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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꿀벌 김화숙 Oct 18. 2024

걷는 사람, 운동화를 신고 나와 단둘이 걸으러 나간다

걷기 예찬, 걷기는 이 기후위기 시대에 가장 쉬운 기후 실천도 된다.

"180,792"

아침에 만보기를 켜니 이달의 걸음 통계 숫자가 말을 걸어왔다. 걸으러 나가려다 컴 앞에 잠시 앉았다. 오늘 18일 차 걷기는 아직 시작 전이니 딱 하루 만 보 조금 넘게 걸어온 셈이었다. 내친김에 이전의 걸음 통계를 주욱 열어보았다. 31만, 32만... 가장 많은 달은 39만도 있었다. 수십만 보 기록도 시작은 한걸음 한걸음 떼는 것부터, 과연 천리길도 한걸음부터였다.


나는 걷기를 아주 좋아한다. 쓰는 사람이자 걷는 사람이다. 걷기는 내 스타일의 운동이다. 일단 돈 안 들고 특별한 장비 없이 언제라도 내 뜻대로 할 수 있어서 좋다. 걸으면 내 몸과 맘이 즐거워하는 게 느껴져서 좋다. 생각이 정리되고 머리가 맑아지고 영감이 떠오르고 문제가 풀어진다. 가슴이 따뜻해지고 힘이 난다. 나 자신에게 집중할 수 있고 내게 충실해진다. 정신없이 달리는 세상에서도 나는 내 속도로 걸을 수 있다.


걷기는 이 기후위기 시대에 가장 쉬운 기후 실천도 된다. 직립보행하는 인간이 서서 걷고 뛰는 힘을 회복하는 건 자연의 순리와 닿아 보인다. 의자에 오래 앉아서 일하는 날에 내 몸이 보내는 불편한 신호를 보면 두말할 필요가 없다. 걷지 않아서 혹은 걷지 못해서 야기되는 심신의 문제들, 그로 인해 쓰는 돈과 시간과 에너지가 얼마나 많은가. 걷기는 나 한 사람 건강을 넘어 지구와 환경에게 덜 해를 끼치는 삶의 방식이다.


바깥은 흐린 10월 18일 아침이다. 햇빛 찬란한 아침도 좋지만 흐린 아침도 아름답다. 세상은 하루도 같은 날이 없고 나도 어제의 내가 아니다. 책상에 붙어 할 일은 줄줄이 기다리고 있지만 나는 멈추고 일어선다. 오늘의 나는 오늘의 걸음으로. 운동화를 신고 나와 단둘이 걸으러 나간다. 하루 2시간씩 걷는다는 한강 작가가 훅 생각난다. 그래, 오늘은 한강 작가랑 같이 걸을까? 큰 우산을 들고 갈까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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