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정신분석을 공부하는 이유

by 꿈꾸는 거북이

정신분석의 역사는 100년이 좀 넘었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심리상담은 사실 정신분석 이후로 만들어진 것이니, 상담 및 임상심리학도 길어봐야 100년 안팎이라고 볼 수 있다. 정신분석은 20세기 중반 즈음, 유럽과 미국에서 대단한 인기를 얻었다. 당시, 정신분석가라는 타이틀은 대단한 권위와 명예의 상징이었다. 그러나 약물의 발달로 인해 정신분석의 인기는 예전만 못 해졌다. 게다가 정신치료에 의료보험이 적용되었는데, 시간과 비용이 오래 드는 정신분석은 보험 체계에 딱 들어맞지 않았다. 보험 측에서는 최대한 돈을 적게 들여 적당히 치료가 되길 바라고 input과 output을 눈으로 확인하길 원하기 때문에, 수치화하기 어렵고 비용도 많이 드는 정신분석은 점점 주류에서 멀어지게 되었다.


그래서일까? 심리학을 공부하는 사람들도 정신분석을 잘 모른다. 어떤 사람들은 정신분석을 '퇴물'이라고도 말하고, 유행이 지났다고 말한다. 심리치료도 유행이라는 게 있긴 하다.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고, 사실 10년 전에 한국의 임상심리학계에서 인기 있던 치료와 지금의 인기 있는 치료는 다르긴 하다. 그렇다고 지금 인기가 있고 없고를 가지고 좋은 치료다 아니다라고 말할 순 없다. 그리고 의료보험에 잘 들어맞다고 좋은 치료라고도 볼 수 없다. 각 치료마다 장단점이 다 있기 때문에 우열을 가리는 게 어렵다.


이렇게 길게 서문을 쓰는 건, 아마 정신분석을 사랑하는 한 사람으로서 정신분석이 과거에 영광을 누린, 유행 지난 퇴물로 불릴지라도 정신분석만의 장점, 정신분석만의 빛나는 가치가 있음을 강조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어쩌면 이 글을 쓰는 이유도, 이 글을 통해서 단 한 사람이라도 정신분석의 진가를 알았으면 하는 마음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정신분석을 공부하다 보면, 한 개인이 겪는 정신장애를 이해하기 위한 노력이 쌓이면서 이론이 정립되고 확장되는 것을 알 수 있다. 단순히 정신분석은 '말 공포증이 너무 고통스럽다. 없애버려야지.' '이걸 어떻게 없애버릴까? 없앨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겠다.' 이런 마인드가 아니다. 정신분석은 '저 환자는 어떤 마음이기에, 마음속에 무엇이 있기에 말 공포증을 겪는 걸까? 저 사람의 마음이 궁금하다.' 이런 마인드이다. 결국 정신분석은 환자가 겪는 증상만 보는 게 아니다. 그 증상을 통해서 환자의 마음속을 깊이 이해하길 원한다.


내가 정신분석 슈퍼비전을 받으면서 가장 감동적인 내용이 있었다. 환자를 만나면 환자만의 역기능적인, 그래서 증상을 야기시키는 독특한 패턴을 보게 된다. 그럼, 이 패턴을 어떻게 할 것인가?! 효용성, 타당성 등을 따지면서 논박하고 패턴을 수정하려 할 것인가? 그때 내가 받은 슈퍼비전에서는 '충분히 그럴만한 이유가 있을 것 같다. 그 이유가 궁금하다. 같이 생각해보면 어떨까?' 이렇게 수용을 하면서 동시에 호기심 어린 마음으로 패턴의 이면을 알아보려고 했다. 이 질문은 마음의 저변을 더 넓혀주고, 겹겹이 쌓인 껍질을 하나씩 벗겨서 마음의 더 깊은 부분을 이해하려는 모습이었다.


우리 모두는 누군가에게 이렇게 이해받길 원하지 않는가? 겉으로 보이는 화려한 외모, 언변, 돈, 능력으로 인정받는 것이 아니라, 그런 것이 없어도 좀 비열하고 못나고 부적절한 내 모습도 있는 그대로 이해받길 원하지 않을까? 엄마 뱃속에서 10달을 거쳐 세상으로 나왔을 때부터 우리는 우리는 보호자에게 있는 그대로를 이해받고 사랑받길 원하지 않았을까? 세상 모든 사람이 그러하리라.


정신분석은 몇 년에 걸쳐 장기로 이뤄진다. 처음에야 나이스하고 젠틀하게 상담을 받겠지만 조금 더 만나보시라. 나의 밑바닥을 보게 된다. 내가 내 모습을 보고 놀랄 수도 있다. 그때 분석가는 어떨까? 잘 들어준다. 그리고 이해하려고 노력한다. 그리고 그 모습을 환자도 같이 볼 수 있고, 깨달을 수 있게 돕는다. 유능한 분석가라면 환자가 자기를 알아가는 그 힘들고 지난한 시간을 함께 견디고 기다리면서 관심과 애정을 놓치지 않을 것이다. 단언컨대 이렇게 밀도 있는 관계는 어떤 심리치료에서도 찾기 어렵다. 정신분석은 인간이 한 인간에 대한 진심 어린 사랑과 애정을 바탕으로 두고 있다. 내가 정신분석을 공부하는 이유도 바로 이것 때문이다. 정신분석을 통해 한 인간의 깊은 이해, 애정, 존중을 절절히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요즘처럼 세상이 빠르게 변하고, 인간관계도 다양하고 가볍게 맺는 사회에서는 몇 년씩 돈과 시간을 들여서 한 상담자를 만나는 정신분석이 구태의연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다. 하지만, 인간의 본성이라는 것은 세상이 아무리 변하더라도 항상 그대로이다. 나라는 사람이 어떠하든, 있는 그대로 이해받길 원하는 마음. 그리고 나도, 너도, 당신도, 그렇게 마음속 깊이 서로를 이해하며 살아가길 바라는 마음. 그 마음은 시공을 달리하여도 항상 같기에, 나는 정신분석이 영원하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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