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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꿀벌 김화숙 Aug 01. 2021

7월이 가고 8월이 왔다

판데믹 특집 영화 토론, 울림 씨네 페미니즘, 토론 또 토론


7월이 가고 8월이 시작됐다.


1년 중 가장 무더운 계절의 가운데를 건강하고 통과하게 있다. 열정적으로, 그리고 재미있고 신나게 살고 있으니 감사하다. 7월은 아마도 올 한 해도 그렇거니와 내 삶 전체로도 특별한 달로 기억될 거 같다. 삶이란 게 참 신기하지 않은가. 내가 지금처럼 토론하는 삶을 살리라곤 예상도 계획도 없었기 때문이다.


우선 7월 한 달 나는 토론 모임을 9개에, 강의 하나 원정가서 '찢고' 왔다. 이런 일정인 줄은 지금 다이어리를 보며 세어보고 알았다. 뭘 그렇게 많이 했냐고? 별일 아니라고? 매달 고정적으로 하는 토론 모임이 몇 년 동안 4개였다. 거기다 새로운 프로젝트가 더해진 달이었다.


내 7월을 더 특별하고 더 즐겁게 한 건 울림의 '씨네 페미니즘' 영화 토론 진행이겠다. 영화는 내가 새 삶을 살게 되면서 본격 즐기게 된 세계다. 좋아서 즐기다 보니 파게 되고 사람들과 함께 토론하게 됐다. 내 즐거움이 강사료 받는 일로 연결된 것이다. 그렇게 시작된  영화 토론을 7월에 격주로 3번이나 진행했다. 총 8회로 계획된 영화 토론을 이제 3강 남겨 놓고 있다.


우선 5년째 한 달 한 번 하는 여성노동자회 페미니즘 토론 모임 '이프'를 했다. 책과 영화를 번갈아가며 토론하는데 이달은 판데믹 특집 영화 토론을 했다. 역시 5년째 하는 한살림 마을모임 '책살림'에선 <시베리아의 딸 김알렉산드라>를 토론했다. 3년째 하는 '백합과 장미'에서도 판데믹 특집 영화 토론을 했다.


안산 여성 단체 울림에서 진행하는 프로젝트 '씨네 페미니즘' 영화 토진행은 사람들과 소통하는 즐거움이었다. 지난달 영화 <찬실이는 복도 많지>를 시작으로 '윤가은 감독과의 대화'가 있었다. 7월엔 <밤쉘: 세상을 바꾼 폭탄선언>, <당갈>, 그리고 <파리의 딜릴리>를 토론했다. 이 모임의 특이점은 내가 강사료를 받는 진행이라는 점이겠다. 물론 영화를 연구하고 논제도 만든다.


아하, 울림 '별을 품은 사람들'과 책 <눈먼 자들의 국가>도 토론했다. 한 달 한 번 세월호 관련 책을 읽고 나누는 모임이다. 여기에 더해서 울림 청소년들과 함께 영화 <마틸다>를 토론할 수 있었다. 초등 5학년부터 중학교 3학년까지 청소년들을 위한 <동화 속 젠더 여행>의 한 강좌였다. 강사료 받고 청소년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즐거운 경험이었다.


7월 내 일정 중 또 하나 특별하고 신나는 도전의 경험은 아마도 안산을 넘어 평택 가서 강의한 것이겠다. 노무현재단에서 알게 된 인연으로 페미니즘 강의 초대를 받아 다녀왔다.( 이 이야기는 따로 자세히 쓰기로 한다.)




판데믹 특집 영화 토론



'백합과 장미'에 이어 '이프'에서 판데믹 특집 영화 토론을 했다. 이프는 페미니즘 책 또는 영화로 한 달 한 번 토론하는 여성노동자회 소모임 이름. 그동안 해 오던 방식에서 조금 변화를 줘 봤다. 영화 <컨테이젼>(스티븐 소더버그, 미국, 2011)을 중심으로 <아웃브레이크>, <감기> 그리고 넷플릭스 다큐 <판데믹>도 곁들였다. 판데믹을 생각하는 두 시간이었다.



10 사람이 줌에 접속했고 내가 진행했다. 기존 이프 식구 중 6명에 여노 회원 4명이 특집 토론에 합류했다. 최악으로 더운 주간 아닌가. 근무 후 저녁 시간, 시원하게 쉬어야 할 시간에 이열치열로 판데믹을 토론하는 사람들. 대단하지 않은가? 영화보다 더 리얼한 여성 노동자들의 삶의 근황도 나눴다. 판데믹이라 일이 많아 토론 후에 다시 일하는 회원도 있었다.




어느새 코로나와 함께 1년 반을 살고 있다. 영화가 현실을 보여줄까, 현실이 영화를 보여주는 걸까? <판데믹>은 2019년 나온 넷플릭스 다큐다. 영화 속 전문가들은 다가오는 판데믹을 예견하고 있었다. 10년 전 영화 <컨테이전> 속 상황도 지금과 너무 판박이다. 무얼 뜻하는가? 우리는 판데믹에서 무얼 배울 것인가? 어떻게 이전과 다르게 살 것인가? 질문이었다.


어쩔 수 없이 우리는 귀를 열고 눈을 열어야 했다. 역시 토론은 언제나 옳다. 혼자 보고 말면 무슨 맛이겠나. 집단지성의 파도를 타며 즐기는 시간이었다. 토론 말미에 오고 간 이야기만 조금 옮겨 정리해 본다.






덕: 좀 이상한 표현이지만, 코로나가 공평한 게, 사람을 안 가린다. 스페인 독감 후 101년만에 온 판데믹이다. 인류가 공동운명체라는 거 실감한다. 모두 같이 살고 같이 죽는 공동운명체라는 걸 깊이 인식할 필요가 있는 거 같다.


슬: 앨런 기자가 벌 안 받고 보석금 내고 풀려났다. 돈만 있으면 죄짓고도 그렇게 된다. 자본주의 물질만능 본다. 이런 상황에서 문제가 터지면 개인에게 잘못 돌리는 건 불합리하다. 개인이 아니라 구조를 봐야 하고 구조 변화 위해 힘써야 한다.


서: 마지막 장면에서 요리사가 박쥐가 물었던 바나나 먹은 돼지를 요리한다. 돼지 만진 요리사와 악수한 기네스 팰트로가 감염된다. 돼지가 눈에 들어왔다. 단백질이라고 돼지고기, 싼 바나나 너무 많이 소비한다. 내가 돼지고기 좀 덜먹는 게 환경 생각하며 사는 거다. 고민해야 한다.


재: 환경이 문제다. 공장식 사육에서 소가 뀌는 방귀가 공기를 얼마나 오염시키는지 들은 적 있다. 모든 문명 너무 빨리 발전하면서 인간이 감내하지 못할 정도다. 환경, 바다, 모두 생각하며 살아야 한다. 고민만 하고 실제 행동 못 옮기고 있다.


민: 돈이면 다 되는 세상이다. 질병이란 게 의료계만의 문제 아니다. 모두 연결돼 있다. 경제, 환경, 의료, 복지. 전 세계도 서로 연결돼 있다. 그런데 너무 취약하다. 대책을 고민하고 대안적 시스템 만들어야 한다.


효: 이제 코로나 이전 삶은 없을 것이다. 생활은 비대면이 많아지고 직접 만나는 모임도 대학도 줄어들 것이다. Seaspiracy 영화 보고 충격받았다. 바다가 오염되고 고기를 너무 많이 남획해서 바다에 고기가 없다고 한다. 사람들이 고기를 너무 많이 먹는 거다. 지금의 식생활은 정말 깊이 생각해 봐야 한다.


병: 돌봄 영역엔 비대면 시대라지만 대면으로 할 수밖에 없는 일이 있다. 많은 사람들이 직장 잃었고 또 잃을 것이다. 매일 방문 요양이 있다. 요양보호사 방역 아주 철저히 한다. 그럼에도 코로나는 계속 묻는 거 같다. 어떤 대안을 마련할 것인가. 공부할 과제를 주는 거 같다....




울림 씨네 페미니즘 영화 토론 5강을 마치고




씨네 페미니즘 5강으로 <파리의 딜릴리>의 즐거움을 어찌 정리할꼬. 격주 목요일 저녁, 연속 다섯 번째 줌 영화 토론이었다. 더운 여름밤 두 시간을 온라인 토론에 참여하는 사람들 대단하지 않은가. 진행자야 강사료 받는 일이니 애정과 열정으로 할밖에. 그러나 안 한다고 누가 잡아가는 것도 아닌데, 영화 토론의 맛에 빠져드는 사람들은 뭘까? 스무 명이 넘게 접속한 딜릴리의 밤이었다.


할수록 나는 영화가 재미있고 토론이 즐겁다. 다양한 목소리를 듣는 재미에 빠져든다. 거기 더해 논제 만드는 수고도 내 즐거움이다. 어떻게 영화를 맛있게 요리하고 잘 먹을 것인가. 방법은 여러 가지. 나는 매번 고민한다. 어떻게 함께 영화 속을 누비며 재미있게 놀까? 사람들의 감상을 방해하지 않되, 짚을만한 포인트는 놓치지 않는 논제. 그게 되면 토론 진행은 흐름을 따르면 된다.


결론은, 5회까지 매번 나름 만족스러운 논제였고 잘 흐른 토론이었다고 자평하련다. (자화자찬은 나의 힘!) 내가 만족하고 내가 재미있으니 누가 말리랴. 참여자들의 활발한 목소리가 그걸 보여주는 거 아니겠나(근자감?). 특히 <파리의 딜릴리>같은 영화는 같이 즐겨야 제맛이다. 여러 번 토론해도 다 알 수 없는 보물섬 같은 영화다. 이만큼이라도 집단지성의 힘을 즐겼으니 좋은 평론 하나 쓰길.


나는 토론 진행을 즐기는 내가 너무 좋다. 내 젊은 날에 이런 좋은 토론 모임을 만났더라면 어땠을까? 그런 아쉬운 상상을 할 때가 있다. 갈수록 즐기고 있으니 얼마나 다행인가! 나는 나이 먹을수록 점점 토론을 잘 진행하고 싶다. 어떤 의견이라도 자유롭게 말하도록 사람들을 격려하고 싶다. 포기할 수 없는 즐거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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