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력파 깔끔씨, 세월호의 별 단원고 2학년 8반 김대현에게
한 그리움이 다른 그리움에게
정희성
어느 날 당신과 내가
날과 씨로 만나서
하나의 꿈을 엮을 수만 있다면
우리들의 꿈이 만나
한 폭의 비단이 된다면
나는 기다리리 추운 길목에서
오랜 침묵과 외로움 끝에
한 슬픔이 다른 슬픔에게 손을 주고
한 그리움이 다른 그리움의
그윽한 눈을 들여다볼 때
어느 겨울인들 우리들의 사랑을
춥게 하리
외롭고 긴 기다림 끝에
어느 날 당신과 내가 만나
하나의 꿈을 엮을 수만 있다면
4월 16일에 태어나고 4월 16일에 별이 된 대현아!
한 그리움이 다른 그리움에게, 시와 노래로 네 이름을 불러 본다 대현아. 벚꽃 만발한 4월 16일에 엄마 아빠에게 봄꽃처럼 피어 온 아들아! 올핸 개화가 빨라 안산 천변과 화정 천변에 네 생일을 맞을 준비로 벚꽃이 퐁퐁 피고 있구나. 천변 바닥엔 봄까치꽃이 파랗게 파랗게 별 가루를 뿌린 듯 피고 있구나.
누가 그랬니. 사람은 울면서 웃고, 웃으면서 우는 존재라고 말이야. 그래, 4월이 그런 달이고 4월 16일이 그런 날이구나. 9년 전 그 봄, 너는 멀고 먼 수학여행을 떠나며 생일 축하를 미리 받고 싶어 했더구나. 여행 1주일 전 토요일에 가족이 함께 네 생일을 축하했지. 네가 좋아하는 아이스크림케이크에 피자와 치킨을 먹으며 "사랑하는 대현이~~~ 생일 축하합니다!" 노래 불렀지. 이후 아홉 번째 4월 16일인데 너는 없구나.
한 슬픔이 다른 슬픔에게 손을 주고
한 그리움이 다른 그리움의
그윽한 눈을 들여다볼 때
'한 그리움이 다른 그리움에게'와 '푸르다고 말하지 마세요'는 4월 16일에 접속곡으로 부르는 합창곡이란다. 시민 304명과 416합창단이 함께 연습했어. '세월호 9주기'라 쓰고 나는 '대현이 생일'이라고 읽고 있단다. 4월 16일에 세상에 와준 네게 부르는 축가인 셈이지. 특히 좋은 대목이 뭔지 아니? '한 슬픔이 다른 슬픔에게 손을 주고 한 그리움이 다른 그리움의 그윽한 눈을 들여다볼 때'야. 서로 연결된 우리가 느껴져.
성실한 노력파에 깔끔씨 대현아!
"노력하면 불가능도 가능하게 한다"라는 네 삶의 좌우명이 너랑 잘 어울려. 넌 뭐든 한다면 하는 성격이잖아. 소방관을 꿈꾸며 '위기 탈출 넘버원'을 즐겨보았다지? 우리 집 세 아이들 어릴 때도 그랬지. 넌 소방관이 되기 위해 일상에서 공부하고 노력하더구나. 발목에 모래주머니 차고 다니고, 아령으로 근력을 기르고, 악력기로 손힘을 길렀지. 장래에 대해 아빠와 대화할 때도 "난 소방관이 될 거야." 자기 뜻을 분명하게 밝히더구나.
넌 매사에 깔끔씨였지. 씻고 머리 감고 얼굴 매만지는 데 시간이 많이 필요한 건 당근 아니겠음? 양말이며 물건을 동생 것과 뒤섞이는 것도 허락할 수 없지. 어제 다린 교복이라도 물티슈로 한 번 더 닦아주고 학교 갔다 오면 교복을 선풍기는 센스쟁이잖아. 그러니 동생하고 물건을 뒤섞어서 쓴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 동생과 싸울 일이 왜 없겠어. 형이니까 물건도 나눠쓰고 뭐든 양보하라니, 넌 도저히 받아들일 수가 없었지. 정해진 게임 시간이 끝나고도 자리를 비키지 않는 동생에게 네가 화날만했고말고. 그런데 형이라고 몽둥이찜질을 당할 때, 너는 결코 잘못했다는 말을 하지 않았지. 아무리 생각해도 네가 잘못한 게 없거든. 암암, 이해하고 말고. 나도 어릴 때 그런 경우 많았어.
참 믿음직한 아들 대현아!
너는 집에서 매사에 깔끔하고 뒷마무리를 철저히 하더구나. 외출 땐 최종점검자. 가스밸브며 선풍기를 껐는지, 창문은 닫았는지, 부엌과 욕실의 전기는 껐는지 네가 책임지더구나. 깔끔한 너는 술 담배를 아주 싫어했지. 아빠 술 마시고 온 날 넌 상대도 안 하고, 술 좀 배워두라는 아빠의 말도 단칼에 거절하더구나. 아빠가 집안에서 담배 피우시는 게 싫어서 넌 졸졸 따라다니며 잔소리를 했지.
"아빠! 거실에서 담배 피우면 안 되지!"
"제발 담배 좀 끊어."
아빤 몰리고 몰리다가 재떨이를 들고 베란다로 도망가야 했잖아.
깔끔씨답게 수학여행 옷 짐이 많더구나. 경우와 상황에 맞게 입어야 멋쟁이 아니겠음? 체크 남방, 반팔 티셔츠, 양말, 검정 청바지, 반바지, 바지, 모자. 우산과 세면도구에 화장품도 빠뜨릴 수 없지. 여행 가방은 꽉 찼건만 챙길 건 많아 수학여행 가는 날 학교에 늦을 판이었다지? 그렇게 설레며 즐겁게, 그 먼 길을 떠났구나 대현아..
다시 앞에 적은 시로 돌아가 볼게 대현아!
외롭고 긴 기다림 끝에
어느 날 당신과 내가 만나
하나의 꿈을 엮을 수만 있다면
시는 '당신과 내가 꾸는 하나의 꿈'을 소망하며 끝나는구나. 나는 '416합창단'에서 이 노래를 부를 때마다 그 의미를 생각하곤 해. 합창단은 세월호 참사로 별이 된 아이들의 엄마 아빠들과 나 같은 시민 단원들로 구성돼 있어. 당신과 나, 이건 세월호 유가족들과 곁에 있는 우리들로 들려. 함께 손잡고 곁에 선 우리들은 모두 하나의 꿈을 꾸는 사람이라고 말해도 되겠지? 그리고 별이 된 너희를 기억하는 모든 사람들이 '당신과 나'겠지.
우리가 함께 엮고 싶은 하나의 꿈은 뭘까? 아무리 생각해도 별과 함께 춤추는 꿈이지 싶어.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만 생각하면 마음이 무거워지곤 해. 9년이 지나도록 해결된 것 하나 없구나 싶을 땐 자신이 부끄러워지곤 해. 그러다간 우리가 함께 엮어야 할 꿈을 생각해. '생명안전공원'이 완공되고 별이 된 너희 모두 한자리에 오는 날을 그리고, 우리가 만들어갈 더 좋은 나라를 그려보게 돼. 긴 기다림 끝에 만나겠지.
외롭고 긴 기다림 끝에
어느 날 당신과 내가 만나
하나의 꿈을 엮을 수만 있다면
대현아! 생일 축하해! 너무너무 보고 싶구나!
(4월 16일에 태어나 9년 전 4월 16일 세월호와 함께 별이 된 단원고 2학년 8반 김대현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