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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득 Mar 30. 2021

한강


 ‘나는 개똥벌레. 친구가 없네.’ 운동회 때 응원가로 빠지지 않던 노래였다. 6월의 밤은 그들의 차지였다. 어른벌레가 쏘아 올린 빛은 어두컴컴한 시골을 밝히기 충분했다. 손에 잡히지 않아 아쉬운 대로 눈에 담았다. 이내 개똥벌레가 있는 힘껏 빛을 발했다. 눈을 감아도, 눈에 잔상이 남았다.

 한강을 찾곤 했다. 낮보다는 밤에. 습한 바람이 불어오는 그런 밤에. A는 개똥벌레처럼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통유리로 된 한강 아파트에서 살 거야.’ 기숙사, 셰어하우스, 원룸을 전전하던 마음에도 그런 빛이 들었다. 한강이 보이는 곳이라면 2주도 괜찮은 시간이지 않을까.

 아파트인지 고층 빌딩인지 모르는 빛들로 둘러싸인 곳. 그러니까 하루를 끝내고 돌아온 *반딧불이가 뿜어내는 빛과 채 하루를 끝내지 못한 반딧불이가 뿜어내는 빛이 어우러진 곳. 그것들이 모여 스포트라이트처럼 나를 비춰주었다. 이내 무대에 선 주인공처럼 떨어버렸다.

 ‘나는 개똥벌레. 친구가 없네.’ 밤인지 낮인지 모를 하늘에 휴대폰 후레쉬를 비추었다. 어울리기를 바라는 개똥벌레처럼. ‘20억.’ 그 위로 현실감 없는 잔상이 떠올랐다. ‘오늘 밤도 그렇게 울다 잠이 든다.’ 눈을 감으니, 빛은 바래고 영영 사라졌다.


경기에서 이겼는지 졌는지 모를, 그런 상실의 밤이었다.

*반딧불이 : 개똥벌레라고도 불리며, 수명은 2주 정도로 6월경 어른벌레가 되어 빛을 내며 밤에 활동을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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