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몸은 내가 접수한다> 출간일 나는 떨고 있었다

책출간이라는 낯선 길에서 마주하는 내 안의 두려움과 불안, 그리고 즐거움

by 꿀벌 김화숙



내 책 <내 몸은 내가 접수한다>가 종이책으로 세상에 나왔다.


19일 여성 단체 이사회 워크숍 가는 길에 전화를 받았다. 나는 너무 신나서 꺄~~ 소리 지르고 말았다. 아이가 태어났는데 어서 안아보고 가슴으로 온몸으로 느껴보고 싶지 않겠는가. 출판사 대표께서 안산으로 책 싣고 온다니 힘들어도 조금 더 기다리고 있다. 대신 20일 낮에 혹시나 하고 했더니 인터넷 검색이 됐다. 다시 한번 꺄~~~악! 걷다가 혼자 소리 질렀다. 그제 보내온 대표님 계획으론 아직 안 될 줄 알았는데 말이다.


선생님께 계획을 보내드립니다. 20일 지방에 먼저 책을 보낼 예정입니다. 22일에 인터넷 서점 MD들을 만날 예정입니다.(예약제로 운영되고 있어 약속시간 정하기가 까다롭습니다).. 인터넷서점도 내일(20일) 자료를 보낼 생각입니다. 도매점과 교보 매장 담당자는 21일 만날 예정입니다. 23일은 책을 언론사에 보낼 예정입니다. 대략 계획이 이렇습니다. 보도자료는 메일로 보내드리겠습니다. -생각비행 조성우 대표님 톡


남의 책 서평 쓸 때 수없이 클릭해서 링크하던 블로그의 글감 검색 기능. 오늘은 돋보기로 내 책을 검색하고 짜잔~~ 불러냈다. 이 기분 너무 좋았다. 따끈따끈 바로 오늘 날짜로 발매된 책이라는 게 도드라져 보였다.


오늘 오후는 여기저기 책 소식 링크하며 수다 떨며 보냈다. 단톡방마다, 토론방마다, 단체마다, 모임마다, 친구들에게, 지인들에게 소식을 날렸다. 축하도 많이 받았는데 또 받았고 격려도 많이 받았다. 지난 며칠간 벌떼처럼 달려들어 내 책 주문을 한 여성 단체 벗들에게도 감사 인사와 함께 링크를 보냈다. 따끈따끈한 신간이요!!! 내일 오후 책 배달 가겠노라고 말이다.


가까운 관계는 어느 정도 알렸고 아직 홍보하고 싶은 리스트는 남아있다. 이번 주 일정이 빼곡한데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보기에 따라선 시시할 수도 있는 환갑 아줌마의 이야기. 이게 어떤 새로운 파장을 일으킬지, 어떤 독자를 만나 새로운 이야기를 쓰게 될지. 새로운 만남과 새로운 이야기는 늘 나를 설레게 하니까.



책은 이제 세상에 나왔다. 인터넷 검색도 된다. 누군가는 벌써 책을 주문했을 것이다. 이제부터 책이 만드는 새로운 이야기가 쓰일 것이다. 이 책에 관한한 이제 나는 어떤 손도 쓸 수 없게 됐다. 책이 세상에 돌아다니며 스스로 써 낼 이야기를 잘 듣고 잘 기록하고 쓰는 게 내가 할 일이지 싶다.


그래서일까. 나는 어제부터 미세하게 떨고 있었다. 아침에 중앙역으로 걸어가는데, 책을 생각하니 가슴 한 켠이 저릿한 듯 무거웠다. 나는 내 안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그건 두려움이고 불안이었다. 나는 나를 안아주며, 소리 내어 기도하며 힘차게 걸어갔다.


"주여! 내 책이 나온대요. 너무 설레고 기쁘고 신납니다. 감사해요. 내게 글 쓸 마음과 손과 건강한 몸을 주고 힘차게 걸어가게 한 것 감사해요. 포기할 줄 모르는 마음 주신 것 감사해요. 내가 글을 잘 쓰네 못 쓰네 계산하지 않고 내 목소리로 쓸 수 있어 감사해요. 처음 시작할 땐 이런 책이 될지 전혀 그려지지 않았잖아요. 책을 쓰겠다는 맘만 있을 뿐 아무것도 몰랐잖아요. 오는 길에 내 손 잡아주는 길동무들을 많이 만나 즐겁게 온 것 감사해요.


그런데 주여! 내 안에 있는 이 작은 떨림은 뭐죠? 신나는 설렘만은 아닌 것 같아요. 나 두려워하는 거 같아요. 묵직하게 내 맘을 누르는 이건 뭐죠? 불안 같아요. 왜 두렵고 불안하죠? 내가 행여 놓치고 잘못 쓴 무언가가 뒤늦게 발견될까 두려워요. 행여 누군가가 나로 인해 상처받는 일이 있을까 두려워요. 이 책으로 인해 누군가로부터 내가 오해받고 공격받을까, 마녀사냥 당할까 그게 두려워요. 예상치 못한 일이 기다릴까 불안하고 두려워요.


아~~ 작가들은 어떻게 매번 새 책을 내고 또 쓰고 낼까요? 작가로서 마주하는 이런 두려움 처음이에요. 이전에 겪은 비슷한 일들도 떠올라요. 그게 아직도 내 맘을 누르나 봐요. 내가 내 마음을 솔직히 말했을 때, 내 목소리를 분명히 냈을 때, 힘 가진 사람들한테 이해보단 오해받았잖아요. 수용보단 정죄를 받았고, 내 존재 자체가 비난받았던 기억이 아직 있어요. 이 책이 그런 경험으로 나를 이끌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내 안에 있어요. 페미니즘이 나오잖아요. 기독교며 가부장제에 대한 비판도 있잖아요. 세상에 이런 사모가 있냐 욕할지도 모르잖아요.


아~~ 내 안의 두려움 인정해요. 미리 계산하고 겁먹기 잘하는 나잖아요. 이 마음 이대로 활짝 열어 보여드립니다. 보이죠? 두렵고 불안한 이 맘 받아주세요. 돌아볼수록 책 쓰는 과정 자체가 내 마음의 치유였고 심신의 단련이었어요. 놀라운 기적을 많이 경험했어요. 그것만도 감사한데 이제 또 두려움과 마주했네요. 나 어떻게 해요? 다시 앞으로 걸어가며 길 찾아야죠? 길 안 보일 땐 안내하실 거죠? 알아요. 길이 안 보이면 새 길을 또 만드는 게 길치잖아요. 그래요. 이 모습 이대로 가요. 감사해요...."




삶은 역시 과정이요 여행이다. 책이 나오기까지, 그리고 책이 나왔다고, 얼마나 사람들과 들썩이고 함께 놀았던가. 이 모든 게 이벤트요 과정이요 여행이다. 여행은 낯선 곳, 낯선 사람과 문화, 그리고 나도 모르던 나와의 만남이니까. 책이 나온 지금, 내게 필요한 건 새로운 이벤트를 즐길 마음이겠다. 책이 매개가 되어 사람들과 연결되고, 새로운 이야기가 생기고, 서로 배우고 즐기며 여행하는 거다.


"출간 축하드려요. 어머니가 가장 좋은 스승이자 동료이자 페미니스트라고 하시니 너무 부럽네요. 언제 기회가 된다면 저자 사인을 받고 싶습니다! 안 되면 북살롱이라도 하시죠!!"


딸이 자기 네트워크에서 주고받은 톡에서 한 컷 보내온 축하메시지다. 용기를 주고 힘이 되는 축하가 아닐 수 없다. 페미니즘과 페미니스트에 대한 이 사회의 편견과 낙인에 비해, 이런 사람들은 어느 별에서 온 걸까? 엄마가 페미니스트 될까 불편한 사람이 있고, 엄마가 페미니스트라 괴로운 사람이 있을 것이다. 반면 누구 엄마가 페미니스트란 게 부러운 사람이 있다. 페미니스트 엄마와 페미니스트 딸의 케미는 어떨까?


나는 여러 번 글에도 썼다. 우리는 최강 모녀 페미라고. 물론 과장이다. 엄마가 페미니즘을 하면 얼마나 했겠는가. 가부장제와 성차별이 뭔지도 모르고 피부처럼 붙어 60년을 살아온 중년이 말이다. 인생이 즐거운 건 언제라도 새로워질 수 있고 변할 수 있고 다르게 살 수 있다는 것. 그게 사는 맛 아니겠는가. 내 딸은 엄마를 가장 좋은 스승이자 동료이자 페미니스트라고 주변에 말하는 사람. 나는 딸이 내게 그렇다고 말하곤 한다. 우리는 서로에게 용기를 얻으며 낯선 길을 가고 있다.



아~~ 출판사 제공 신간안내 보도자료가 더욱 이쁘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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