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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회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 응모

에라~~ 이제 떠나거라!

by 꿀벌 김화숙


글쓰기는 역시 제목 정하기가 어렵다.


어떨 땐 제목부터 떠올라 글이 단 번에 써지기도 하는데 여러 편의 글을 하나의 책으로 묶어 보니 제목 정하기가 참 어려웠다.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 응모. 이전에 생각해 둔 책 제목이 마음에 드는 게 없었다. 매력적인 수 십 개 후보를 고민했지만 끝에는 담백한 <B형 간염 간암 자연치유 일기>로 정해졌다. 진짜 필요해서 찾는 사람에게 쉽게 노출되고 바로 읽기 쉽게 하기 위한 결정이었다.


블로그와 브런치에 써 온 '자연치유' 이야기 중 초기 것들이 정리됐다. 암 수술 5년 지나면 암 생존기 책을 내겠다고 큰소리쳤더랬다. 올해 벌써 8년 차니 더 이상 미루고 싶진 않았다. 연말까진 다른 거 뒤로하고 책에 집중하자, 맘먹을 때 프로젝트 공지를 봤다. 이거였다. 10개 출판사가 참여해 응모한 브런치 북 중 10편을 선정해서 500만 원 주고 종이책 출판해 준단다. 새로운 작가 발굴이 취지였다. 기회였다.


그간 써 놓은 글 중 무얼 넣고 무얼 뺄지 결정하는 게 어려웠다. 10~30편으로 응모하라는데 내가 써 놓은 자연치유 이야기는 100편에 가까웠다. 지난 3주 남짓, 퇴고의 칼을 내 멋대로 휘둘렀다. 암 수술과 자연치유 선택, 그리고 내 몸과 마음이 새 길을 걸은 이야기로 모아졌다. 새로 써야 할 이야기도 있었고, 과감히 뺄 꼭지도 보였다. 선택받지 못한 글들은 매거진으로 남겨 뒀다.



https://brunch.co.kr/brunchbook/livernature


첫 브런치북을 발행하는 과정이 내게 큰 즐거움이었다.


브런치북 발행하고 응모하는 과정이 재미있었다. 응모 조건은 10~30편의 글을 묶으면 된다는데 길이는 자유였다. 처음에 30편을 묶어보니 '한 번에 읽기엔 길다'라는 반응이 떴다. 어라? 인터넷 글 읽기의 평균 분량을 고려한 것이겠지. 이전 수상작을 확인해 봐야 했다. 더러 30 꼭지에 130분, 150분짜리도 있었다. 오케이. 군더더기를 떼고 적정한 선에서 줄이기를 멈췄다. 큰 3장에 총 28 꼭지, 98분으로 마무리됐다.


브런치 매거진 세 개에 흩어져 있던 글이 하나의 브런치 북으로 묶어졌다. 비워진 매거진은 삭제했다. 뭔가 매듭이 지어진 기쁨, 또 다른 한 걸음 내딛는 기쁨이었다. 필요한 사람에겐 읽기 쉽고 요긴한 책이 될 것이라는 기쁨이 컸다. 부족한 내 글을 읽고 직접 연락을 해 오는 독자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간염과 간암이 얼마나 흔한 난치병인지! 내 글이 병으로 길 잃은 사람들에게 길동무가 되고 희망이 되길 간절히 바란다.


나의 제1독자인 가족들과 소통하는 기쁨도 컸다. 내 눈엔 안 보이는 걸 독자들은 귀신같이 찾아 줬다. 짝꿍과 딸과 아들이 각자의 날카로운 눈으로 글을 읽고 비판해 줬다. 표현이 이상한 것, 독자로서 동의하기 어려운 것, 무엇이 더 중요하고 덜 중요한지 등등. 재미있는 경험이었다. 그 과정을 통해 막판에 나는 어떤 꼭지는 과감히 빼고 어떤 꼭지는 보충하기도 했다. 직접 하는 퇴고, 막판엔 싫증 나게 지난했지만, 즐거움이 훨씬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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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라~~ 이제 떠나거라!


끼고 있던 글을 손에서 떠나보내는 쾌감도 좋았다. 자식들이 크면 각자의 길을 가듯, 작품이란 결국 떠나는 것이로구나. 초짜 작가지만 브런치 북으로 묶고 보니 이제 그 주제는 마음에서 매듭이 지어졌다. 간암 수술한 2014년에서 2016년 말까지의 일기가 이제 내 손을 떠난 것이다. 이후의 이야기들은 또 다른 색깔의 책이 될 걸 알 수 있었다. 브런치 북 발행과 동시에 어서 떠나보내고 싶어 응모 클릭을 해버렸다.


결과는 12월 중순에 나온다. 그때까지 가을을 좀 즐기고 잘 놀아야겠다. 퇴고하는 기간 운동 시간이 들쑥날쑥했던 건 몸에게 미안하다. 책상 앞에 앉으면 집중해서 저녁때까지 꼼짝하지 않은 날도 있었다. 자연치유하는 사람 맞아? 이러면 안 되는 거 아냐? 혼자 양심에 찔리는 날도 있었다. 마감이 있는 글쓰기가 그럴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버틸 체력과 건강한 몸이 있어 할 수 있었다. 내 맑은 정신과 지력과 감성에도 감사한다.


브런치 북 프로젝트에 수상자로 선정되지 않을 경우는? 내 책 안 뽑으면 후회할 껴~~~ 하긴 워낙 글 잘 쓰는 사람이 많으니, 결정하려면 얼마나 머리 아플까. 그땐 건강과 자연치유 콘셉트의 출판사를 찾아 문을 두드려 볼밖에.


"누구나 한 번은 길을 잃고 누구나 한 번은 길을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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