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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득 Mar 21. 2021

시내

 ‘시내 가자.’ 충주에서는 십중팔구 모두가 한 곳만을 떠올릴 것이다. ‘성서동 젊음의 거리.’ 유일무이했기 때문에 재미있는 순간도 분명 있었다. 그러니까 가는 걸음마다 자석처럼 모든 이를 만날 수 있었다. 친구, 친구의 친구, 친구의 친구의 친구. 있지도 않은 텔레파시를 꺼내며 마음이 통했다고 즐거워했다. 돌아보니 조금은 서글픈 이유였다.


 시내는 고등학생 때까지 마음을 먹고 가야 하는 곳이기도 했다. 그도 그럴 것이 40분 동안 마을버스를 타고 가야 했기 때문이다. 버스가 바로 오는 것도 아니니까 여유롭게 1시간, 그러면 왕복 2시간. 이러니 시험이 끝났거나, 졸업식이거나, 생일이거나 특별한 날에만 찾게 되는 것이다.


 일 년에 몇 안 되는 그런 날, 다가오기 몇 주 전부터 계획을 짰다. 여기 들렀다가, 점심을 먹고, 저기 들렀다가, 저녁을 먹고. 매번 같은 곳만 빙글빙글. 그런데도 조금의 불평도 없었다. ‘얼마만의 시내인데.’ 이유 없이 거리 위에 놓이는 시간까지 절약하고, 또 절약했다. 일말의 허점도 보이지 않기 위해서. 한없이 전투적이면서도, 한없이 진지했다.


 ‘시내 가자.’ 서울은 이해하지 못했다. 우습게도 605.20㎢가 시내 그 자체였기 때문이다. 그러니 특정하게 한 곳을 지칭하지 않았다. 가는 걸음마다 자석처럼 모든 시내를 만날 수 있었다. 의지와는 상관없이. 그렇다고 모든 이를 만날 수 없었다. 그것도 의지와는 관계없이.


 텔레파시가 닿기 위해서는 구체적이어야만 한다. 시내치곤 605.20㎢는 광활하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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