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이 피는 시간, 꽃으로 돌아오라

파란 하늘 아래 벚꽃이 흐드러진 안산.... 그러니 이제 부활하라

by 꿀벌 김화숙


벚꽃

용혜원


봄날

벚꽃들은

쏟아지는 햇살을 받으며

무엇이 그리도 좋아

자지러지게 웃는가

좀체 입을 다물지 못하고

깔깔대는 웃음으로

피어나고 있다

보고 있는 사람들도

마음이 기쁜지

행복한 웃음이 피어난다



꽃이 피는 시간

정끝별


가던 길 멈추고 꽃 핀다

잊거나 되돌아갈 수 없을 때

한 꽃 품어 꽃 핀다

내내 꽃 피는 꽃차례의 작은 꽃은 빠르고

헌 꽃을 새 꽃인 양 매달고 있는 꽃은 뒤다

나보다 먼저 피는 꽃은 옛날이고

나보다 늦게 피는 꽃은 내일이다

배를 땅에 묻고 아래서 위로

움푹한 배처럼 안에서 밖으로

한소끔의 밥꽃을

백기처럼 들어올렸다 내리는 일이란

단지 가깝거나 무겁고

다만 짧거나 어둡다

담대한 꽃 냄새

방금 꽃 핀 저 꽃이 아직 뜨겁다

피는 꽃이다!

이제 피었으니

가던 길마저 갈 수 있겠다



꽃으로 돌아오라

양원


너희들을 앗아간 바다

빙빙 돌다가 그냥 오고 말았다

꽃을 던져보아도

피 터지게 이름을 불러본들

아무 소용이 없었다


물살이 센 차운 바다

바람 따라 흰 파도만 일고 있었다

네게 닿을 수가 없다

우리들의 맨주먹

틀어쥐고 펼쳐보지도 못한다


너희들이 가라앉은 바다

노란색 부표만 흔들리고 있었다

세상이 놓아버린 짧은 끈으로는

일으켜 세울 수도 없다

건져낼 수도 없다


비가 쏟아지는 바다

무섭고 두려워도 뒷걸음칠 수 없다

그러니 이제 부활하라

꽃으로 돌아오라

맹골수도에 성내며 더욱 붉게 피어나라



벚꽃의 꿈

유응교


가야 할 때를 알고 가는 일은

얼마나 아름답고 눈이 부신가

일시에 큰소리로 환하게 웃고

두 손 털고 일어서는 삶이 좋아라

끈적이며 모질도록 애착을 갖고

지저분한 추억들을 남기려는가

하늘 아래 봄볕 속에 꿈을 남기고

바람 따라 떠나가는 삶이 좋아라



낙화, 첫사랑

김선우


그대가 아찔한 절벽 끝에서

바람의 얼굴로 서성인다면 그대를 부르지 않겠습니다

옷깃 부둥키며 수선스럽지 않겠습니다

그대에게 무슨 연유가 있겠거니

내 사랑의 몫으로

그대의 뒷모습을 마지막 순간까지 지켜보겠습니다

손 내밀지 않고 그대를 다 가지겠습니다


아주 조금만 먼저 바닥에 닿겠습니다

가장 낮게 엎드린 처마를 끌고

추락하는 그대의 속도를 앞지르겠습니다

내 생을 사랑하지 않고는

다른 생을 사랑할 수 없음을 늦게 알았습니다

그대보다 먼저 바닥에 닿아

강보에 아기를 받듯 온몸으로 나를 받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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