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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드레 Dec 11. 2023

뒤끝 있는 남자

올해 아들의 변화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이 2학기에 접어들면서 살짝 사춘기가 왔다는 것이다.

일단, 말투가 변했다

예전엔 상당히 스윗하고 고분고분한 말투였는데, 사춘기가 시작되니 어조가 반항적이고 어미가 달라졌다.

"그래서 뭔데요?"

"어쩌라구요?"

"엄마가 먼저 그랬잖아요?"

이런 식으로 바뀌었다.

때로는 끝에 "요"자까지 빼고 덤빌 때도 있어 상당히 기분이 나빠진다.

처음엔 남자아이들과 주로 어울려서 말투를 배워서 그런다고 생각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그렇기보다는 아이의 자아가 성장하고 자기주장이 강해지면서 나오는 태도라는 걸 확인하고 있다.

남편도 꽤나 아들의 그런 태도가 거슬리는지 지난번엔 아이를 상대로 힘겨루기를 한 번 시도했다.

나는 말렸지만, 이상하게도 남자들은 그런 순간에 더 자신의 권위나 위치에 도전을 받는다고 생각하는지

그날따라 유난하게 아들의 기를 꺾으려고 했다.

결국 아들 몸에 손까지 대면서 서로 상처뿐인 결과를 맺게 되었지만, 그 후로 남편도 아들이 사춘기로 접어들었다는 것을 인정하고 있다.

아들이 아빠한테도 끝까지 대드는 태도를 보였던 것이다.

처음 있는 일이라 남편도 상당히 당황했을 것이다.

그날 밤, 나는 가족을 불러 앉히고

(가족이래야 셋이 전부지만,,,)

대화와 중재에 나섰다.

일단, 아빠가 자신의 엉덩이를 여러 대 때렸다는 사실에 화가 나 있는 아들의 마음을 달래고

아빠가 그런 행동을 왜 하게 되었는지를 설명하고

앞으로는 아무리 화가 나도 절대로 서로 폭력을 사용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왜 폭력이 나쁜 지에 대해서도 서로 충분히 토의를 했다.

결국 그렇게 봉합이 되었지만, 여전히 아들이 반항적인 모습을 보일 때가 있다.

사실 나도 처음엔 상당히 당황스럽고 감히 엄마에게 말꼬리를 잡고 덤비는 아들의 모습에 화나기도 했지만, 우리 아들이 여느 아이와 다른 기질과 특성이 있다는 사실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기에 가급적이면 화를 내지 않고 수용해 주려 노력을 하고 있다.

내 몸에서 사리가 튀어나올 것 같지만 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조금씩 아들의 반항기가 줄어가고 있단 사실이다,

그렇게 '또 하나의 과정이 지나가고 있구나' 혼자 생각하고 있다.

지 친구들한테는 절대 그런 태도를 보이지 않고 잘 어울리니 그것으로 됐지 하면서 스스로를 달래고 있다.

아들이 다른 아이들보다 신체적 성장이 른 편이라 사춘기도 빨리 오나 보다 하고 있다.


그런 와중에 어젯밤에 놀랄 만한 일을 하나 더 겪었다.

아들은 친구와 늦게까지 통화를 하고 떠들고 하다가 10시가 돼서야 잠자리에 들었다.

재우려고 하는데 난데없이 지난 주말 이야기를 꺼냈다.

지난 토요일에, 임용고시가 끝난 조카와 언니 가족을 불러 저녁식사를 같이 했었다.

공부하느라 고생한 조카를 위해 소고기를 주문해 구워주었다.

정말 오랜만에 모인 자리여서 우리 가족은 들떠 있었다.

남편과 내가 고기를 굽고 아들과 언니네 가족은 식탁에 모여 식사를 시작했다.

간장 게장이 있어서 고기랑 같이 맛보라고 내가 식탁에 꺼내놨는데,

아들이 간장 게장을 먹겠다고 했다.

나는 고기를 좋아하는 아들 생각에 고기를 먹고 게장은 나중에 먹으라고 했다.

그랬더니, 아들이 젓가락을 식탁에 탁 놓고는 삐졌다.

자기가 먹고 싶는 것도 못 먹냐면서 화를 내기에 모두가 나서서 그럼 그러라고 했는데 이미 맘이 상한 아들은 됐다면서 밥을 안 먹겠다고 하는 것이었다.

모처럼 모인 자리인데 아들 때문에 찬물이 끼얹어진 셈이었다.

소파로 가서 잔뜩 입을 내밀고 있는 아들에게 사촌 형이 다가가 말을 붙이면서 달래기 시작했는데 아들이 눈물까지 흘리면서 밥을 먹기 싫어졌다고 했다.

엄마 때문에 그렇다는 것이다.

일단 나는 아들에게 엄마는 소고기가 몸에 좋고 니가 고기를 좋아하니 고기를 많이 먹었으면 하는 마음에서 그렇게 얘기했다고 미안하다고 사과를 했다.

아들은 자기는 간장 게장도 좋아해서 하나만 먹고 고기를 먹을 생각이었는데 엄마가 먹지 말라고 해서 마음이 상했다고 했다.

간신히 달래서 저녁을 같이 먹었었다.


그게 일주일 전 일이었다.

그런데 어젯밤에 느닷없이 그 얘기를 아들이 다시 꺼내고 있었다.

"저번에 엄마 때문에 밥도 못 먹었잖아.

모처럼 형도 오고 이모도 만나고 너무 즐거운 식사였는데 그 시간을 망쳤잖아.

내가 얼마나 슬펐는지 알아?"

"그랬었구나. 근데 이미 지나간 일이고 엄마가 여러 번 진심으로 사과했었는데 아직 마음에 남았어?"

"당연하지! 내가 그날을 얼마나 기다렸는데.....

엄마 때문에 행복한 식사가 엉망이 됐잖아.

그러니 다시 사과해."

순간 욱하는 감정이 올라왔다.

그래도 나는 어른이고 엄마니까 참아야지.

"정말 미안했어.

니 맘을 너무 몰라줬다.

우리 아들이 얼마나 속상했을까!

엄마는 이제 간장 게장이 너무 싫어졌어.

다신 안 먹을 거야.

간장 게장 때문에 싸우게 됐잖아."

아니, 이 무슨 종로에서 뺨 맞고 간장 게장한테 화내는 꼴이란 말인가.

내 입으로 얘기하면서도 웃음이 나왔다.

"그러게 말야. 이제 게장은 시키지도 말자.

고기 먹으러 가서도 게장은 먹지 말자.

게장 보면 그때가 생각날 거야."

"그래, 그러자."

일단 간장 게장이 미움을 받도록 포커스를 바꾸는 데는 성공을 했다.

"그래도 엄마가 잘못한 거는 맞으니까 나는 아직도 엄마가 미워!"

아니, 핵심을 돌렸다고 생각했는데 아니네.

상당히 집요하구나.

"그래, 그래도 엄마가 다시 사과를 했으니까 이제는 잊으려고 해 보자.

근데 우리 아들 뒤끝이 있는 남자였네.

엄마는 니가 아직까지 삐져 있을지 몰랐어."

나는 솔직하게 이야기를 했다.

"엄마는 잊을수 있지만, 나는 아니야.

그때가 잊히지가 않아."

"그럼 언제쯤이면 괜찮아질 거 같은데?"

"아마도 담주에?"

"그,, 그래.

그럼 밉고 속상한 마음이 다 사라지면 꼭 얘기해 줘."

"그래, 그럴게."

그렇게 얘기하고 나니 11시였다.


아침에 일어나서 아들은 기분이 좋았다.

아들은 학교에 가기 전, 이렇게 말했다.

"엄마, 이제 마음이 다 풀렸어.

다시 100퍼센트 사랑해!"


참, 독특한 아들 키우기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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