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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꿀벌 김화숙 Aug 27. 2021

자연식 채식 고수의 아로니아 찬가

멀리 사는 벗이 아로니아를 보내왔습니다

"좋으면 뭘 해요... 어떻게 먹는지 몰라서...� 새들도 안 묵어여."


지난 금요일 울진 사는 벗이 아로니아를 보내왔어요. 벗의 카톡 때문에 빵 터졌어요. 맛이 별로라 아로니아를 새들도 안 먹는다나요? 속으로 앗싸~~ 와 이래 좋노! 저는 신나게 웃었어요. 아로니아 찬가가 흘러나왔죠. 


새들아 참 고맙다! 나 먹으라고 아로니아를 양보한 거야? 아무거나 쪼아 먹는 줄 알았더니, 너희도 좋아하는 맛 싫은 맛이 있나 보구나. 아로니아 말고도 먹을 게 많았다고? 어쨌거나 고마워 고마워~~.



아로니아를 어떻게 먹냐고요? 저는 자연식을 추구하지 않겠습니까? 냉동실에 두고 주로 생으로 먹죠. 아주 편리한 식재료랍니다. 간암 수술 후 자연치유하면서 알게 된 후 매년 이맘때면 사 먹는 열매죠. 시큼털털한 맛에 과즙도 별로 없는 열매라고요? 말리거나 효소 담는 거 말고 먹는 방법요? 무궁무진하죠.




아로니아는 블루베리랑 잘 비교되는 열매죠. 안토시아닌 폴리페놀 등 유기화합물이 들어 있어서 자연 면역 향상제와 항산화제 역할을 합니다. 항암제라고도 하죠. 항산화라는 말은 세포를 보호하고 살린다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심장에도 좋다네요. 안토시아닌이 블루베리의 5배, 크랜베리의 11배나 들어있고요. 포도보다 80배, 사과와 비교하면 120배나 풍부하답니다. 실화?



효능으로 볼 것 같으면 블루베리가 왜 더 비싼지 이해가 안 됩니다. 특히 간 기능을 도와 소화에 좋죠. 식이섬유가 풍부하니 배설 쪽으로도 좋고요. 복부를 편안하게 하죠. 다른 베리류보다 월등하게 눈 건강에도 좋고 혈관을 건강하게 합니다. 혈관에 찌꺼기 쌓이지 않게 하니까요.



체지방 쌓이는 것도 막아주니 많이 먹어도 부담 없겠죠? 그럼에도 과유불급은 있겠죠? 부작용이라면 칼륨 함량이 너무 높아지면 저혈압을 일으킬 수 있다네요. 아로니아를 너무 많이 먹을 일이 과연 있을지 모르겠어요. 잼이나 다른 가공으로면 몰라도 생과로는 한 끼 한 움큼 정도로 족하죠. 그리고 후숙 과일이라 두고 먹을수록 맛도 소화에도 좋습니다.




우선 가장 쉬운 한 그릇 아로니아 샐러드랍니다. 주 후반엔 혼자 밥 먹을 때가 많거든요. 공부하다가 글 쓰다가 한 그릇으로 먹을 수 있으면 간편하죠. 비빔밥이라 부를까 샐러드라 부를까 늘 고민이죠. 어떻게 했냐고요?



시골에서 온 늙은 호박이 있어서 제철에 연속 먹고 있거든요. 늙은 호박을 생으로 잘라 냉장고에 두고 샐러드 재료로 쓰죠. 단순히 삶으면 퓌레가 되죠. 늙은 호박 몇 조각 깍둑썰기, 식은 밥 큰 한 술, 아로니아 한 움큼, 구운 마늘, 삶은 검정콩, 아오리 사과 한 번 토마토랑 한 번 섞어 봤어요. 삶은 호박 퓌레로 비비고 와인식초와 올리브 또는 들기름 한 방울, 기분 대로 허브가루 뿌리면 한 그릇 샐러드 밥이 되죠.




아로니아 샐러드랑 같이 먹은 숙덕 커플 밥상입니다. 


아로니아 샐러드를 이번엔 들깨가루랑 비볐죠. 생식 비율이 높은 식단이라 늘 샐러드는 각자 한 그릇씩 먹는답니다. 콩나물은 살짝 데쳐 찬물에 식혔고 검정콩은 허브랑 삶았습니다. 마늘 피클에 깻잎 찜도 슴슴한 맛이죠. 김치는 친구 경이가 준 강원도 산 묵은지랍니다. 보리쌀 비율이 높은 밥 색깔이 아름답죠? 흰콩이 보이고요. 앗! 국그릇에 담긴 푸르뎅뎅한 건 뭐냐고요? 늙은 호박을 주재료로 양파 마늘 생강 등을 넣어 끓이다가 강황가루와 뽕잎 가루를 넣었어요 소금 간 살짝 한, 담담한 채식 소스죠.




보리쌀 이야기를 안 할 수 없네요. 


이건 또 서울 교회 벗 욱이네서 받은 선물이랍니다. 먹을 복이 많아요 제가. 김제에서 올라온 보리쌀로 밥을 해 먹노라니 열무김치가 생각나지 않겠습니까? 시골 출신 촌년이거든요. 열무김치랑 보리밥만으로도 쓱쓱 비빔밥이 되잖아요. 그래서 안산 로컬푸드 가서 열무 사다 후다닥 김치를 담갔죠. 서울로 한 통 보내고 안산에 한 통 두고. 하루 맛 들이곤 열무김치 보리밥을 비벼 먹었겠죠? 단순해요. 잘 씻고 소금 살짝 절이곤 사과 두 개 곱게 채썰었어요. 마늘 생강 고춧가루 파 밥 한 술 넣어 갈아서 버무렸죠. 담백한 맛 쥐깁니다.




보리밥에 열무김치 비빔밥을 몇 끼 먹었겠죠? 고추장이니 양념 따로 필요 없어요. 열무김치에 배어난 국물도 같이 넣고 비벼 먹으면 끝이죠. 아로니아 한 움큼 검정콩이랑 보이네요. 들기름 살짝 떨어뜨리기도 하고 없이도 잘 먹어요. 푸른나물이 더 보이는 쪽은 냉동실에 있던 보리뱅이 나물을 섞어 먹었어요. 늦봄에 쑥이랑 뜯을 때 데쳐뒀던 건데 남아있길래 비벼 먹었죠. 쌉싸름한 봄나물 맛이 열무김치와 더해져서 음~~~ 이 맛이야!





어제 오후 한 기관 위원회 회의 참석했더니 끝나고 샌드위치를 주더군요.


인정하는 안산지역 협동조합에서 만든 음식이라 저녁으로 먹었답니다. 아쉬운 건 달걀 햄 치즈가 끼워져 있었어요. 비건들을 위한 레시피도 개발하고 있길 바라봅니다. 한 끼 정도야 상황 따라 샌드위치 즐기기도 해요 물론. 사회생활하며 완전 채식 유지가 어디 가당키나 한가요? 그래도 집에 왔으니 한 입만 배어 보곤 동물성은 다 빼고 먹었어요. 남의 눈치 안 보고 말이죠. 대신 내 맘대로 채식 한 접시 곁들여 느긋하게 먹었죠.


초고추장에 살짝 비빈 해초, 토마토, 올리브, 구운 마늘, 검정콩, 그리고 냉동실에서 나온 아로니아 생과.


내친김에! 햄이 일급 발암물질로 분류된 지 오래라는 건 아시죠? 


가공육과 치즈와 달걀이 우리나라에선 식을 줄 모르는 인기 식품이란 게 제겐 불가사의 같아요. 단백질 신화가 있죠. 그 공장식 사육과 건강하지 못한 생산과정을 생각하면 도저히 먹을 음식이 못 되거든요. 저처럼 암을 통과한 사람에겐 음식이 아니라 오염 물질로 보인답니다. 제 혀의 미각이 완전 변했나 봐요. 깨끗한 음식이 아니라 쓰레기를 몸에 밀어 넣을 수 없듯, 일급 발암물질을 몸이 거부한달까요.




아~~ 이러려고 한 건 아닌데, 아로니아 이야기가 결국 책 이야기로 넘어가네요.


저는 사회 운동으로서 비건을 시작한 경우가 아니에요. 모태 채식주의자도 아니었고요. 


암이 저를 뒤흔들어 깨우니 피할 수 없었어요. 내 몸을 어떻게 하면 새롭게, 건강하게 살 것인가? 이전처럼 사는 거 괜찮나? 다시 암 환자가 안 된다는 보장이 없었죠. 책을 읽다 보니 자연식을 지향하게 되었어요. 지난 7년의 채식 생활을 통해 이전과 비교할 수없이 건강한 몸이 되었죠. 단식과 자연식 채식으로 약 없이 'B형 간염 보유자'에서 'B형 간염 항체 보유자'가 됐죠. 20대때보다 더 힘 있고 건강하고요. 무슨 설명이 더 필요할까요?



사람들과 어우러져 살다 보니, 그러나 이게 간단한 일은 아니더군요. 


먹는 거 가지고 별나게 구는 프로불편러로 보일 수도 있었죠. 남들한테 부담줄까 늘 조심스럽더라구요. 자기 뜻을 굽히고 사람들에게 좋게 하려는 구겨진 제 모습도 많이 보았고요. 그러나 알게 됐어요. 내가 나를 인정하고 그대로 드러내지 못한다면, 다른 사람에 대해서 역시 그렇게 기대하고 요구한다는 걸 말이죠. 좀 달라도 있는 그대로 용납받는 하나님 나라, 자연식 채식을, 비건을 지향한다는 건 그런 면이 닿아 있었어요.



비건의 핵심은 거부가 아니라 연결에 있다. 비건이 되는 것은 산업과, 국가와, 영혼 없는 전문가들이 단절시킨 풍부한 관계성을, 어린아이였을 때 누구나 갖고 있던 직관적 연결고리를, 시민들이 스스로의 깨우침과 힘으로 회복하는 하나의 사회운동이다. (16-17쪽)


나는 비건이라는 개념이 나의 몸과 영혼, 자연의 건강 모두를 아우른다는 걸 알게 되었다. 한 가지래도 좋을 판에, 저 세 가지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다니 더 주저할 이유가 없었다. (37쪽)

-<아무튼, 비건>(김한민, 위고, 2019)




앗! 진짜 마지막으로 지금 먹고 있는 푸짐한 점심 접시입니다. 


냉동실에서 나온 아로니아가 뽀얗게 김이 서렸죠. 고구마엔 역시 김치 아니겠습니까. 자연식 채식이 좋은 점은 가능한 한 있는 그대로 먹을 수 있다는 점이죠. 달고 짜고 맵고, 과하게 양념 칠갑을 한 음식은 안녕~~ 최소한의 조리로 하나님이 지으신 어여쁜 채소와 과일 맛 그대로 꼭꼭 씹어 즐깁니다. 생채소 과일은 특히 씹을 일이 많으니 이가 좀 수고를 하죠. 이에게 늘 감사합니다. 그래도 식사 시간은 너무너무 즐겁습니다. 오늘 뿌린 허브는 타임입니다. 아~~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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