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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롱 Jan 14. 2023

시설관리자

내 인생의 ㅈ소체험기 06

나는 지방공기업에 입사했다.

내가 맡게 된 업무는 시설관리 파트 업무이다. 공공기관에서 운영하는 수영장의 수질을 관리하고, 수영장의 수온과 샤워장의 수온 유지 그리고 그 외 시설물의 유지보수 등의 업무가 나의 주된 업무이다.

다행히, 나는 공기업 직원으로서, 내 직업은 웬만한 작은 사기업보다는 좋은 포지션에 있지만, 만약, 내가 공기업이 아닌, 사기업에서 동종의 업무를 해왔다면, 나는 하루라도 빨리 이 지옥 같은 곳을 탈출해서 더 좋은 곳으로 이직을 생각하고 있었을 것이다.(물론, 이직은 항상 염두에 두고 있다.)

유사한 업무를 하는데, 회사의 종류, 급여의 체계와 형태, 수당의 유무 등에 따라, 시설관리라는 업무는 괜찮은 직장이 될 수 도 있고, ㅈ소기업이라고 생각될 수 도 있으니까 말이다.




[관계자 외 출입금지]

나는 관계자다. 대부분의 건물의 어딘가에는 [관계자 외 출입금지]라고 적힌, 제한구역들이 존재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제한구역 내에 무엇이 있는지도 모르고, 무엇을 하는 공간인지 조차 알지 못한다. 관심조차 없다. 가끔 영화나 드라마에서는 살인사건이나 범죄가 일어나는 곳으로 묘사가 되곤 하지만, 그곳에서는 나와 같은 시설관리자들의 보이지 않는 업무공간이다. 건물의 화재를 예방하는 설비를 점검하고, 건물의 공기를 순환시키고, 냉난방을 가동하며, 전기를 공급하는 각종 여러 제한구역 내의 시설들이 멈추지 않고 정상적으로 작동하게 하는 것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의 우리의 일이다.


대기시간. 노는 중? 일하는 중?

보통, 설비가 무난하게 돌아간다면, 우리의 업무는 생각보다 자유롭다. 그 시간을 어떻게 활용할지는 본인들의 재량에 달렸다. 자기계발을 하기 위해, 부지런히 공부하는 사람도 있고, 두 번 세 번 설비를 재확인하러 순찰을 가기도 한다. 반면, 유튜브나 넷플릭스를 틀어놓고, 한 시즌의 드라마를 마무리하며, 아무런 문제도 없다고 판단하는 사람들도 있다. 또 일부는 스마트폰이 보급된 이후로 모바일 게임만 하다가 가는 사람도 있고, 잠만 자다 가는 사람도 있다. 그렇다고 해서, 이러한 대기 시간에 존재하는 시설관리자들을 단순히 일도 안 하고 돈만 받아가는 월급루팡이라고 판단할 수 있을까?


아니다.

우리가 일을 하게 되었다는 건, 건물 내 설비에 문제가 생겨, 누군가 불편을 겪되었다는 말이다. 빠르게 조치하지 못하면 그것은 사고로 발전하거나 민원이 되기도 한다. 반대로 말하면, 우리들이 대기하고 있는 시간은, 평소의 원만한 점검을 통해, 설비들이 순탄하게 정상적으로 가동되고 있다는 뜻이다.

시설관리자들의 대기시간은, 어찌 보면 비상상황이 발생했을 때 그것을 해결하기 위한 시설관리자의 능력을 미리 구매해 놓은 것이라고 생각하면 되겠다. 우리가 인터넷에서 물건을 구매했을 때 배송대기 중 상태라고 나온다고 해서, 판매자가 일을 안 하고 있다고 말하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지 않은가?




이러한 사람들의 시설관리인에 대한 편견은, 대부분 돈으로 귀결된다. 혹자들은 평소에 바쁘게 일하지 않으니, 많은 급여를 줄 필요가 없다는 의견도 있고, 힘든 일 하지 않으니, 적게 급여를 주어야 한다는 의견도 많다. 24시간 가동하는 설비에서 휴식시간을 줌으로써 감단직(감시단속적 근로자 : 야간수당 등의 급여를 휴식시간이라는 명목하에 안 주어도 되는 악법)이라는 명목하에 급여를 제하기도 한다. 이렇기에 여전히 시설관리인들의 급여는 하는 업무량에 비해 적은 최저임금급에 머무르고 있다. 물론 기업 by 기업이지만, 여전히 시설관리자라는 업종은 [호백병마아리수] 라는 기피이 생길 정도로, 열악하다.(호텔, 백화점, 병원, 마트, 아파트, 리조트, 수영장 -> 업무량에 비해 적은 급여로 많은 직장인들의 추노가 일어난다.)




누군가는 알아주었으면.

작금에도 여전히, 그들을 향한 사람들의 인식은 좋지 않다. 구체적으로 그들이 무엇을 하는지 모르고, 대수롭지 않은 하찮은 일로 여긴다.

전기안전관리자, 소방안전관리자, 도시가스안전관리자, 검사대상기기선임자, 승강기 안전관리자, 기계설비유지관리자. 등 각자 보이지 않는 곳에서, 사고 발생 시 선임(사고발생 시 책임을 지는 포지션)을 걸고 소정의 수당(ex)적게는 3만 원 많게는 50만 원까지 등)을 받고 말이다, 그들의 미래를 알 수 없는 리스크에 베팅한 것이다. 인생을 걸고 일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 그들이 일하는 모습을 보면 "고생하십니다"같은 한마디만 해주길 바란다.


그들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여전히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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