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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드레 Oct 10. 2023

왜 비교를 하는데

추석 연휴가 길어서 친정에 간 김에 4박 5일을 엄마네서 지냈다.

가을 성수기를 맞이해 공장이 바빠져서 남편은 추석날까지만 쉬고 집으로 혼자 돌아갔다.

추석 다음날은 비가 와서 집에서 하루 종일 뒹굴뒹굴했고, 담날은 언니를 만나서 엄마를 모시고 시흥 갯골 생태공원에 다녀왔다.

아이는 킥보드를 타고 우리 셋은 걸어서 산책을 하고 공원의 랜드마크인 전망대에도 올라갔다 왔다.

인공관절 수술 후 그나마 걷기가 수월해진 엄마는 예전만큼은 아니어도 여전히 바깥나들이를 좋아하신다.

자식들이 모시고 다녀야는데, 다들 직장 생활을 하다 보니 쉽지가 않아서 내가 갈 때마다 날이 좋을 때 많이 콧바람을 쐬게 해 드리려고 노력하고 있다.

가을이 완연해진 덕에 걷기만 해도 기분이 좋은 날씨다.

갈대숲이 무성하게 펼쳐져 있어서 가을이구나를 확 느낄 수 있었다.

공원 곳곳에 나들이를 나온 가족들이 많았다.

주차장으로 내려오는 쪽에 넓은 잔디밭이 있어서 축구도 하고 연도 팔고 있어서 배트맨 연을 사서 날렸다.

바람이 많이 불어서 연이 하늘 높이 올라갔다.


다음날도 날씨가 좋았다.

오랜만에 강화도나 다녀오자고 길을 나섰다.

인천에서 김포를 거쳐 강화도를 진입하는데 김포에서부터 길이 밀렸다.

강화도 들어가는 초지대교에 진입하려는 차량들이 너무 많아서 정체가 길어지고 있었다.

한 시간이면 닿는 거리인데 두 시간이 지나도 진입을 못하고 있었다.

예상은 했지만 예상을 훌쩍 뛰어넘는 정체였다.

길에 서 있는 시간이 길었는데 바람이 시원하고 하늘이 청명하고 바깥 경치가 가을가을해서인지 긴 정체에도 엄마도, 아들도 나름 잘 견디고 있었다.

시골 출신인 엄마는 누렇게 익어가고 있는 논의 벼들을 보며 감탄을 하고 고구마를 캐고 있는 풍경에도 좋아하셨다.

아들은 간간히 "아직도 강화도 못 들어갔어?" 하면서 따분해하다가도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게임을 하자며 친구를 끌어들여 열심히 마인크래프트를 하고 있었다.


초지 대교를 건너 강화도에 들어서면서 차가 제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목적지는 옥토끼 우주센터였다.

아이들이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많고 야외 공간도 많아 즐기기 좋다는 평이 많아서 선택한 곳이었다.

어느덧 점심시간이 가까워져서 가는 길에 수타면으로 요리하는 중국집에 들어가 자장면으로 점심을 해결했다.

강화도도 완연한 가을색을 뿜뿜하고 있었다,

들녘마다 마을 곳곳마다 가을이 익어가고 있었다.

옥토끼 우주센터는 만원이었다.

역시나 우리처럼 긴 연휴에 아이들을 데리고 나들이 나온 가족들이 많았다.

입장료가 비싼 편이지만 네이버 예약을 하면 할인을 받을 수 있는 곳이었다.

셋이서 입장을 해서 안으로 들어갔다.

각종 우주선과 우주 탐사에 관련된 것들이 전시되어 있고 아이들이 직접 미니 우주선이나 회전하는 열차등을 타고 우주 체험을 할 수 있게 되어 있었다.

아들과 줄을 서서 위로 내려갔다 아래도 뚝 떨어지는 우주선을 탔다.

또 좌석이 대, 여섯 있는 360도 회전하는 열차에도 탑승하고 싶다고 해서 어지러울까 봐 나는 안 타고 아이만 타고 나왔다.

네 명이 탈 수 있는 레일 열차도 타고 2층으로 올라가 기차도 탔다.


바깥으로 나오니 실외에서도 놀 수 있는 공간이 많았다.

엄마는 야외 테이블에 앉아 계시고 둘이서 보트를 타기로 했다.

보트는 4인용, 2인용이 있었는데 우리는 둘이니까 2인용을 탔다.

앞에 아이를 태우라고 해서 아이가 앞에 타고 내가 뒤에 탔다.

보트는 양쪽에서 노를 저어야 했다.

둘 다 처음으로 하는 거라 잘 되지 않았다.

앞에 탄 아이가 물을 앞에서 뒤로 저어줘야 앞으로 나아가는데, 아이는 성질이 급하고 요령이 없으니 빙빙 돌기만 하고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다.

다른 보트는 대부분 아빠들이 있어서 잘 나아갔다.

긴 원형 트랙을 한 바퀴 돌아 선착장으로 돌아와야 하는데 우리 배는 조금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었다.

차분히 아이에게 방법을 알려줬지만 아이는 휘휘 젓기만 하고 물을 밀어내지 못했다.

내가 뒤에서 저어도 앞에서 저어주지 못하니 나아갈 수가 없었다.

급기야 우리 뒤에 출발한 다른 배들이 우리 배로 인해 정체가 되는 상황에 이르렀다.

일단 내가 오른쪽, 왼쪽 양 방향으로 노를 저어 배를 가장자리로 뺀 다음에 아이에게 자리를 바꾸자고 했다.

아이는 이미 짜증이 많이 올라와 있는 상태였다.

자리를 바꾸려다가 물에 빠질 수도 있는 상황이라 조심조심 앞뒤 자리를 바꾸고 본격적으로 내가 오른쪽, 왼쪽으로 번갈아 노를 저어 앞으로 나아갔다.

간신히 한 바퀴를 돌고 선착장으로 돌아와 배에서 내렸다.

결국 그 모든 과정을 위의 벤치에 앉아 지켜보고 계셨던 엄마가 폭발을 했다.

아이가 지친 얼굴로 자리에 앉자마자 엄마가 이렇게 말했다.

"야, 너보다 작은 아이도 앞에서 저렇게 잘 젓는데 너는 왜 그렇게 못하고 엄마를 고생시키냐?"

기진맥진한 상태가 된 나도 아무 생각 없이 한 마디 거들었다.

"그르게. 네가 같이 저어줘야 가는 건데 우리 때문에 다른 배들이 못 가고 있었잖아."

그러자 가뜩이나 맘대로 안 돼서 짜증 게이지가 목까지 차 올랐던 아들이 큰 소리로 

"아니! 왜 비교를 하는데! 엄마도 못하는 거 있잖아. 기분 나쁘게 왜 비교를 하는데!"

"아니, 비교를 한 건 맞는데 엄마는 네가 충분히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서 타자고 한 건데,

못할 수는 있지만 엄마가 알려주는 대로 차근차근 하든가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하는지 관찰이라도 하고 배우려고 노력했어야 했다고."

"그게 맘대로 안 되는데, 어쩌라고! 그리고 왜 비교를 하냐고!"

"그건 미안하다. 그래도 너도 엄마를 더 도와주려고 노력했어야 했다고. 

안 된다고 투덜대며 노 탓만 했잖아."

"그래도 왜 비교를 하는데!"

결국 아이와 또 싸우고 있었다.

엄마는 잠자코 지켜보다가 아이에게 쐐기를 박았다.

"네가 이렇게 엄마 말 안 듣고 고래고래 화 내고 엄마랑 싸우고 하니까 할머니 너무 속상해서 이젠 너랑 안 놀러 올 거야."

"아니. 어머니. 그건  아니지!"

나이 들면 아이와 같아진다더니 엄마도 아이와 똑같았다.

어찌 됐든 비교를 당해 화가 난 아이를 달래 즐겁게 나들이 마무리를 해야 했다.

"엄마랑 할머니가 비교를 한 거 정말 미안해.

 아들이 넓은 마음으로 이해를 해 주고 우리 사계절 썰매 타러 가면 안 될까?"

"싫어, 이미 기분이 나빠져서 안 할 거야."

그래, 너는 하나가 막히면 다음이 진행 안 되는 아이였지.

일단 이걸 어느 정도 해결을 봐야 다음 여정을 이어갈 수 있을 터였다.


일단 아들을 진정시켜야 하기에 좀 쉬라고 하고 썰매장으로 나가 보았다.

썰매는 기다리는 줄이 길었고, 이미 나도 체력이 많이 떨어진 후라서 썰매는 포기하기로 마음을 정했다.

벤치로 돌아가 보니 엄마는 엄마대로, 아이는 아이대로 입이 나와 있었다.

이럴 땐 입에 먹을 걸 넣어 주는 게 상책이다.

아이에게 슬러시를 먹자고 하고 엄마에겐 집에서 싸 온 포도를 드시라고 꺼내 드렸다.


다시 평화가 찾아왔다.

그래, 우리 애를 객관화하지 못한 내 죄야,,,

하면서 후들후들 거리는 양쪽 팔을 연신 주물렀다.

그러고 나서 등산로 쪽으로 올라가 셋이서 산책을 하고 옥토끼 센터를 나와 동막해수욕장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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