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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꿀벌 김화숙 Oct 19. 2024

식은 죽 먹기

한강이 노벨문학상을 받은 붐으로 채식주의자 붐이 일어나는 상상을 한다

"식은 죽 먹기네!"

일이 어렵지 않고 아주 쉬울 때 쓰는 표현이다. 이 팍팍한 시대에 그런 일이 얼마나 될까. 기후위기와 환경이라는 복잡하고 난해한 문제와는 도저히 안 어울리는 말이겠다. 식은 죽 먹기일  없고말고. 그럼에도 나는 채식밥상을 차리며 상상한다. 채식하고 비건으로 사는 게 식은 죽 먹기가 되는 세상을. 채식하는 게 하나도 어렵지 않은 세상을.


이 세상 어떤 동물도 폭력적으로 길러지거나 때려잡혀 죽지 않아도 되는 세상을. 다른 동물을 피 흘리게 하고 그 살을 발기발기 도려내지 않아도 살 수 있는 세상을. 폭력도 피흘림도 착취도 없이 평화롭게 먹는 세상을.


한강이 노벨문학상을 받은 붐으로 책만 많이 팔리는 게 아니라 이 나라에 채식주의자 붐이 일어나는 상상을 한다. 어딜 가나 비건 메뉴가 디폴트가 되는 세상, 채식이 다수요 자연스런 삶의 방식으로 통하는 세상, 어떤 소수자의 목소리존중받는 평등 세상을 상상한다. 어제 끓인 호박죽이 식었으니 오늘의 이른 점심은 '식은 죽 먹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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