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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의 눈으로 바라보는 식당

외식주역경영전략 08

by 김두현 박사

역지사지(易地思之)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맹자(孟子) 님의 말씀 가운데 '역지 즉 개연(易地則皆然)'에서 유래했다고 합니다. 즉 다른 사람의 입장이 되어서 생각해 보면, 세상의 어려운 일이 없다는 의미입니다.


어느 늦은 저녁, K 사장님은 자신의 식당 구석에 앉아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예전의 북적이던 손님들은 어디로 갔을까요? 메뉴도, 맛도, 가격도 크게 변한 것이 없는데, 왜 손님들은 더 이상 오지 않는 걸까요? 그날 밤, 사장님은 중요한 결심을 했습니다. "내일부터는 내가 직접 손님이 되어보자."


사장님의 눈이 아닌, 고객의 눈으로 우리 식당을 보려는 것입니다. 식당 경영에서 가장 위험한 함정은 '우리는 잘 하고 있다'는 착각입니다. 수십 년간 같은 방식으로 운영해온 식당들이 하루아침에 문을 닫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들은 변화하는 고객의 니즈를 읽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대구의 '참치 명가'를 운영하는 P 사장님의 사례를 들어보겠습니다. 10년 동안 성업했던 식당은 어느 순간부터 손님이 급감했습니다. 절박해진 사장님은 한 달 동안 주변의 경쟁 식당들을 손님으로서 방문했습니다. 그리고 충격적인 사실을 발견했죠.


사장님의 식당에서는 여전히 참치를 커다란 접시에 덩어리째 내놓고 있었지만, 다른 식당들은 이미 인스타그램에 올리기 좋은 예쁜 플레이팅으로 변화해 있었습니다. 푸드 스타일링의 중요성을 깨달은 사장님은 메뉴의 맛은 유지하되 플레이팅을 현대적으로 바꾸었고, 6개월 만에 손님들이 다시 돌아왔습니다.


사장님이 손님처럼 식사를 하면 진실의 순간을 마주합니다.


서울의 '화로 구잇집'을 운영하시는 L 사장님은 매출 감소로 고민하던 중 제 조언에 따라서 매주 금요일 저녁, 평범한 손님처럼 자신의 식당에 예약을 하고 방문했습니다. 처음에는 직원들에게 알리지 않고 가족과 함께 식사를 했죠. 그는 충격적인 발견을 했습니다.


"30분을 기다려도 물 한 잔이 테이블에 놓이지 않았어요. 제가 늘 직원들에게 '물은 손님이 앉자마자 제공하라'라고 교육했는데, 전혀 지켜지지 않고 있었죠. 또한 우리 식당의 자랑인 숯불고기가 테이블에 놓인 지 15분이 지났는데도 직원이 굽는 것을 도와주러 오지 않았습니다."


이 경험은 L 사장님에게 큰 깨달음을 주었습니다. 그는 직원 교육을 재정비하고, '5분 체크' 시스템을 도입했습니다. 모든 테이블을 5분마다 한 번씩 확인하는 규칙이었죠. 그 결과, 3개월 만에 온라인 리뷰 평점이 3.5점에서 4.7점으로 상승했습니다.


직원에게 부여하는 고객 체험은 서비스의 사각지대를 발견합니다. 부산의 '바다횟집'의 C 사장님은 직원들에게 '체험비'를 지급하는 독특한 시스템을 도입했습니다. 직원들은 월 1회 자신의 가족이나 친구와 함께 '바다횟집'에서 식사할 기회를 가졌고, 그 비용은 회사가 부담했습니다. 단, 한 가지 조건이 있었죠. 식사 후에는 반드시 '고객 경험 보고서'를 작성해야 했습니다.


이 제도를 통해 놀라운 개선점들이 발견되었습니다. 주방 보조였던 20대 직원 K 씨는 "진동벨이 울렸을 때 음식을 가지러 가는 과정이 너무 복잡하다"라는 피드백을 주었고, 이를 통해 주문 시스템이 개선되었습니다. 또한 홀 서빙을 담당하던 L 씨는 "테이블 위치가 너무 밀집되어 있어 옆 테이블 대화가 다 들린다"라는 점을 지적했고, 이를 통해 테이블 배치가 재조정되었습니다.


사장님은 말합니다. "직원들이 손님의 입장이 되어보니, 우리가 미처 보지 못했던 문제점들이 명확하게 보이더군요. 이제는 신메뉴를 출시하기 전에도 반드시 직원들의 '고객 테스트'를 거칩니다."


최고의 조언자 블로그 체험단의 객관적 시각의 힘을 이용합니다. 강원도 속초 지역에서 유명한 한정식집이었지만, 관광객들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J 사장님은 블로그 체험단을 적극 활용하기로 결정했습니다. 그는 매달 5명의 식당 블로거들을 초대했고, 그들에게 솔직한 피드백을 요청했습니다.


한 블로거의 의견이 특히 인상적이었습니다. "음식의 맛은 정말 훌륭하지만, 메뉴판에서 추천 메뉴가 무엇인지, 어떤 조합으로 주문해야 좋은지 전혀 알 수 없었습니다. 특히 처음 방문하는 관광객들은 더욱 혼란스러울 것 같습니다."


이 피드백을 통해 J 사장님은 메뉴판을 완전히 개편했습니다. 추천 코스를 명확하게 표시하고, 각 메뉴의 사진과 설명을 추가했습니다. 또한 블로거들이 지적한 '너무 어두운 조명' 문제도 해결했죠. 그 결과, 관광객 방문이 전년 대비 40% 증가했습니다.


처음 방문한 고객의 시선에서 받은 피드백은 새로운 시각의 가치를 만듭니다. 제주도의 흑돼지 전문점은 20년 넘게 운영된 맛집이었습니다. 그러나 원주민들만 찾는 단골 위주의 식당이 되어가고 있었죠. O 사장님은 과감한 결정을 내렸습니다. 처음 방문한 손님들에게 10% 할인과 함께 '첫 방문 고객 설문지'를 제공한 것입니다.


이 설문을 통해 O 사장님은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20년 단골들은 아무 말이 없었는데, 처음 온 손님들은 모두 같은 말을 했어요. '화장실을 찾기 너무 어렵다'고요." 식당 내부가 익숙한 사장님과 오랜 단골들에게는 당연한 것이었지만, 새로운 고객들에게는 큰 불편함이었던 것입니다.


사장님은 즉시 명확한 화장실 안내판을 설치했고, 메뉴판에도 화장실 위치를 표시했습니다. 또한 첫 방문 고객들이 지적한 '너무 빠른 음식 제공 속도'도 조절했습니다. 단골들은 빠른 서비스를 원했지만, 관광객들은 여유로운 식사 시간을 원했던 것이죠.


고객 중심 사고의 변화는 작은 시작이지만 큰 결과를 만들어 냅니다. 서울 홍대의 작은 파스타 레스토랑의 Y 사장님은 가게를 열 때 큰 꿈이 있었습니다. "내가 좋아하는 요리를 손님들도 좋아해 주겠지"라는 생각이었죠. 그러나 현실은 달랐습니다. 개업 3개월 차에 적자가 계속되자, 그녀는 결단을 내렸습니다.


"내가 좋아하는 파스타가 아니라, 손님들이 좋아하는 파스타를 만들자."


사장님은 2주간의 '파스타 테이스팅' 이벤트를 열었습니다. 10가지 다른 파스타를 소량씩 제공하고, 손님들에게 평가를 받았죠. 놀랍게도 사장님이 가장 자신 있게 내놓은 '트러플 크림 파스타'는 최하위 평가를 받았고, 별생각 없이 만든 '매콤 해물파스타'가 압도적 1위를 차지했습니다.


사장님은 즉시 메뉴를 개편했고, 손님들의 피드백을 바탕으로 한 새로운 파스타들을 선보였습니다. 현재 이 곳은 예약 없이는 방문하기 어려운 인기 레스토랑이 되었습니다.


식당 경영의 성패는 종종 사장님이 얼마나 '고객의 눈'으로 자신의 가게를 볼 수 있는가에 달려 있습니다. 때로는 불편한 진실을 마주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 불편함을 통해 진정한 발전이 시작됩니다.


여러분의 식당은 어떤가요? 오늘 하루, 고객이 되어 여러분의 식당을 방문해 보세요. 그리고 솔직하게 물어보세요. "내가 만약 손님이라면, 이 식당에 다시 올 것인가?" 그 답변이 여러분의 미래를 결정할 것입니다.


고객의 눈으로 바라보는 용기, 그것이 성공적인 식당 경영의 첫걸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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