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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드레드넛 Jun 11. 2023

글 쓰는 하루 보내세요 2일 : 매너리즘

2023년 6월 11일 일요일 이야기

벌써 일요일의 끝자락이다. 금요일 저녁 퇴근하던 발걸음이 무색하게, 이틀의 짧은 휴식은 순식간에 사라졌다. 내 주말은 보람찬 주말이었는가? 밀린 집안일을 하고 다시 충전을 마친 시간이었을까? 아니면 무의미하게 보낸 시간일 뿐이었을까? 알 수 없다.


어쨌든, 두 번째 일기다. 토요일의 일기에서 말했던 것처럼, 나는 일기를 쓰는 데 익숙하지 않다. 그래서 설계를 마친 뒤 체계적으로 써야 한다고 설파하던 것이 무색하게, 거의 의식의 흐름에 가까운 글쓰기를 하고 있을 뿐이다. 나는 이 글에 만족하는가? 아니, 솔직히 만족스럽지는 않다.


다만, 내가 이렇게 글을 계속해서 꾸준히 쓰고 있다는 것 자체에 만족한다. 남을 위한 글이 아니라, 온전히 내가 쓰고 싶어서 나를 위해 쓰는 글이 얼마만인지 모르겠다.





토요일과 비슷하게 잠들었고, 일어난 시간은 여전히 여섯 시였다. 하지만 토요일과 달랐던 것은, 다시 잠들었다는 것 정도일까. 뭐 길게 잠들지도 않았다. 대략 한 시간? 두 시간 정도 더 잤을까? 잠이 온전히 깨자마자, 나는 다시 커피를 내린다. 아메리카노 캡슐을 넣고 예열을 마친다.


예열이 되는 동안, 일주일간 쌓인 재활용 거리를 들고 집을 나선다. 내가 사는 아파트는 일요일 오전부터 재활용 시간을 가진다. 여덟 시이니, 이제 재활용이 시작되고도 남았을 시간이다. 예전에는 세 개의 분리수거함에 각각 비닐봉지를 넣고 분류해서 한꺼번에 쏟아냈는데, 이제 그나마도 귀찮다. 물건을 배송했을 때 받았던 대형 종이봉투에 다 쓸어 넣은 뒤 그냥 현장에서 분류할 따름이다.


재활용을 마치고, 커피를 마신다. 진한 크레마 속의 카페인이 머리를 감도는 순간이다. 그리고 나는 앉아서 글을 쓰기 시작한다. 이어가고자 했던 시리즈의 다섯 번째 글이다. 이번에는 문장을 짧고 간결하게 써야 한다는 내용이다.


글을 쭉 써 내린 뒤, 퇴고를 거친다. 솔직히, 마음에 들지 않는다. 더 간결하게, 더 짧게 문장을 바꾼다. 하지만 여전히 마음에 들지 않는다. 마음에 들지 않지만, 글을 올린다. 일단 글을 올려야 하루의 시작을 알리는 총성이 들리는 셈이라 치고, 발행을 누른다.




어제에 이어, 오늘도 글이 마음에 썩 들지 않는다. 물론 속도에 문제가 생긴 것은 아니다. 나는 여전히 글을 빠르게 쓰고, 내 속필을 따를 수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다만, 최근 글의 퀄리티에 문제가 생겼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잦다. 내가 써 놓고도, 글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자기 확신이 사라진 상태다.


10년의 시간 동안, 내 글쓰기는 정형화된 채다. 어떤 식으로 논리를 전개하고, 어떤 식으로 문장을 만들어야 내 윗사람들이 좋아할지만 고려한 10년이다. 그래서 내가 좋아하는 글이 어떤 것인지, 내가 쓰는 글을 내가 좋아하는지, 솔직히 모르겠다. 이래서야 그냥저냥 적당히 맞추는 글이 될 뿐이다.


이 일기도, 일종의 매너리즘을 벗어나기 위한 시도다.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하루를 꾸준히 정리하며 무엇을 느꼈는지, 어떤 생각이 들었는지 정리하기 위한 시도다. 하지만 아직까지 나는 답을 찾지 못한 상태다.


과연 답을 찾을 수 있기는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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