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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롱 Jan 25. 2023

갑자기 찾아온 그대

감기몸살

눈앞의 세상이 갑자기 핑핑 돈다.

해가 중천에 떠있는 연휴의 마지막 날. 바깥의 날씨는 잃어버린 우리 기억 속의 겨울이 다시 돌아왔는지, 역대급 한파가 몰아쳤다. 생일날 받은 도미노피자 기프트콘을 쓰기 위해 오토바이를 타고 테이크아웃을 하러 간 나는 아마 뇌의 주름사이에 얼음이 얼었나 보다.


어우 시벌 추워


칼바람을 헤치며 오는 길. 주둥이에선 절로 나오는 욕. 어렵사리 추위를 뚫고 사온 블랙타이거 슈림프 피자. 먹을 때 까진 몰랐지. 피자의 유혹에 빠져 냉기를 다이렉트로 맞아 버린 내 신체가 기능을 잃었다는 걸.

빌어먹을 블랙타이거 슈림프 피자. 맛은 또 왜 이래 있는 지.




밥 먹자마자 누우면 곰 된다던데 추운데 따뜻한 전기장판이 날 기다리니 안 누울 수가 있나. 편한 복장에서 전기장판과 융화가 되자, 몸이 추웠다 더웠다 하는 찰나에 감기몸살 균이  침투했나 보다.

세상이 어지럽기 시작하고, 관자놀이 어딘가에서 우측 안구뒤편에 고통을 전해준다. 입안 깊은 속 우측 상단 어금니도 찌릿찌릿하며, 우측광대의 감각이 무뎌진다.

보통 나의 몸살 증상은 우측 안면으로 부터 시작되곤 한다.




따뜻한 전기장판 속에서 두통을 잠재우기 위해 억지로 잠을 청한다. 명절날 저 멀리 서울에 다녀오신 부모님께서 귀가하셨지만, 제대로 인사조차 하지 못하고 앓아누워있다. 소화촉진을 위해 카베진 알파를 섭취하고, 몸살기를 잠재우기 위해 쌍화탕 1병을 데워 마신다. 그리고 식사도 거른 채 계속해서 잔다. 또 잔다.


12시간  잔다. 또 잔다. 계속 잔다. 언젠가 평상시 처럼 눈을 뜰 수 있을 때 까지.




혹여나 겨울을 잊었을까 싶어 찾아온 그대인가. 한 번쯤은 만나주지 않고 1년쯤 스쳐도 좋으련만. 매년 단 한 번도 빠지지 않고 날 찾아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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