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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꿀벌 김화숙 Nov 08. 2024

엄마를 기억하며 냉털 비건떡볶이

엄마 장례 기간 빈 집이라 냉장고를 털어 비건떡볶이를 했다

엄마 돌아가신 지 어느새 한 주가 됐다. 아파서 고통하던 엄마도 장례식도 어느새 과거가 되고 엄마는 어디에도 안 보인다. 다만 내 안에, 내 기억 속에 그리고 사진과 유품 속에만 살아 있다. 많이 비어있던 집, 음식 냄새 없던 집에서 다시 음식을 했다. 냉장고에서 잠자고 있는 채소들을 털어내어 처리하기로 했다. 이름하여, 엄마를 기억하며 '냉털 비건떡볶이'를 만들었다.


데친 브로콜리, 데친 무청, 찐 비트, 생 목이버섯, 파인애플 조각 등. 모두 꺼내 찬물에 헹구고 먹기 좋게 썰어 궁중팬에 자작하게 넣고 끓였다. 고추장과 채식카레가루를 풀고 현미가래떡을 썰어 넣었다. 뒤적이며 끓이다 들깻가루 조금 풀어 섞었다. 붉디붉던 비트 조각이 색이 옅어져 사진에선 햄덩어리처럼 보인다. (웩!) 파인애플에서 즙이 나와 맛이 달콤 새콤 매콤 은은하니 좋다.


막내가 도시락 한 통 퍼가고, 오늘 저녁 서울 가면 딸 주려고 작은 통에 담고, 나머지는 내 점심이 됐다. 엄마 떡볶이 마니아 딸을 어찌 챙기지 않을 수 있으랴. 울 엄마도 나한테 그랬더랬지. 한창 먹어대며 커가던 청소년 시절, 엄마 음식은 다 맛있었지. 오늘은 엄마가 뭘 해놨을까 기대하며 학교에서 돌아오던 때가 있었지. 엄마를 생각하며 감홍에 견과 곁들여 비건떡볶이를 천천히 천천히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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