어색한 침묵이 이어졌다. 인근에 맛집이 있다는 D를 따라서 한 음식점에 들어갔다.
서툰 만남 속에서 취조하듯이 질문이 오고 갔다. 대학교 때문에 상경했다는 내 말에 D가 어디서 왔냐고 물었다. ‘충주요.’ 청주냐고 되묻는 말에 의식하듯이 강조했다. ‘아니요. 충주요. ‘그후 D의 말에 기분이 묘했다. ‘아~ 시골 쥐네~‘ 시골 쥐라니. 동화에서 나오는 시골 쥐와 서울 쥐의 그 시골쥐인가.
당시 서울에서 아등바등 시간을 보냈던 내게 시골 쥐라는 말은 왜인지 거북하게 들렸다. 마치 서울에서 영원히 이방자일 수밖에 없다고 말하는 거 같았다. 그 후의 대화들은 파스타와 함께 목구멍으로 흘려 넘겼다. 한강을 지나 도착하는 지역 기숙사. 지하철 차창 너머로 보이는 한강이 오늘따라 차가워 보였다.
‘그래서 D는 서울 쥐였어?’ 자신이 더 황당해하는 룸메이트에게 D는 어렸을 적 서울로 이사를 왔다고 답했다. 잠들기 전, 시골 쥐라고 웃으며 얘기하던 D의 얼굴이 기억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