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5L 아담한 냉장고 예찬
에너지소비효울 1, 월간소비전력 21kWh/월, 탄소 배출 12g/시간
안녕? 내 작은 냉동실아, 사랑스러운 너, 고마워!
아침에 냉동실 문을 열었다가 잠시 멈춰보았다. 525리터 냉장고가 오늘의 기후환경 인증 모델이다. 에너지소비효율 1, 월간 소비전력 21.0kWh/월, 탄소배출 12g/시간, 요게 모델 소개 요약 정보다.너지소비효울 1, 월간소비전력 21kWh/월, 탄소 배출 12g/시간
결혼 35년 차 주부의 '어쩌다' 작은 냉장고 예찬이다. 아이 셋 5인 가족, 사람들이 늘 드나드는 집, 여름에 수박은 적당한 크기로 사서 잘라야 보관 가능한 냉장실이 불편하긴 했다. 큰 냉장고 사주겠다는 외부 압력도 견뎌야 했다. 6년 전 그 작은 냉장고가 수리 불가로 망가져 어쩔 수 없이 바꿔야 했다. 그때 알게 됐다. 내가 살 수 있는 가정용 가장 작은 게 525리터라는 걸. 왜 냉장고가 그렇게나 크고 비싸야 하는지, 내 몸에 맞는 아담한 냉장고는 왜 없는지, 야속한 세월이었다.
아담한 내 냉동실. 1층엔 현미가래떡, 현미쌀가루, 데친 쑥, 생바질잎, 김, 막내가 여자 친구한테 선물 받은 비건떡볶이 한 봉지에 얼린 물봉지가 보인다. 2층엔 고춧가루, 생들깨, 생참깨, 검정참깨, 생땅콩. 냉동실 문 1층 칸엔 풋고추 대파 얼린 통들, 커피, 건포도, 미숫가루 봉지들. 2층엔 허브와 견과, 그리고 고춧가루 통이다.
세월이 가고, 고집스레 자연채식하는 중년, 기후 위기, 이젠 작은 냉장고가 평화요 자랑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