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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꿀벌 김화숙 Jun 28. 2024

숙덕숙덕 사모의 그림자 탈출기, 책출간일 전후 일기

네트워크로 말하고 글 쓰는 게 업인 사람은 역시나 빠르다.

6월 24일(월)


아침에 생각비행 출판사 조성우 사장님으로부터 '출판사 제공 신간 보도자료' 옴.  내일 오후나 모레 뿌린다고. 홍보 단체와 서평 용 책 보낼 곳 주소 목록 정리함- 브런치, 블로거, 수글수글, 이프, 백합과 장미- 지난 책 땐 미처 생각하지 못해 내가 사서 보냈으나 이번엔 출판사 홍보 작업으로 담당해 주니 좋다.  



 ▸분  야: 종교〉기독교〉에세이

 ▸판  형: 사륙판(128*188)

 ▸발행일: 2024년 6월 26일

 ▸지은이: 김화숙

  ▸쪽  수: 280쪽

  ▸가  격: 17,000원

  ▸ISBN: 979-11-89576-27-5 (03230)


"순종과 침묵의 그림자 생활에서 벗어나 자기 목소리를 찾은 목사 사모 이야기."

"사마리아 여자로 가스라이팅을 당한 채 젊은 날을 보낸 60대 여성의 당당한 외침."


지난주 제주도 공연 다녀왔다고 416 합창단 연습이 없는 월요일 저녁, 책 홍보 생각만으로 시간이 모자란다. 브런치도 블로그도 있지만, 인스타그램이 대세라니 안 할 수가 없다. 책을 고생고생 쓴들 안 팔리고 안 읽히면 무슨 소용이냐 말이다. 밤에 온라인으로 딸의 도움으로 인스타그램에 책 홍보글 올렸다.


"버킷리스트 1번으로 꼭 하고 싶던 일, 40년 가까이 가슴에 품고 있던 이야기가 마침내 책이 되어 나왔어요. 동네방네 함께 수다 떨자고 소문내고 싶어 참을 수가 없답니다.     

순종과 침묵을 강요받으며 그림자 인생을 살 팔자였던 한 목사 사모가 자기 언어를 찾아가는 이야기죠. 가부장제와 종교가 만들어 놓은 틀에서 탈출하는 이야기, 재미있겠죠? 많이 많이 읽어주세요!!!!"



6월 25일(화)


발행일은 26일이지만 이미 실물 책이 나와 있다니 참을 수 없이 기다려진다. 써야 할 글도 있고 강의 준비도 있는데 책 생각뿐이다. 인터넷 서점 링크 뒤늦게 확인하곤 더 열라 뿌리느라 종일 책상에 붙어있었다. 홍보 책 보낼 곳 주소 정리해서 조사장님께 보냈다. 친구 영미가 예스 24 온라인 주문할 때 '작가의 다른 책' 목록에 《내 몸은 내가 접수한다》가 안 뜬다고 알려왔다. 고마운 맘으로 바로 사장님께 전함. 즉각 담당자에게 수정해 달라고 메일 보냈다고 톡 왔다. 여성신문 신다인 기자님 답메일이 왔다.


"책타래에는 책을 넣을 수 있습니다. 다만, 인터뷰는 제가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라 회의에서 발제하고 알려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6월 26일(수)


아침에 동네 산에 다녀왔다. 책이 오는 날이니까 책하고 보낼 시간을 확보하려는 몸과 마음의 준비였다. 오후에 조사장님이 안산까지 싣고 온 책을 함께 배달했다. 울림에 100권, 안산여노에 80권, 우리 집 40권, 저자에게 주어지는 10권 더해 230권 왔다. 내가 70% 저자가격으로 지불하고 단체에서 회원들에게 조금 붙여 팔고 차액은 후원금이 되게 했다.


초보 작가의 두 번째 책에 10% 인세를 준 출판사가 고맙다. 정가 17,000원을 1,000부 찍었으니 10% 인세 받으면 1,700,000원? 아니었다. 발행 부수의 90%만 인세 계산에 포함된다. 내가 받은 인세는 1,530,000원. 220권 책 값은 2,618,000원. 인세 제하고 내 통장에서 1,088,000원 나갔다. 단체에서 《숙덕숙덕 사모의 그림자 탈출기》가 다 팔린 후 내가 지불한 저자가격 책값이 돌아오면 그때 내 통장엔 인세만큼 1,530,000원 더해지겠지. 거의 반년 집필모드 집중 노동의 결과치고는 참 싸다잉. 3쇄는 가야 출판사도 돈이 된다니, 계속 팔리고 계속 찍어내는 꿈, 결코 포기하지 못하겠다. 홧팅!


책 배달 후 조사장님, 우리 집 잠깐 들렀다. 메밀막국수 감자전으로 사주시는 저녁 맛나게 먹으며 수다잔치 즐겼다. 커피 수다까지 4시간여 함께 하고 다음 달 12일 있을 안산여노 후원밥집 티켓 30,000원어치까지 사 주고 돌아갔다. 이번 책은 생각할수록 내 인생의 치유요 해방이었다. 출판사가 사업으로 얽힌 갑을의 느낌이 아니라 내 말과 글을 인정하고 표현하도록 지지하는 벗이란 게 가장 큰 기쁨이다.



6월 27일(목)


아침 7시 30분 친구 범수와 호수공원 걷고 진보당에서 할 북토크를 구상하며 울림에 들러 책 20권 가져갔다. 범수는 내 책이 재미있어 죽겠단다. 우체국 들러 포천 가영 샘네로 12권 책 부쳤다. 페미니즘 토론 모임에서 토론한다니 기쁘게 사인해서 보냈다. 여기저기 책 덕분에 소식이 오고 가며 하루가 갔다. 여성신문 책 담당 신다인 기자께 번 더 메일을 보냈다. 꼭 여성신문 누구라도 나를 인터뷰하시라고.


어제 출판사에서 배달해 주어서 제 손에 책이 왔답니다. 기자님께 책 부쳤다는 소식도 들었고요.

저도 모르게 책을 펴 확인하게 되었어요. 책에 여성신문이 언급된 부분을요.

2장 마지막 꼭지 속 96-98쪽, 4장 첫 꼭지 182쪽부터, 또 225-227쪽에도 있네요.

인터뷰할만한 작가인지 책으로 살피시자니 물론 주르륵 보실 줄 믿어요.

그래도 바쁘신 기자님 우선 확인하시기 좋게 적어 봤어요.^^ 제법 많네요.

제가 얼마나 여성신문과 이야기하고 싶은지 느껴지시나요?



6월 28일(금)



네트워크 가동 좀 해서 엄마 책 홍보 좀 해보라고 했건만 큰아들 놈 어찌나 조심스럽고 조신한 지 에궁. 청어람의 오수경 대표님이 나를 왕창 위로하는 아침이었다. 출판사에서 보낸 책 잘 받았다면서 페이스북에 올릴 글까지 보여준다. 더 이상 뭘 바라랴. 이게 바로 네트워크라는 거다. 나도 그대로 글 긁어 올리겠다니 좋단다. 네트워크로 말하고 글 쓰는 게 업인 사람은 역시나 빠르다. 연결에 감동하며 배우는 맛 좋다.  




오늘 아침에 온 청어람 오수경 대표님의 글


오랜만에 글쓰기 모임 이전 회차에 참여하셨던 화숙 님에게 연락이 왔다. 새 책을 냈다고. 화숙 님으로 말할 것 같으면,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2달 정도 지난 6월 어느 날, 50대에 갑자기 간암 판정을 받은 후 항바이러스제를 안 쓰기로 결심하고 자연 치유로 암을 이겨내었다. 그렇게 자신의 ‘몸’에 집중하는 동안 화숙 님은 다른 세계를 알게 되며 차츰 자신을 가두었던 가부장적 체제에 질문을 하기 시작했다. 그 질문의 과정과 나름의 해답이 첫 책 <내 몸은 내가 접수한다>이다.

화숙 님을 만난 건 첫 책이 나온 후다. 아니 그전에 그분의 남편 ‘덕’님을 먼저 만났다. ‘여성주의 성서해석’ 모임에 수줍게 오신 ‘60대 남성’ 덕 님은 아내의 권유로 모임에 참석했다고 했다. 화숙 님은  목회자인 덕 님에게 ‘페미니즘’을 알려주고 싶었고, 마침 청어람 모임을 발견하신 것이다. 그 이후 화숙 님은 내가 진행하는 글쓰기 모임에 참여하셨다.


‘멋진 활동가’ 화숙 님을 볼 때마다 이런 생각을 했다. 세월호 가족들과 함께 하는 활동에 진심이셨고, 밝음과 활력이라는 단어가 인간화하면 화숙 님이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에너지가 넘쳤다. 그리고 다음 책을 쓰는 중이라 했다. 그때 쓰시던 글의 일부분을 우리 모임 때 발제하고 합평을 하기도 했다.

모임 이후 화숙 님을 깜빡 잊었었는데... 화숙 님은 내가 생각하지 않던 순간에도, 꾸준하게 글을 쓰셨고 마침내 책을 내셨다.


그의 첫 책을 보면 맨 앞에 남편 덕의 추천사가 나오는데 이런 대목이 있다. “내가 가장 사랑하는 짝꿍 숙을 두 번씩이나 잃을 뻔했다. 처음에는 간암으로 두 번째는 이혼으로.” 첫 책이 ‘간암’에 대한 이야기가 주를 이루었다면, 두 번째 책은 ‘이혼’을 생각할 정도로 페미니즘을 통해 세계를 재구성하는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어느 날 숙은 함께 페미니즘을 공부하며 새로운 관계로 살든지 아니면 이혼하자고 했다. (...) 나는 선택의 여지가 없어 페미니즘 공부를 시작했다.” 그러니까 덕 님이 우리 ‘여성주의 성서 해석’ 모임에 오신 건, 선택의 여지가 없었던 것이다. ㅎㅎㅎ


아무튼 이번에 나온 <숙덕숙덕 사모의 그림자 탈출기>는 목회자의 사모라는 ‘그림자’ 같은 존재로 살아온 지난 시간을 벗어나(판을 엎고) 인생의 후반전을 살아가는 이야기다. 어제 온 책이라 아직 앞부분만 봤는데 ‘멋진 활동가’로서의 화숙 님이 보여서 괜히 더 반가웠다. 자신에게 들이닥친 질병을 통해 인생의 경로를 바꾸고, 그 길을 너무도 씩씩하게 걸어가고 계신 저자를 존경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이 책은 모든 이들에게 유용하겠지만, 교회와 가정에서 ‘그림자’로 살기를 은근하게 요구받아온 여성들이 읽으면 더 좋겠다. 특히 목사님들도 좀 보셨으면. ‘젊은’ 여성들만 교회의 가부장적/여성 차별적 구조에 등을 돌리는 게 아니라 ‘사모’로서, 교회 곳곳에서 권사/집사로서 존재하는 ‘안 젊은’ 여성들 또한 각자의 문제의식을 끌어안고 치열하고 고민하고 있다는 걸 뼈 아프게 인식할 필요가 있다. 덕 님이 ‘(이혼 안 당하고) 살기 위해서라도’ 페미니즘을 배우셨던 것처럼 배우셨으면 좋겠다. 이 책이 그 배움의 첫 단계에 놓여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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