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가 중천에 떠있는 연휴의 마지막 날. 바깥의 날씨는 잃어버린 우리 기억 속의 겨울이 다시 돌아왔는지, 역대급 한파가 몰아쳤다. 생일날 받은 도미노피자 기프트콘을 쓰기 위해 오토바이를 타고 테이크아웃을 하러 간 나는 아마 뇌의 주름사이에 얼음이 얼었나 보다.
어우 시벌 추워
칼바람을 헤치며 오는 길. 주둥이에선 절로 나오는 욕. 어렵사리 추위를 뚫고 사온 블랙타이거 슈림프 피자. 먹을 때 까진 몰랐지. 피자의 유혹에 빠져 냉기를 다이렉트로 맞아 버린 내 신체가 기능을 잃었다는 걸.
빌어먹을 블랙타이거 슈림프 피자. 맛은 또 왜 이래 있는 지.
밥 먹자마자 누우면 곰 된다던데 추운데 따뜻한 전기장판이 날 기다리니 안 누울 수가 있나. 편한 복장에서 전기장판과 융화가 되자, 몸이 추웠다 더웠다 하는 찰나에 감기몸살 균이 침투했나 보다.
세상이 어지럽기 시작하고, 관자놀이 어딘가에서 우측 안구뒤편에 고통을 전해준다. 입안 깊은 속 우측 상단 어금니도 찌릿찌릿하며, 우측광대의 감각이 무뎌진다.
보통 나의 몸살 증상은 우측 안면으로 부터 시작되곤 한다.
따뜻한 전기장판 속에서 두통을 잠재우기 위해 억지로 잠을 청한다. 명절날 저 멀리 서울에 다녀오신 부모님께서 귀가하셨지만, 제대로 인사조차 하지 못하고 앓아누워있다. 소화촉진을 위해 카베진 알파를 섭취하고, 몸살기를 잠재우기 위해 쌍화탕 1병을 데워 마신다. 그리고 식사도 거른 채 계속해서 잔다. 또 잔다.
12시간 째 잔다. 또 잔다. 계속 잔다. 언젠가 평상시 처럼 눈을 뜰 수 있을 때 까지.
혹여나 겨울을 잊었을까 싶어 찾아온 그대인가. 한 번쯤은 만나주지 않고 1년쯤 스쳐도 좋으련만. 매년 단 한 번도 빠지지 않고 날 찾아오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