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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드레드넛 Jun 12. 2023

글 쓰는 하루 보내세요 3일 : 피로

2023년 6월 12일 월요일 이야기

월요일. 항상 월요일은 피곤하다. 월요일을 맞이한 사람치고 피곤하지 않을 사람이 있을까. 하지만 유독 오늘은 피로가 심하다. 일어난 뒤 바로 커피를 내리고, 잠시 후 모든 것이 귀찮아진다. 이제 그냥 전날 밤 커피를 내려두고 아침에 마셔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뭐, 날이 더우니까.


옷을 고르고, 샤워를 한다. 면도를 하고 이를 닦는다. 도시락을 챙기고 먹을 약들을 집어넣는다. 생각해 보니 간밤에 배즙을 먹었다. 오늘은 그냥 회사에서 배즙과 홍삼, 그리고 비타민제를 먹을 생각이다. 그런 생각들을 하며, 무난히 가방을 채워 넣는다.


아침이 되고, 정신없는 일의 폭풍이 밀려온다. 점심을 먹는다. 지금 우리 부서에서 도시락을 싸 오는 사람은 나밖에 없다. 뭐 정확히는, 식단을 위한 도시락이기 때문에 공산품을 사서 냉동해 보관하다 들고 오는 것일 뿐이지만. 어쨌든 점심을 먹는다. 스리라차 소스 없이 어떻게 식단을 할 수 있었을까 싶다.


잠시 후, 나는 졸음에 빠진다.




요즘 나는 많이 피로하다. 퇴근하고 나서 이렇게 글을 쓰는 것도 참 용하다 싶을 지경이다. 나를 위한 글이기 때문에 어떻게든 쓰고 있는 것이지, 아마 남을 위한 원고 청탁이었다면 손도 못 대고 그대로 쓰러졌을 것이다.


오늘 점심은 유독 심했다. 식곤증이었을까? 아니면 혈당의 스파이크? 내 가족력에 분명 고혈압은 있어도 당뇨는 없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말이다. 어쨌든, 몸 상태가 썩 좋지 못하다는 느낌이다. 점심 나절부터 시작된 졸음은 거의 세 시 가까이까지 밀려온다.


세 시 즈음, 뭔가 급한 일이 생긴다. 급하게 해치우고, 다시 졸음에 빠질까 하지만 이제 그럴 시간이 없다. 당일의 일은 거의 세 시에서 네 시 정도에 끝나고, 그 이후부터 주어지는 시간 동안에는 내일의 일을 위한 준비를 해야 한다. 밑준비가 없으면, 글은 나올 수 없으니까. 미리 주제를 찾아두는 셈이다.


담배를 피워 물고서, 무엇을 쓸 것인지 고민한다. 하지만 머리는 텅 비었다. 떠오르는 게 없다. 매일이 쥐어짜는 삶이다.




내 번아웃은 꽤 오래 이어지고 있다. 언제쯤이었을까. 대략 2020년 중반 이후의 일이었을 것이다. 정확히는, 회사의 사장이 바뀌었던 이후였다. 전임 사장 아래서 총애까지는 아니더라도, 직접 사장을 모시고 일하던 나는 다음 사장과 너무 맞지 않았다. 그렇게 나는 다른 부서로의 전입을 신청해 간신히 빠져나왔다.


그리고 그 사장은 회사를 말 그대로 말아먹었다. 그 다음대 사장은 그럭저럭 어떻게든 포지션을 유지했지만, 큰 건의 수주에서 실패하면서 책임을 지고 물러났다. 사장의 공백 사이, 잠시 그 자리를 사외이사 한 명이 메우게 되었다. 그리고 내가 그 뒤를 커버하기 위해 파견을 가게 되었다.


처음 그를 보았을 때는 빛나는 잠재력을 가진, 나이에 비해 아주 걸물이 될 후보라고 생각했다. 그 생각이 깨지는 것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가까이에서 본 그는 정말 모시고 싶지 않은 이였다. 나는 장기 파견의 시간 동안 어떻게든 물러나고 싶었다. 퇴직을 바랐다.


그때서야 나는 깨달았다. 내가 연이은 소용돌이 속에서 거센 번아웃을 겪고 있음을.




번역을 본격적으로 한 게 그즈음 같다. 대략 한글로 50만 자 정도 되는 소설 네 권, 25만 자 정도 되는 소설 세 권을 번역했다. 그 외의 단편들도 합치면 아마 더 늘어날 것이다. 번역을 하며 마음을 가라앉힐 수 있었다.


그리고 지금은 오래 묵혀놨던 브런치를 하고 있다. 그래서 마음이 좀 풀린다 해야 하나. 하지만, 쥐어짜지 않은 글이 나오고 있지는 못하다. 사실, 지금까지 쓴 것도 쥐어짜는 것에 가깝다. 내 마음 속의 창작욕과 역량은 완전히 꺾여버린 채였고, 아직 회복되지 못했다.


그래서, 나는 루틴을 만들며 내 삶을 다시 복구하고 있다.


글을 쓰는 것 역시, 나의 그 루틴 중 하나니까. 빨리 회복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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