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심리상담 분야가 사회적으로 매우 각광받고 있다. 대학부터 20년 가까이 심리학에 몸담고 있다보니, 시절이 달라짐을 느낀다. 아마, 나라의 경제적 수준이 높아지고 사람들의 먹고 사는 문제가 어느정도 해결되다 보니 마음, 정신건강과 같이 좀더 추상적인 영역에도 관심을 기울이는 시대가 다가온 것 같다. 사람의 요구가 많은 곳엔 항상 자본이 들어서길 마련이다. 소위, 돈되는 사업분야인 것이다.
그러다보니 여러가지 부작용이 생기고 있다. 기존의 전통적인 심리학 자격증 이외의 '상담'과 '심리' 라는 용어를 붙인 별별 자격증이 남발하고 있고, 여기저기 상담센터가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다. 이쪽 분야를 잘 모르는 보통의 사람들은 치료자의 전공과 자격증이 무얼 의미하는지, 해당 자격증이 얼마나 전문적인지를 알기 어려울 것이다.
심리치료를 업으로 삼는 사람으로서, 이런 현실이 너무 개탄스럽다. 왜냐하면, 모든 피해는 고스란히 상담을 받는 내담자에게 돌아가기 때문이다. 특히, 누구나 다 들을 수 있는 수업을 듣고 쉽게 자격증을 발급받고는 자신이 유능한 심리치료사라고, 어떤 마음의 병이든 몇차례의 상담으로 고칠 수 있다고 떠벌리며, 센터를 내고는 온갖 홍보를 하는 그런 사람은 사기꾼과 다를 바 없다고 생각한다.
심리학, 특히 심리치료를 공부하는 사람들은 왜 심리치료라는 일을 택했을까? 각자 자신만의 이유가 다 하나씩 숨어있기 마련이다. 어떤 이는 자신의 마음이 불안정하여 자신을 이해하기 위해. 혹은 누군가의 이야기를 듣고 위로하는 것으로 자신의 존재감을 느끼는 사람이어서. 혹은 나르시즘이 강해서 의존적이 사람에게 조언하고 그들의 칭송을 듣고 싶어서. 요즘에는 돈벌이가 잘 될 것 같다는 생각에 시작하는 사람도 있을지 모르겠다.
치료자 자신이 왜 이 일을 하고 싶어하는지 이유를 아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특히, 다른 어떤 직종보다 심리치료라는 일에 있어서 유독 더 그렇다. 치료자 본인이 내가 왜 이일을 하고 싶어하는지를 매우 잘 알아야한다. 단순히 '소명'이라고 보기 어렵다. 자기 내면의 목소리, 나의 어떤 결핍, 나의 어떤 특성, 나의 어떤 역동이 있기에 이 일을 택했는지 아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그걸 모른다면, 상담이라는 허울 아래에서 치료자가 자신의 문제를 잔뜩 안고서는 환자를 통해 자신의 결핍감을 채우는 식으로 상담이 진행되기 마련이다.
그렇기 때문에 치료자는 내가 왜 이 일을 하려고 하는지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해야 하고, 할 기회가 많아야 한다. 소위, 심리학 대학원과 신뢰롭고 역사 깊은 자격증을 취득하는 과정을 보면, 고3을 방불케 할만큼 경쟁이 어마어마 하고 엄청나게 공부를 한다. 이런 혹독한 과정을 거치면서 내가 왜 이 공부를 하는지? 이 일이 정말 절실하다! 이런 생각이 없다면 대학원과 수련과정을 제대로 거쳐낼 수 없다. 그 사이에 진짜 이 일을 할 사람과 아닌 사람이 어느정도 걸러지는 것이다.
그런데, 돈을 내고 일정 교육만 받으면 이수하는 자격증으로 상담을 하는 사람들은 이런 치열한 고민을 했을까? 진입장벽이 너무 낮고, 쉽게 상담을 하게 되고, 그래서 내가 이 일을 얼마나 간절히 원하는지도 모른 채, 내가 어떤 사람이고 어떤 결핍이 있기에 이 일을 하고 싶은지에 대한 생각조차도 안 해본 사람들에게 상담을 받게 된다면.... 과연 그 상담에서 진짜 환자의 심리적 안녕과 성장을 이룰 수 있을까? 절대 되지 않을 것이다. 다행이 운이 좋아 잘 들어주는 심성 착한 상담자를 만나게 되면 힘든 걸 털어놓아 기분이 가벼워지는 정도로 마무리 될 수 있겠지만, 운이 나빠 심리적으로 꼬일대로 꼬인, 자기 문제 가득한 상담자를 만나면 사이비 교주를 만난 것과 다를 바 없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따라서, 심리치료자라면 제대로 된 훈련과 자격증을 가지는 것과 더불어 다른 중요한 요건은 바로 교육 분석, 치료자 본인의 심리치료 경험이다. 이 교육분석은 치료자의 자질 중 가장 중요한 덕목이라고 확신할 수 있다. 환자의 마음을 이해하고 헤아리고 존중하는 건, 바로 치료자 본인이 자신의 마음을 이해하고 헤아리며 존중하는 만큼 가능하다. 치료자가 자신을 이해하는만큼 바로 환자를 이해할 수 있다. 환자는 치료자 자신의 심리적 성숙도, 딱 거기까지 심리적 성숙이 가능하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을 심리치료자라고 소개하는 사람이라면, 당연히 그리고 반드시 자신의 심리치료를 꼭 받아야 한다. 내가 이렇게 자신있게 치료자의 자기분석, 심리치료 경험을 매우 강조하는 것은 바로 나 자신의 경험이 있었기에 가능하다. 책과 교육을 통한 공부도 필요하지만, 그러한 지식들이 진정 치료에서 꽃피우기 위해서는 교육분석을 통한 자신에 대한 이해가 기반이 되어야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만약 상담을 받으러 가게 된다면, 상담자에게 꼭 확인해보라!
무슨 학교, 무슨 전공, 무슨 자격증인가요? 그것에 대해 설명해줄 수 있나요?
치료자 선생님은 심리치료를 받아보신 경험이 있나요? 얼마나 받으셨나요?
물어보기가 너무 힘드신가...
괜찮다.
나의 마음을 위해, 나의 심리적 행복을 위한 것인데,
내 마음을 함께 나눌 상담자에게 이런 정보는 충분히 물어볼 수 있다.
그렇게 해서 확신을 가지고 상담에 임하게 되면 당신도 치료자도 모두에게 좋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