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이 풀 뜯어먹는 소리, 연재를 시작하며
가시버시 숙이덕이 공저 브런치북 쓰기
"호랑이 풀 뜯어먹는 소리 하고 자빠졌네!"
세상에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호랑이까지 끌어다 쓴 표현이 재미있다. 아름다운 은유의 맛이다. 내가 호랑이 띠라서, 호랑이 들어간 표현이라면 사족을 못 쓰고 좋아한다. 풀 뜯어먹는 호랑이라니 기분이 좋아진다. 호랑이는 절대 풀을 뜯어먹을 리가 없다고? 내가 읽은 바로는, 호랑이도 필요에 따라 풀을 뜯어먹는다는 게 정설이다.
말이 안 되는 소린데 재미있는 이야기를 써보고 싶었다. 호랑이가 풀 뜯어먹는 소리로 낯설게 읽히는 이야기 말이다. 천동설을 믿는 사람들에게 지동설 같은 이야기면 좋겠다. 미국 어딘가에는 백인우월주의로 흑인을 잡아먹지 못해 안달인 KKK가 아직 있다니, 그게 호랑이 풀 뜯어먹는 소리겠다. 대한민국 용산에서도 그런 소리 들린다.
실은 결혼 34년 차 중년 부부의 사는 이야기다. 둘이 공저 책쓰자 노래하던 사람들이, 한 주 한 편 교대로, A4 1.5~2쪽 분량으로 쓰고 업데이트하기로 했다. 오늘 프롤로그는 숙이, 다음 주는 덕이, 그다음엔 숙이, 이런 식으로 29 꼭지 쓰고 30번째는 에필로그로 숙이 쓰고 발행한다.
사랑과 우정, 그리고 돌봄을 질문하며 응시하고자 한다. 너와 나, 그리고 함께 나이들어가는 관계에 대해. 자기돌봄 그리고 서로돌봄, 따로 또 같이 산다는 것에 대해. 중년 남성의 노부모 돌봄노동은 어떤 이야기일까? 중년 여성은 돌봄 노동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을까? 우리 관계와 사회의 지속가능성에 대해 질문하는 글쓰기겠다.
때맞춰 어제 덕이 시엄마를 밀양에서 서울로 모셔왔다. 3개월 돌봄 교대가 돌아왔기 때문이다. 엄마가 작은 아들네서 3개월 큰아들네서 3개월 교대로 돌봄 받는 게 다음 달이면 2년이 찬다. 이제 덕은 5월부터 7월 말까지 엄마의 제1 돌봄 담당자가 된다. 큰며느리인 나는 안산에서 작가요 활동가로 살다 주말에만 엄마를 만난다.
친정 엄마는 영덕 집에서 독거한다. 지병이 있지만 요양보호사의 도움을 받으며 조심조힘 지낸다. 뿔뿔이 흩어져 사는 4남매 어느 자식에게도 의탁하지 않으며. 중년의 자식들에게 돌봄이란 모두 숙제 같은 거다. 딱 떨어지는 답을 못 찾고 우왕좌왕 가는 중이다
아니, 이래 진지해서야 어디 가볍고 재미있는 글이 나오겠어? 아무튼, 중년에 아직 길찾기 중인 가시버시 글일 테니 호랑이 풀 뜯어먹는 소리 아니고 뭐겠나. 아차, 호랑이 띠 비건이 쓰는 글이니 진짜 호랑이 풀 뜯어먹는 소리 맞을지도? 일단 가 보자고잉!
"호랑이 풀 뜯어먹는 소리하고 자빠졌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