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6월 14일 수요일 이야기
간밤에는 사실 술 약속이 있었다. 승진을 축하하는 자리다. 과거 한 부서에 있었던 사람들 중 나를 포함해서 총 네 명이 이번 인사에서 승진을 했다. 축하하기 위해 모인 자리였고, 8년 전 같은 부서에서 함께 부대끼며 뛰었던 기억이 생생했다.
그때 우리 회사는 누구도 생각지 못한 큰 성공을 거뒀다. 뭐, 압도적인 성공이라고까지 할 수는 없겠지만, 정말 누구도 생각지 못한 성공이었다. 그러고 나서 우리는 세 차례의 큰 건을 연달아 따내며 사세를 크게 키울 수 있었다. 지금은 좀 고달픈 상태지만 말이다. 우리는 그 성공의 주역들이었다.
정신없는 일을 마치고, 급하게 저녁 자리로 향했다. 모두가 한 자리에 모였다. 그리고 그 모두가 8년 전 그때와 변하지 않았다. 모두가 각각 제 말을 했고, 모두가 각각 자기 뜻이 뚜렷했던, 말 그대로 개성 넘치는 집단들. 그리고 그 개성들을 하나로 묶어냈던 부서장까지.
즐거운 기억이다.
그 덕분에, 집에 돌아오고 나니 자정을 훌쩍 넘긴 채다. 글을 쓸 여력은 나지 않는다. 하지만 다음날이라도 글을 쓰겠다는 생각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돌이켜 본다.
하지만 돌이킨다 해도, 8년 전의 그 기억과 크게 다르지 않다. 좋은 사람들이었고, 내 첫 사회생활이 그들과 함께였음을 다행으로 여기게 되는 그런 사람들이다.
물론 각자 얼굴에 주름은 늘었고, 개인사는 변한다. 그때 세 살이었던 내 직속 선배의 아이는 이제 초등학생이고, 나도 결혼한 지 7년을 향해 달리고 있다. 많은 것이 변했고, 그때보다는 잃을 것도 많이 생겼다. 다시 그때로 돌아가라고 한다면, 그 길을 가진 않을 것 같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때의 기억이 있어 아직도 이 회사를 떠날 생각은 들지 않는 것 같다. 정말 좋은 사람들과 함께 시작했던 경험이니까.
나에게는 글도 그런 기억이 되는 물건이다. 내가 처음 글을 쓰기 시작했던 순간의 기억들이 생생하다. 물론 처음 글을 쓰던 그 시절로 돌아가라면, 그러고 싶은 생각은 없다. 처음 쓰기 시작했던 글은, 지금에 비하면 너무도 조잡하니까.
하지만 그때부터 이어져 온 글쓰기라는 취미는 내 평생을 관통하는 하나의 취미가 되었다. 그래서 내가 지금 브런치에 글을 쓰고, 최초의 브런치북을 내고, 번역을 지속하고 있는 것 아니겠는가. 나는 글을 쓰는 나 자신을 사랑하고, 지금까지 글을 써 왔다는 사실을 다행으로 여긴다.
이 글을 보는 여러분들도, 글을 항상 함께 할 동반자로 여겼으면 좋겠다. 그만큼 글쓰기는 즐거운 일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