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에도 체온은 중요하다, <체온 1도 올리면 면역력이 5배 올라간다>
눈풀꽃Snowdrops
루이즈 글릭
내가 어떠했는지, 어떻게 살았는지 아는가.
절망이 무엇인지 안다면 당신은
분명 겨울의 의미를 이해하리라.
나 자신이 살아남으리라고
기대하지 않았었다,
대지가 나를 내리눌렀기에.
내가 다시 깨어날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었다.
축축한 흙 속에서 내 몸이
다시 반응하는 걸 느끼리라고는.
그토록 긴 시간이 흐른 후에
가장 이른 봄의
차가운 빛 속에서
다시 자신을 여는 법을
기억해 내면서.
나는 지금 두려운가
그렇다. 하지만
당신과 함께 다시 외친다.
‘좋아, 기쁨에 모험을 걸자.’
새로운 세상의 살을 에는 바람 속에서.
삼복더위에 겨울 시를 읽는다. “여름에 겨울옷 싸게 사세요”라는 역시즌 쇼핑처럼, 계절을 살짝 거꾸로 즐기는 맛이다. 잔설이 쌓인 대지에 살을 에는 바람이 느껴지는가. 더위가 사라지고 하얀 눈풀꽃이 자신을 열며 외치는 소리가 들리는 거 같다. 좋아, 그래. 기쁨에 모험을 걸자.
2020년 노벨상 수상 시인 루이즈 글릭(1943~)은 청소년기에 섭식장애와 신경성 식욕부진증을 심하게 앓았다. 고등학교 중퇴 후 7년여를 절망과 싸우며 상담치료를 받아야 했다. 차갑고 축축한 대지에 눌려, 자신이 살아남으리라고 기대하기 어려운 시간을 견뎌야 했다. 다시 깨어나 꽃을 피우게 되리라. 두려움을 인정하며 기쁨에 모험을 걸자. 여든의 노 시인은 그 겨울의 시간을 일컬어 "내 인생 가장 위대한 경험 중 하나"라고 고백한다.
독감으로 몇 달을 고생한 친구 전화 때문이었다. “코로나보다 더 지독한 거 같아. 이젠 더위도 무섭고 에어컨 바람도 무서워. 어떻게 여름을 견디지?” 그 좋아하던 여름이 이젠 피하고 싶은 계절이라는 하소연이었다. 과연 대표적인 겨울 질병 독감(인플루엔자)이 코로나 후엔 ‘철없이’ 유행하고 있다. 전엔 11~12월에 있던 유행주의보가 작년엔 9월로 앞당겨지더니 올 상반기엔 환자 수가 최고치를 찍었다잖나. 코로나 뺀 모든 바이러스 환자가 증가세란다.
친구를 생각하다 ‘이열치열(以熱治熱) 동병하치(冬炳夏治)’를 생각하게 됐다. 겨울의 감기, 편도염, 비염 등 호흡기질환을 여름 열기로 예방하고 다스리는 자연요법 말이다. 냉방병 걱정하는 요즘 여름에 열기로 병을 예방하고 치료한다고라? 호랑이 담배 피는 얘기 같지만, 그렇다. 계절의 파도를 제대로 타는 지혜랄까. 열기는 우리 몸에 ‘양약’이요 에너지이기 때문이다.
열은 몸의 자연 면역력에 아주 중요한 요소다. 우리 몸은 36.5도로 열을 관리하는 항상성 시스템이다. 더우면 땀을 흘려 열을 내리고 추우면 땀구멍을 닫고 떨며 체온을 보호한다. 만약 몸이 40도 이상 체온을 유지할 수 있다면, 암 따위 절로 소멸한다는 설이 있다. 반대로 체온이 정상 아래로 내려갈수록 면역력이 떨어지고 신체 균형이 깨져 병에 취약해진다.
《체온 1도 올리면 면역력이 5배 올라간다》도 몸을 따뜻하게 하는 생활습관과 식사가 건강한 삶의 비결이라 설파하는 책이다. 저자 이시하라 유미는 ‘의사들의 의사’로 통하는 사람이다. “체온 1도 내려가면 면역력이 30% 떨어진다”며 만성 피로, 암, 고혈압, 당뇨, 우울증, 비만 등의 치료에 공통적으로 ‘체온 면역 요법’을 적용한다. 현대인의 체온이 35도대로 낮다는 사실을 아는가. 체온이 낮은 몸이 잘 아프고, 아픈 몸은 체온이 낮다.
예전에 나는 뼛속까지 추위를 타는 몸이었다. 그게 체질이고 운명인 줄 알았다. 암이라는 혹독한 겨울을 나자니 불가항력 차가운 몸의 현실에 눈을 뜨게 됐다. 두려움과 절망의 시간 속에 웅크리고 버티며 나를 다시 여는 법을 배워야 했다. 몸의 소리를 따르는 길을 찾아 기쁨에 모험을 걸 수 있었다. 돌아보면 내 인생 가장 아름다운 겨울이었다. 복숭아와 열기를 즐기는 계절 여름도 너무너무 좋다.
어떻게 체온을 올리고 몸을 따뜻하게 유지하며 살 수 있을까. 에어컨 없는 우리집 일상이 바로 이열치열 동병하치인가. 전자레인지도 지지고 볶는 요리기구도 없다. 나는 차가운 물도 안 마시고 가공식품도 안 먹는다. 생강 대추 등 몸을 따뜻하게 하는 식품을 즐긴다. 냉방 공간에 갈 땐 겉옷과 체온 보호 소품을 챙긴다. 운동으로 몸을 덥혀 준다. 매일 피부에 햇볕을 쬐고 맑은 공기 속에 걷는다. 밤에는 잘 자고 해뜨면 기쁘게 일어나는 몸이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