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3일 금요일 17시 30분. 조금은 이른 시간, 청색 와이드팬츠에회색 코트를 걸쳐 입고, 빨간색 워머를 장롱에서 꺼내 목에 두른다. 붉은색 하이탑 슈즈를 신고, 보랏빛 갤럭시 버즈2를 귀에 꽂는다. 분홍색 아이패드를 남색가방에 집어넣고 집을 나선다.
금요일 저녁 퇴근시간. 저마다의 일을 마치고 집으로 향하는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들 사이, 한 번도 도전해 본 적 없는 색다른 모임에 참여하기 위해 서있는 장롱군이 있다.
며칠 전, 갈지 말지 고민했던 독서모임이다. 독서편향 덕에 잘 읽지 않는 제법 어려운 도서가 미션 도서로 선택돼서 난감한 상태이지만, 몇 날며칠에 걸쳐 힘겹게 관련 단편소설 4권을 읽은 찰나였다. '조금은 일찍 목적지에 도착해서 다시 책을 한번 훑어봐야지'라고는 생각했지만 뜻대로 될리는 만무하다.
이 모임은 독서모임과 글쓰기 모임을 번갈아 하는 모임인데, 글쓰기 모임에 흥미가 있어서 가입했다가, 오히려 독서모임이 먼저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참여하게 된 것이다. 단톡방에서 내 글을 읽으신 모임원 한분께서 해주신 카톡메시지 한 줄이 이번 모임에 참여하는 계기가 되었다.
선택은 어렵지만 답이 정해져있다면야.
사람들로 가득 찬 133번 버스 안에서, 후끈한 열기를 느끼며, 오늘의 미션도서 이상문학상 선정도서 옥수수와나를 비롯해 스프레이, 그림자를 판 남자, 국수 등의 책에 대한 후기를 살펴본다. 4편의 도서 중 취향이 맞는 스프레이라는 소설을 제외한 3편의 소설은 블로그의 여러 후기를 보아도 도통 무슨 소린지 알 수가 없다. 문학의 벽이란 이렇게 높은 것이다.
버스정류장에 하차하여 목적지인 스타벅스까지 천천히 걸어간다. 조금은 쌀쌀한 겨울바람이 후끈했던 버스 안 열기를 중화시켜 준다. 스타벅스에 도착해 초콜릿 크림칩 프라푸치노를 주문하고 잠시 음료를 기다린다. 새로운 사람들을 만난다는 기대감과 한참 부족한 나의 문학적 수준에 걱정이 어우러져 불안함이 나타난다. 음료가 조금은 천천히 나오길 희망한다. "장롱님 주문하신 음료 나왔습니다." 트레이 위의 음료를 들고 계단을 천천히 오른다. 3층까지의 계단이 유독 길다. 3층의 마지막 계단에 도달한 순간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는 시간이 되어버렸다. 목젖이 위아래로 움직이며 입속의 침이 목을 통과한다.
이번 미션도서였던 '옥수수와 나'
혼자 읽을 때 이해가 되지 않던 어려웠던 단편소설들도, 집단지성 아래 여러 선생님(?) 같으신 분들의 높은 수준의 이야기에 나 같은 문학알못도 조금은 작가의 의도를 이해하게 된다. '이것이 독서모임인가' 마음 한 편에서 책을 읽으며 나타났던 걱정들이 사그라든다. (너무 얻어만 가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다음모임에는 또 어떤 장르의 책이 어려운 벽이 되어 나타날지, 더불어 다른 분들의 도움으로 어떻게 그 벽을 깨고, 독서편향을 조금은 완화시킬 수 있을지. 그러한 많은 요인들이 내 글쓰기에 어떻게 작용할지. 시간이 지나 보면 알 수 있게 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