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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롱 Feb 03. 2023

생존을 위해 운동을 합시다.

"운동은 다음 생에 하겠습니다. 운동? 그런 말은 제 사전엔 없습니다."

주변인들에게서 "운동 좀 해라"라고 말을 들으면 으레 하던 말이었다. 현재 웬일로 헬스장 3개월 차. 그러고 보니 운동의 필요성을 자각하게 된 것은 재작년 연말이었던 것 같다. 별생각 없이 받던 건강검진에서 [공복혈당장애] 판정을 받고 난 이후, 의사 선생님께서 "운동 안 하시면 당뇨 옵니다"라는 말을 들었다. '30대에 당뇨라니. 무슨 개소리세요 의사선생님. 그런 일은 없을 거'라 생각했지만, 타이밍 절묘하게도 100kg을 넘는 친구가 당뇨에 걸려 살이 빠지고 건강관리에 돌입하게 되었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을 때, '잘못하면 내 인생도 사달 나겠다.'라는 생각에, 집 근처 저수지 걷기부터 시작해 보자는 마인드로 하루 10km씩 걷기를 시작했다.


작심삼일이라 했던가. 3일보다는 긴 기간이었지만 2달이 채 못 되는 시간 동안 매일 걷기를 하면서 건강해지는 착각을 안고 이제 '나도 날씬한 사람이 되겠지'라고 여기던 찰나, 인사이동을 통해 너무나 바쁜 센터로 오게 되었고, 생명을 담보로 시작한 운동은 그렇게 끝이 났다.(사실은 업무는 핑계고 의지박약이 원인. 매섭게 추워진 날씨 역시 운동을 그만두게 하는 데 한몫했다.)


하지만, 작년. 한없이 올라가는 몸무게를 보고, 침대에서 전기장판과 물아일체가 된 나를 보니 운동에 투자를 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기분이 들었고, 운동이란 분야에 작심삼일의 나를 잘 알았기에, 저렴한 근처(?) 공공기관의 헬스장이라도 맛보기로 했다. (돈을 투자하면 아까워서라도 열심히 하지 않을까? 라고 생각함)


나는 현재 체육센터에서 근무 중인데(시설관리), 집 근처에 등록할 바에 일을 마치고 체육센터 내 헬스장에서 운동을 하고 오면 안 되냐는 주변의 권유에 "회사에 있는 것 자체가, 운동이 아니라 업무의 연장입니다. 숨만 쉬어도 일하고 있는 중입니다."라는 궤변을 쏟아내며, 집 근처 공공기관 헬스장을 등록한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여기가 오토바이로 10분 정도 거리에 위치해 있고(도보로는 30분), 수건도 제공해주지 않아 단점이 많았다. 게다가 최근 한 달간 급작스런 한파덕에 오토바이를 타고 10분을 달려 헬스장에 다녔으니 감기가 찾아온 건 당연한 일이었다.


헬스장에서는 두 달 정도 아무런 플랜도 없이 무작정 가서 러닝머신을 달렸다. 천천히 걷기부터 시작해서 한 단계씩 무작정 달렸다. 0.1km마다 속도를 0.1km/h씩 올렸다. 운동 자체를 좋아하지 않았기에 유산소가 차라리 재미있었다. 근력운동 따위는 하지 았다. 흥미가 생기지 않기도 했고, 방법도 모르니까. (그리고 근육질 몸매는 내 스타일이 아니기도 하고.)


2달 정도 헬스장을 다니면서 어느 날 문득 인스타그램 릴스에서 몇 달 만에 10킬로 넘게 빼는 방법 이라면서 러닝머신 인터벌 달리기에 대한 영상이 우연히 올라왔다. 다이어트+건강이 목표였던지라 그 영상을 참고해 얼마 전부터는 인터벌 러닝을 시작했다.

6km/h 5분. 걷기.

7km/h 1분 30초. 빠르게 걷기.

10km/h 2분. 달리기.

4km/h 1분 30초.

총 5세트

50분 정도의 운동시간. 스스로의 운동의지를 최대한 끌어올린 결과 값이었다. (속도는 나에게 맞춰서 조정했다.)


얼마 전 감기가 걸렸음에도 나름 의지를 보여주기 위해 헬스를 간 덕에, 감기가 악화되어 오히려 며칠을 쉬어버렸고 2달간 등록했던 헬스장은 추가접수를 못하고 끝나버렸다. 안 그래도 너무 추웠던 탓에 가까운 곳으로 옮기려 마음먹었던 찰나에 잘된 것 같기도 했지만, 사설 헬스장들이 요즘은 너무나 비쌌기에 고민을 많이 했다.


1/27 회사에서도 고민상담을 많이 했다.

저렴한 대신 멀리 있는 공공헬스장 vs 비싸지만 가까이 있는 시설 좋은 헬스장.

"장롱 주임님이 1년간 운동 안 할 게 뻔하니까, 러닝머신만 달릴 건데 뭐 하러 좋은 헬스장 가냐? 저라면 공공헬스장을 다닐 것 같아요" 모든 사람들의 의견이었다. 게다가 시설 좋은 사설 헬스장은 1/31까지 지금 가격을 유지하고 2/1에 금액을 올린다고 하니. 더더욱 마음은 급박해졌다.


1/31 글쓰기 모임을 다녀왔더니 1월이 끝나버렸다. 결국 고민하던 두 개의 시설 모두 등록하지 못했다.


하지만, 새옹지마. 왜냐? 집 근처에서 3달에 15만 원. (즉 1달에 5만 원짜리) 낡고 오래된 시설이지만 수건도 주고 있을 건 다 있는 그런 시설을 찾았으니까.


오늘도 달리고 있습니다.

그렇게 오늘부터 새 헬스장에서 달리기 시작이다. 계속 생존을 위해서 운동을 합시다. 헬창 그런건 꿈도 안 꾸고 가늘고 길게 살기 위해 운동을 합시다.

(여담이지만, 돼지라서 그런지, 평생 운동 한번 안 해본 인간이라 그런지, 식이조절, 식단 같은 건 1도 안 하고 3달 무작정 러닝머신만 뛰었는데 4kg이나 빠진 건 자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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