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이 어렵지 두 번째는 더 쉽다
기술이 처음 등장할 때마다 대부분 낯섦과 불안을 먼저 느끼고 경험하게 된다. 그리고 그 기술이 점차 익숙해져 감에 따라 일상이 되고 삶의 일부가 되는 과정을 반복한다. 역사의 현장마다 그랬다. 기술 발전을 통한 산업혁명 등이 그랬고, 교통수단의 발달로 인간의 이동이 편해지는 순간도 그랬다. 이러한 과정은 시대에서 패러다임이 전환될 때마다 경험하곤 했다.
검색의 시작과 ChatGPT의 시작은 비슷했다.
1990년대 초반, 월드와이드웹(WWW, World Wide Web)의 등장으로 정보검색에 대한 혁명이 일어났다. 검색엔진이란 게 등장했고 야후, 알타비스타, 넷스케이프 등 인터넷 정보를 검색할 수 있는 많은 서비스들이 등장했다. 찾고자 하는 내용(검색어)을 입력하면 원할 것 같은 정보들을 나열해 준다. 거기서 맞는 정보를 찾으면 되는 식이었다. 또한 포털 서비스도 등장했다. 포털이라는 의미가 일종의 관문이다. 영화 어벤저스에 주로 등장하는 멀티버스를 오고 갈 수 있는 문 역할을 하는 것이 포털이다. 그 포털과 같은 의미다. 인터넷 포털 서비스는 웹이라는 정보의 바다로 들어갈 수 있는 통로를 제공하는 역할을 한다.
우후죽순처럼 생겨났던 포털서비스들은 이후 1998년 구글 검색서비스의 등장으로 검색 경쟁시장은 평정되기 시작했다. 강력한 구글 검색 알고리즘인 페이지랭크가 주인공이었다. 모든 포털 검색 서비스를 거의 제패해 버렸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판정승이 아니라 KO수준이었다 해야 할 것이다. 2000년대 초반에는 인터넷정보검색사라는 자격증이 존재했다. 검색이라는 것이 생소하고 낯설기 때문에 생겨난 일종의 검색을 잘할 수 있다는 것을 문서로 증명해 주는 그런 자격증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검색이 일반화되면서 점차 일시적으로 나타났던 현상들은 사라졌다. 그렇게 우리는 검색이란 행위에 길들여져 갔다. 검색이란 표현 대신 영어로는 구글링이라는 표현도 쓴다. 하지만 네이버링이라고는 하지 않는다. 왜 그런지 모르겠다. 대신 ”네이버한테 물어봐. “라는 표현을 쓰는 것 같다. 그러고 보니 구글링 대신에 "구글신에게 물어보자", "구글은 모든 것을 알고 있다"라는 표현도 함께 쓰는 것 같다. 네이버든 구글이든 간에 상관없이 우리는 그렇게 검색이란 것이 특별하지 않고 누구나 아무나 모두 거리낌 없이 사용하는 일상의 언어가 되었다. 기기에 묻고 결과는 받는 그런 형태가 되었다고 할 수 있다. 조그마한 검색창에 궁금한 것을 입력해서 엔터를 치는 순간 모든 정보가 홍수처럼 쏟아진다. 그리고 거기에서 필요한 정보를 찾는 형식이다. 그래서 어떤 검색어를 입력 하느냐에 따라서 검색 결과의 품질이 달라진다.
인간은 검색할 때만큼은 솔직하고 진정성 있게 대하는 것 같다. 그도 그럴 것이 찾고자 하는 대상을 거짓으로 입력하진 않을 테니깐 말이다. 영원할 것만 같던 검색의 세상은 이제 저물어져 가는 모습을 보게 될지도 모른다.
출처:Pexels.comⓒ2023 Andrew Neel
이번엔 진짜일까?
2022년 11월, 미국 OpenAI라는 회사에서 ChatGPT(Generative Pre-trained Transformaer)라는 인공지능 대화형 챗봇 같은 걸 출시했다. 이전에도 인공지능형 챗봇 같은 서비스는 많았다. 하지만 이번엔 진짜가 나타난 것 같았다. 더욱이 이 서비스는 생성형 기반의 AI 챗봇 서비스다. 궁금한 내용을 질문하면 ChatGPT가 알아서 대답해주는 데 대답을 만들어서 해준다. 마치 사람처럼. 궁금한 내용을 질문하면 대답을 해준다.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은 패턴 아닌가?
맞다.
우리가 처음 검색을 시작할 때도 같은 패턴이었다. 궁금한 것을 검색(입력)하면 알아서 결과를 표시해 준다. 하지만, 검색과 다른 점이 있다. 검색은 수많은 결과들 중에서 질문에 대한 답변을 골라야 했다. 어떤 답변이 적절한지, 원하는 내용인지, 또는 더 찾기 위한 힌트가 될만한 내용인지를 스스로 판별해야만 했다. 하지만 ChatGPT는 다르다. 알아서 답을 해준다는 점이다. 애써 검색결과를 찾을 필요가 없다. 마치 사람과 대화하듯이 질문과 답변을 주고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아직까지도 거짓말을 좀 하는 것 같다. 이런 것을 두고 ‘환각(Hallucination)’이라고 한다. 주어진 맥락이나 데이터에 근거하지 않은 있지도 않은 결과를 제시하는 것이다. 그래서 '환영', '환상'이라는 표현을 쓰고 있다.
ChatGPT에서도 인터넷정보검색사라는 것이 등장한다. 바로 Prompting 프롬프팅 기술이다. 엄밀히 얘기하면, 프롬프팅 기술은 기술이 아니라 그냥 타이핑 치는 것이다. 가장 단순하게 얘기하면 그렇다는 것이다. 하지만 좀 더 살을 보태면, 질문을 할 때 몇 가지 질문의 기술이 필요하다. 기술이라기보다는 일종의 그라운드 룰 정도로 생각하면 좋을 것이다. (목표, 맥락, 요구사항, 답변형식, 추가조건)
검색의 습관화
검색 엔진과의 상호작용은 ChatGPT와도 일맥상통했다. 질문을 입력하고 결과를 얻는 패턴을 동일했다. 검색이 그랬듯, 이제는 ChatGPT가 그럴 것이다. 처음 검색을 대했을 때의 어색함이 익숙함으로 변모했듯이, ChatGPT도 그렇게 될 것이고 이미 그런 모습들이 많이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검색이 일상이었던 때는 “구글링 해봐”가 “검색해 봐”의 대명사가 되었듯이, 이제는 “ChatGPT에게 물어봐 “가 검색의 대명사가 되어가고 있는 것 같다. ChatGPT와의 대화도 처음에는 어색했지만, 점차 사람들은 AI와 어떻게 대화해야 하는지, 어떤 방식으로 질문해야 좋은 답변을 얻을 수 있는지 학습하고 있다. 이런 상호작용 방식이 습관이 되면서 낯익음으로 변화하고 있는 것 같다.
습관적인 검색은 생활화가 되면서 중요하게 대두되는 문제는 검색어이다. 기존 검색은 찾고자 하는 내용에 대한 간단한 단어 또는 적절하게 짜인 문구정도였다. 하지만, ChatGPT는 문장으로 물어봐야 한다. AI 챗봇형태이기 때문에 대화하듯이 찾아야 한다는 점이다. 그렇기 때문에 검색 엔진이 보편화되면서 '검색 리터러시'가 중요해졌다. 어떤 정보가 신뢰할 수 있는지, 어떻게 효과적으로 검색해야 하는지를 배우는 것이 필수가 되었다는 뜻이다. 마찬가지로 ChatGPT의 등장은 'AI 리터러시'의 필요성을 가져왔다. AI의 한계를 이해하고, 적절한 프롬프트를 작성하며, 결과를 비판적으로 평가하는 능력이 새로운 필수 역량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해야 할 것이다.
기술과 인간의 공진화(Coevolution, 共進化)
검색 엔진과 ChatGPT의 발전 과정에서 우리는 낯섦에서 낯익음으로의 전환을 목격한다. 그리고 이 과정은 단순히 우리가 기술에 적응하는 것만이 아니라, 기술도 우리의 필요와 사용 패턴에 맞춰 진화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낯섦은 우리를 불안하게 만들지만, 동시에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준다. 낯익음은 편안함을 주지만, 때로는 무비판적 수용으로 이어질 수 있다. 검색과 ChatGPT의 역사는 이 두 감정 사이에서 균형을 찾는 것의 중요성을 일깨워준다. 결국 검색의 시초와 ChatGPT의 시초가 보여주는 것은 인간은 끊임없이 낯섦을 낯익음으로 변화시키는 적응의 달인이라는 점이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우리는 기술과 함께 성장해 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는 점이다.
*공진화(Coevolution): 서로 다른 생물 집단이 영향을 주고받으며 진화하는 현상(출처: 위키백과사전)
덧붙임.
산업이 발전하면서 등장하는 새로운 기술들은 기획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관심을 가지고 사용해 보면 좋을 것 같다. 데스크 리서치의 새로운 장을 열어주게 될 것이다. 관련 사용자 데이터도 잘 찾아준다. (아직까지 환각현상이 있긴 하지만 말이다) 필요한 것을 찾게 하는 시간을 덜어주니 고민할 수 있는 시간을 많이 확보해 주기 때문에 그만큼 작업의 깊이를 더해주는 필요한 도구이지 않을까 한다.
항상 새로움에는 익숙해지기 위해서 적응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적응한 시간만큼 기존에 해왔던 일의 분량을 절반쯤 줄여줄 것이다.
아니 그 보다 더일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