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살이 12일 차
그동안은 줄곧 아들 위주로 스케줄을 잡아왔었다.
오늘은 내가 원하는 곳에서 하루를 보내기로 아들과 합의를 했다.
숙소 근처에서 오전을 보내고, 오후에 안덕으로 이동했다.
남쪽에서 서쪽으로 이동한 것이다.
꽤 거리가 있어서 시간이 많이 걸렸다.
뷰가 좋기로 유명한 카페 루시아에서 박수기정을 감상하고자 했다.
박수기정은 대평포구 앞에 있는 주상절리처럼 생긴 절벽이다.
카페 창가에 앉아 있으니 오른쪽으로 박수기정이 한눈에 들어오고 바다도 그림처럼 멋지게 보였다.
아들과 커피와 초코라테를 마시며 바깥경치를 감상했다.
한 시간 실내에 있다가 바깥으로 나가 보았다.
정원에 꽃이 피어 있어서 풍경이 너무 예뻤다.
해가 점점 아래로 내려오면서 더 은은하고 멋진 바다 풍경으로 바뀌어 갔다.
해가 지기 전에 이동을 하기로 한다.
오늘 일몰은 내가 제주도에서 가장 좋아하는 곳에서 맞이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가는 길에 저녁은 산방산 아래에서 간단히 먹기로 했다.
저녁으로 밀면과 만두를 먹었다.
처음으로 간 곳인데 비교적 괜찮은 편이었다.
일몰 시간에 맞추려면 서둘러 먹고 이동해야 했다.
점점 아래로 향하는 해 위치를 확인하며 바쁘게 운전을 했다.
7시 20분 전후로 해가 지는데 운전하면서 보니 해가 너무 빠르게 아래로 내려앉고 있었다.
마음이 급해졌다.
진짜 아슬아슬하게 일몰 바로 직전에 도착을 했다.
내가 일몰을 맞이하길 원했던 장소, 바로 신창리 풍차 해안도로였다.
나차럼 일몰을 감상하기 위해 와 있는 사람들이 많았다.
정말 순식간에 해가 바다 아래로 들어갔다.
조금만 늦었으면 놓칠 뻔했다.
아름다웠다.
난 이곳에서 일몰을 보는 것을 너무 좋아한다.
해가 지고 난 직후의 풍경도 너무 아름다웠다.
사람들이 해가 지고 나서도 한동안 자리를 떠날 줄을 몰랐다.
한 시간 이상을 달려 숙소로 가야 하지만 이 풍경 하나로 충분히 달려올 만한 가치가 있는 곳이다.
해가 진 바다는 자신의 본모습을 숨긴 채, 고요하고 조용한 자신의 내면으로 잦아들었다.
이 순간, 나는 무한한 충만감과 행복감을 느낀다.
바다와 내가 하나가 되는 느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