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분석적 심리치료자의 직업병

- 마음에 고통을 담고 매일매일 마음수양한다.

by 꿈꾸는 거북이

정신분석적 심리치료자의 직업병...

매일매일이 마음수양인 삶.


그렇다.


일반 회사원들도 매일매일 꼴보기 싫은 상사와 동료와 함께 일하며 마음수양을 한다고 생각된다.

나와 좀 다르다면,

그들은 회사업무에서 겪는 스트레스니 없애버리고 싶은 거라면,

나는 그 스트레스가 치료에 매우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에 잘 바라봐야하는 것.

그 차이가 아닐까 한다.


대중들의 심리치료에 대한 인식 중에 좀 안타까운 건,

심리치료가 그냥 이야기를 듣기만 하거나, 들은 내용을 바탕으로 조언해주는 정도로만 생각하는 것이다.

그건 심리치료가 아니라 코칭? 교육? 지인과의 수다? 정도일 것이다.


흔히들, 내가 속상한 일을 이야기하면 맞장구 쳐주고 조언해주는 사람으로 심리치료자를 생각하겠지만(그 조언이 심리학 전공자라서 조금은 남다른 조언을 해주겠지.. 이런 기대를 하는 것 같다),

내가 생각하기에 치료자는 아이를 건강히 키우려 노력하는 엄마와 같은 대상으로 비유할 수 있을 것 같다.


우리는 다들 나이도 20살이 넘었고,

법적으로 어른이며,

사회적 지위, 역할, 경제활동도 하고 등등.

이미 다 컸다고 생각한다.


그런 어른이 상담실에 와서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데,

왠 내담자가 아이? 치료자는 왠 엄마?

이해가 안 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우리가 덩치도 크고 머리에 든 지식도 많으며 일도 잘 하고 등등

세상의 관점에서는 어른스러운 모습도 있지만,

내 안에는 남들에겐 보이기 어려운,

그리고 나 조차도 인정하기 어려워 마음 속에 꽁꽁 숨겨둔,

불안, 분노, 슬픔, 질투, 미움, 경멸, 수치심 등등

아이 같은, 그런 원초적인 마음들도 다들 가지고 있다.


아주 오래된 지저분한 거울을 계속 닦으면 주변에 무엇이 있는지 명료하게 보이듯이,

치료실에 와서 내 마음을 이야기하다 보면 진짜 내 모습이 어떤지 새로이 알 수 있고,

내가 몰랐던 내 안의 아이 같은 모습이 드러나게 된다.


치료자는 그런 과정을 함께 겪는 사람이다.

내담자는 치료실에서 자신의 화, 질투, 시기, 경멸, 비아냥, 무시, 등등 수많은 감정을 드러내고,

치료자는 고스란히 그 감정을 함께 경험한다.

그리고 충분히 감내하고 포용하며 견뎌준다.

그리고 그 감정이 무엇인지, 환자도 함께 볼 수 있게 격려하고 기다리며,

함께 보면서 그 감정의 정체가 무엇인지, 어디서 왔는지, 이해하려고 노력한다.


치료자와 이런 과정을 겪은 내담자는 이제 예전의 그 사람이 아니다.

내가 인정하기 어려워 묻어둔 그 마음을 알게 되었고, 이해하게 되었고, 나라는 사람 전체로 통합할 수 있게 되었다. 그렇기에, 나라는 사람의 그릇도 역량도 마음의 깊이도 예전과 같지 않다.


환자 1명이 내 마음의 자녀 1명과 같다.

내 아이가 이런 좌절로 이런 고통으로, 떼쓰기, 투정, 징징거림을 하고 있는데,

보통의 사람은 그만하라고 버럭하겠지만,

노력하는 엄마는 그 징징거림과 투정을 받고, 아이를 기다리고, 포용하며, 아이의 마음을 읽어주고, 그 때의 상황을 같이 이야기하며 정리한다.


어떻게 보면, 심리치료자는 진정 정신노동의 끝판왕이라고 생각된다.

그리고 좀더 나은 심리치료자가 되려면,

정말 도닦는 마음으로 매일매일 자신의 마음을 되돌아보고 점검하며 오늘보다는 내일 더 안정되고 성숙한 마음을 가지려고 계속 노력해야한다.

우리의 직업병은 매일매일 마음수양. 이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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